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료 : 분노 1개, 호기심 2알, 희망 2 티스푼
레시피 한마디 : 분노를 활용해 뭉그적거리고 있던 소망 일깨우기
불편한 그와 카페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꺼냈다. 함께 추진하던 사업의 향방이 결정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상대의 무미건조한 얼굴에 마음이 텅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서로 기대감이 없으니 분위기는 차분했고, 혀 끝은 날카로웠다. 그 날카로움이 다시 튕겨 나와 내 마음을 할퀴었을 때 분노가 방울방울 맺혔다.
‘이건 내 사업이니, 원하는 대로 하려면 네 사업을 해야지.’
도의가 느껴지지 않는 선언에 맺혔던 분노가 또르르 굴렀다. 원칙주의자 입장에서는 의리가 없음이 화가 났고, 기획자 시선에서는 꽤 공을 들인 생각이 가망 없어 보이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답답했다. 그런 순간에도 여전히 좋은 사람이고 싶은 나는 쓰잘데 없는 몇 마디를 늘어놓고 자리를 파했다. 그 말은 그에게는 시건방짐으로, 나에게는 답답함으로 남아 도리어 서로에게 화를 돋웠다.
그날로 며칠 동안, 내 마음에는 여름날 고추밭처럼 분노가 자랐다. 그것도 해를 잘 보고 자라 반질반질한 매운 청양고추.
예나 지금이나 나는 신경을 날카롭게 만드는 그 알싸한 향이 별로다. 분노가 일어나면 아무래도 나쁜 생각이 더 많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내적 열감에 분노가 더 빨갛게 익어가도록 두는 것은 좋지 않다. 매운맛이 더 강해지면 열받아서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지.
이렇게 생각이 미치자 그냥 하던 일을 내려놓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었다. 두근거림을 식혀보려 눈을 감자 어제 분노를 한 움큼 들고 만난 동네 아는 동생이 떠올랐다. 그 매운맛을 같이 느끼느라 얼마나 고역이었을지 미안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투덜거리기 금지, 뒷말하기 금지’
이렇게 마음에 못을 박고 분노를 좀 따다 다듬었다. 분노는 그 경험이 직관적이어서 너무 자세히 손질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꼭지만 툭 따도 그 안이 훤히 보인다. 씨앗처럼 자리 잡은 와글거리는 생각들이 보여서 일단 슬슬 걷어내니 그나마 나았다. 그 생각 속에는 ‘네가 감히’도 있고 또 바보같이 별말 없이 넘어간 스스로에 대한 자책도 있다. 이런 생각들로 인해 분노의 이면의 두려움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이 생겨날 때가 많다.
잡다한 생각이 걷혀나간 분노는 에너지가 좋다. 한 숟갈만 넣어도 다른 감정들의 맛이 확 산다. 행동이 빠르게 일어나도록 돕기도 한다. ‘문득 네 사업을 해야죠’라는 말이 머리에 맴돌았다. 사실 나도 뜨끔한 부분이 있었던 게지. 그 순간 마음 텃밭에 잘 익은 토마토 같은 호기심이 자랐다. 평소 호기심이 부족한 나에게는 맛 좋은 호기심을 즐길 좋은 기회다. 오래간만에 묵혀두었던 프로젝트를 싹 훑어보고, 책 한 권을 빨리 마무리하자고 생각했다. 그게 긍정샐러드다.
몸이 빨갛게 달아올랐을 때 호기심을 다루면, 아무래도 수분이 너무 빨리 날아간다. 작심삼일은 이제 질색이니 잠시 몸의 느낌을 바라보면서 달아오른 마음을 한 김 식혔다. 다음으로 손질된 호기심 두 알과 분노 한 줌을 넣고 주의를 기울여보면 무의식에 깊이 숨어 있던 소망이 육수처럼 흘러나온다. 거기에 좀 더 강렬한 맛을 더하고 싶다면 질투 한 알을 콩콩 찧어 넣으면 더 좋다.
맛을 좀 더해야 하니 만들어볼 책의 좋은 이미지를 상상했다. 달콤한 희망이 없으면 자꾸 마음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쏠리게 된다. 희망은 감정의 이정표 역할을 해줘서 행복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분노도 더 희망적인 에너지와 어우러지면 그 기능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조금 매콤하고, 달콤하기도 한 분노의 스튜를 만들면서 감정 문제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좀 더 감정을 친근하게 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20분 끓이니 제법 감정의 재료들이 잘 어우러졌다. 게으른 나에게는 조금 맵지만 이 정도로 각성되면 목표는 뚜렷해진다. 나는 ‘나의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 약간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왜지 집착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나를 한정 짓는 결과를 가지고 올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분노를 스튜처럼 떠먹으면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좀 내려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용기가 없음이 이번 분노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원하는 일을 하게 될 때는 고요하고 지적인 기분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화끈한 마음이다. 문득 그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느릿느릿한 마음에 RPM이 올라간 기분이다.
"감사해요. 덕분에 열정적으로 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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