초등학교 2~3학년 (2)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갔습니다. 아빠가 술을 마시고 취해서 폭언이나 폭력을 휘두르는 빈도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엄마의 무기력은 점점 더 심해져 가셨습니다. 한 가지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 신고를 하지 않는가에 대해서요.
저도 어릴 적에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 세탁소 아주머니에게 아빠가 담배와 술을 하고, 술을 마시고 난 다음에는 때리기도 한다.라고 얘기하는 것을 목격한 엄마가 아주머니에게 해명 아닌 해명을 하며 상황은 그렇게 흐지부지 넘어가고, 가끔씩 세탁소에서 놀 때 술에 취한 아빠에게 전화가 오는 걸 들으시기도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정말 모르셨을까요? 아주머니에게 나쁜 마음이 드는 건 아닙니다. 아주 잘 챙겨주셨고, 갈 때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어 주셨으니까요. 그게 아주머니가 저와 엄마에게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지만요.
엄마가 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지, 경찰에 신고를 왜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추측상으로 그때엔 가정폭력을 신고해도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 엄마는 보복이 무서웠던 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은, 엄마의 가정환경도 순탄하지는 않았기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모르셨거나 용기를 내지 못했을 수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세탁소에서 놀다가도, 가끔씩 아빠에게 전화가 와서 집에 와보라고 불렀을 때, 집에 가면 제 가방에 있던 돈을 가져가서 술을 사드시는 분이었습니다.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나아졌다면 좋았겠지만, 글쎼요. 오히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었습니다. 제가 학교에 있는 동안 아빠는 엄마를 때리는 빈도가 늘어났다고 하고, 저는 학교에서 꽤 겉도는 아이였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몸이 불편했기에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갈 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으나, 같은 반 아이들은 바쁘다며 거절했습니다. 그렇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때에는 남들이 보지 못하게 빠르고 위험하게 계단을 혼자서 내려가야 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계단, 누가 본다면 '혼자 계단 내려갈 수 있으면서 왜 도움을 요청해?'라고 생각할까 봐 의지할 것이 난간 밖에 없는 곳에서 위험하게 내려갔던 기억은요. 어쩐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성격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가 되었을까요.
그때의 삶은 꼭 계단 같았습니다. 올라갔다가 내려갈 수도 있지만, 저에겐 위험해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위험하게 내려갔던 그 계단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