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과거도 함께 먹어서 소화되지 않고
20대 중반이라고 부르는 스물셋이 되었습니다. 2003년 12월에 태어나 만으로는 스물한 살이지만 어쩐지 한 번도 그 나이로는 불러본 적이 없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떠한 일일까요? 어릴 적에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좋은 어른이라는 기준은 알지 못했지만, 어쩐지 어른이 되면 성숙해질 줄 알았나 봅니다. 그때의 저보다는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 저는, 그때의 제가 만족스러울만한 사람이 되었을까요?
이번에 유영 계정을 운영하며 주기적으로 에세이를 쓰게 되면서 느낀 점은, 여전히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투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심리 상담을 받았을 때 상담사 선생님께서 ‘유영 님과 대화할 때는 꼭 토론을 하는 것 같아요. 감정에 대한 표현이 없어요.’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상황에 대한 생각은 할 줄 알지만, 그 상황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으니 서술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에세이를 쓰는 것보다, 감정이 함께 물들은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하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쓰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사람은 왜 이렇게 지나간 시간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갈까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던 과거가 눈에 밟힙니다. 그때도 감정 표현을 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지금도 그저 그런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닌, 어쩐지 과거도 함께 먹어서 소화되지 않고 계속해서 몸속 안에 배출되지 못하고 남아 맴도는 기분입니다. 사라지긴 할까요? 아니, 애초에 과거가 사라졌으면 좋겠는 걸까요. 제 마음인데도 마음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여전히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일방적인 사랑은 독이라는 것을 알기에, 서로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되고 싶다는 말과, 노력을 계속하면 언젠가는 어릴 적의 제가 바라던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좋은 어른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