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형님 왔다 형님! 문 열어“
또다. 또. 저 놈은 꼭 벨은 놔두고 저 지랄이다. 동네 챙피하게 왜 저러는지 원.
"하아. 너 씨. 귀가 없냐? 내가 매번 말하잖아. 벨을 누르라고 벨을.“
"야. 반가우니까 그렇지. 매일 봐도 또 보고 싶잖아.“
"지랄한다. 나 여자가 좋거든요?“
"일하냐? 날도 좋은데 우리 산책이나 가자. 오다가 보니까 아주 그냥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더라. 꽃구경 하러 가자.“
"바빠. 나 이거 오늘까지 끝내야돼.“
이 놈은 꼭 바쁠 때 와서 이 지랄이다. 누군 나가기 싫어서 안 나가고 있나. 나도 나가고 싶다고요.
"근데 야. 배고프다. 뭐 먹을 거 없냐? 너 끝날 때까지 나 여기서 기다릴란다.“
"오래 걸려. 너 그러다가 오늘 집에 못 간다.“
"그래? 그럼 뭐. 자고 갈까? 아힝~“
"징그럽게 왜 그래. 이 자식. 저기 냉장고에 케이크 있어. 갔다 먹어라. 하여간 나는 일 해야 되니까 방해하지 말고 텔레비전을 보던 게임을 하던 맘대로 하고 있어. 뭐가 어딨는지는 말 안 해도 알지?“
"어. 어. 척하면 딱이지. 너도 케이크 좀 줘?“
"난 됐다. 스트레스인지 뭔지 속 안 좋아.“
이 놈을 집에 보내기 위해서라도 집중해서 빨리 끝내야지. 진짜 자고 갈 놈이니까. 자고 가라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까. 이 자식이 근데 남자취향이던가? 지난번에 보니까 어떤 여자랑 붙어 다니던데.
"야! 이거 뭐 맛이 이렇게 시큼털털하냐. 꼬리꼬리한 냄새는 또 뭐여“
"블루치즈. 새끼야. 입이 그렇게 싸구려라서 어디다 쓰냐? 블루치즈도 몰라?“
"블루 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 입도 알고 보면 꽤 고급이거든? 뭐 하여간 나 이거 다 먹는다?“
"맘대로 하셔“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인다. 해 지기 전에 끝내고 싶은데. 대체 이거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일 분배를 누가 했길래 이 모양인지. 확인을 좀 더 잘할 걸 그랬다. 그나저나 아까부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은데 뭐지.
"어? 야! 너 뭐야. 왜 그러고 있어.“
"야.. 야.. 나 아까부터 화장실 계속 들락대고 있는데. 배만 아프더니 이제 토하고 난리다. 너 내가 계속 불렀는데 이 씹탱구리. 일이 그렇게 좋냐. 쳐다도 안 보더라.“
"뭐야. 너 얼굴이 허옇게 질렸는데? 왜 그래.“
"나 못 움직이겠어. 어지럽고. 욱..“
"야! 잠깐!!!!“
아 씨발. 집이 더럽긴 하지만 남의 토사물까지 널브러뜨리고 싶진 않다고!
"구급차 불러? 구급차? 어디가 안 좋은 거야? “
"어.. 어지럽.. 배도..“
"뭐?“
아 씨 뭐야 이거.
"네. 119죠? 여기 아픈 사람이 있는데요. 네. 00 동 00 아파트 00호. 네. 배가 아프다고 하고. 구토도 했대요. 의식이요? 지금 없어요. 아 씨발. 빨리 와달라고요. 1분 1초가 지금 급하다고요. 급해.“
"야.. 나.. 유언.. 야..“
"뭐 씨발. 유언? 야 뭐야. 지랄 말고 그 입 다물어. 지금 구급차 불렀으니까 조금만 참아봐. 물 좀 줘?“
물. 얼른 물. 어디 있지? 아 씨. 차가운 물도 되나? 어? 근데 이거 뭐야. 케이크 그냥 있는데? 이 씨발. 아까 케이크 먹는다고 했는데 이 자식 뭘 쳐 먹은 거야? 어?
"야! 야!! 정신 차려봐. 야! 너 뭐야. 너 케이크 어디서 꺼내 먹었어? 너 저 큰 냉장고에 있던 거 먹은 거야? “
"어.. 어.. 그거 현관문 옆에 있는...냉장고..“
"야 씨발. 그거 고장 난 냉장고라고. 문 열어보면 몰라? 그리고 내가 저번에 냉장고 샀다고 했잖아. 평소에 사람 말 좀 똑바로 들으라고 이 자식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