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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Dec 04. 2024

워킹맘 엄마와 초등학교 준비물

올 한 해 수고한 아이들과 나에게 

나는 고학년 남자아이, 그리고 저학년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 둘째는 올해 1학년, 달력을 보니 벌써 12월이라, 올해를 어떻게 잘 보낸 나와 아이들에게 토닥토닥해주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올해 5월에 이직을 하게 되면서 나는 본사가 있는 지방에 엄청나게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일주일에 적게는 두 밤, 많게는 네 밤 정도를 비우면서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아이들도 나도 남편도 참으로 많이 고생했다. 솔직히 1년 이상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우선을 계속 가보고 있기는 하다. 


엄마의 부재로 인해 (아빠나 이모님이 엄마만큼 세심하기는 힘들다) 딸내미가 3일 정도 샤워를 안 하고 학교에 가기도 하고 (그나마 겨울이어서 다행이었다), 선생님한테 상담전화가 계속 왔는데 회의하느라 못 받기도 하고, 체험학습 신청서를 늦게 내기도 하면서 일 년이 어찌어찌 갔다. 알림장에 싸인을 못해주는 건 당연했고, 시험지에도 싸인해 가야 하는데 하도 안 해와서 선생님이 반 공지에 번호를 공개적으로 써주시기도 했다 (심지어 처음에는 딸내미 번호인 줄 몰랐다). 


그래도 공립학교의 특성상 - 내가 말하는 특성 1) 우선 준비물이 없으면 학교에 대부분 여분이 있다; 2) 싸인 같은 것을 못 받아오더라도 크게 지장이 없다; 3)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준비의 정도 가지고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신다 - 정말 크게 문제없이 잘 넘어갔다. 혹은 내가 올해 선생님 복이 참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아이들의 준비물 챙기기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특히 여자아이인 일학년 둘째의 경우, 처음에는 준비물을 빠뜨리는 것에 대해서 스트레스받고 속상해했더랬다. 공연을 해야 해서 학년 티와 선글라스를 챙겨가야 하기도 하고, 한자노트를 준비해야 하기도 하는데, 나는 공지사항을 매번 늦게 확인했다. 미안하고, 속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시간이 지나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이 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미 고학년인 아들은, 선생님한테 엄마가 없다고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거나, 준비물을 친구나 선생님한테 빌리면 된다고 동생에게 나름의 비법(?)을 전수해 주었고 1학년이 처음이라 눈물을 글썽였다는 딸내미는 이제 알아서 준비물을 챙기거나, 쉬는 시간에 깜박한 숙제를 했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혹은 빼먹어도 그 상황에 적응하는 법을 조금은 배운 것 같다. 그러면서 나는 더 이상 공지사항을 늦게 확인할 때마다 스트레스받지 않게 되었다.   


올해 초에는 힘들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12월이 되니까 해결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고, 오늘따라 가족에게 너무나 고맙다. 오늘 아침에 박문호 박사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나는 타인에게 보답을 바라지 말라는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나는 타인 대신, 가족과의 관계를 단단하게 혹은 정리해야 하는 경우 제대로 마무리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신경을 쓸 때 인생이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부재 속에서도 어찌어찌 지낸 우리 가족들 올해 한 해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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