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에게. 그래도 퇴사는 절대 하지 말자
나를 포함한 많은 직원들이 생각할 것이다. 상사들은 말을 정말 쉽게 바꾼다고, 정말 짜증 난다고. 이상하게 요새 주변에 이런 일들이 많다. 이상하게라기 보다는, 인원이 채 10명도 안 되는 조직에 있다가 300명이 넘는 조직으로 오니 자연스럽게 주변에 케이스가 많아진 것 같다.
팀 단위로 이루어지는 이 회사에서는 참 다양한 일들이 있다. 팀장이 별로임을 윗단에 알라고 싶어서 병가를 쓴 후배부터 시작해서 (정신병으로 진단서를 떼왔다, 그런데 그녀는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회사의 온갖 곳에 팀장 욕을 하다가 드디어 나가는 후배. 같이 점심 먹기 싫어서 점심시간이 되면 칼같이 나가버리는 후배도 있다… 나 또한 마음을 다잡고자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우선 알아야 할 것은 팀장 레벨은 의외로 힘이 없다. 그러니까, 회사의 큰 흐름이나 변화에 거역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팀장이라고, 외국계 회사의 상무라고 해서 힘이 있는 게 절대 아니다 (나는 외국계 회사의 상무였지만 회사의 방향의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 보통 팀장 레벨에서 위에서의 변화로 인한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는 것 같다.
=> 1) 우선은 이렇게 바뀐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을 할 수 있는지 팀원들과 솔직하게 의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승진자 숫자가 생각보다 적다든지, 출장비가 줄었서 취소해야 한다든지).
=> 아니면 이 기회에 (보통 수평적이지 않은 회사에서 이런 일들이 많이 있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이러한 변화를 manipulate 해서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서 유연근무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쓰라는 지침이 내려왔는데, 위에서는 유연근무제를 쓰지 말라고 했다고 말을 전하면서 없애 버라는 실무진도 보았다. => 마지막으로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실무진도 당연히 있다.
2) 위의 경우에서 많은 사람들이 본인들의 팀장은 두 번째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고, 대부분 본인 자리가 중요하고 본인의 삶이 편한 것이 좋기 때문에 맞다, 두 번째가 속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여기서도 적당히 이기적인 실무진들도 있고, 끝갈데 없이 이기적인 실무진들도 있다. 그를 넘어서 변화로 인한 본인의 스트레스를 팀원들에게 푸는 실무진들도 있다.
=> 그렇다고 밑에 팀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다. 외국계 회사에서 헤드쿼터의 핫라인에 연락해서 커미티 열고 난리 쳐도 아무것도 안 비 뀌었다. 팀원만 나갔다. 새로 입사한 회사의 교육에서는 대놓고 감사팀에서 ‘회사랑 싸우려고 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 그렇다고 해서 팀장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고 돌아다니는 건 도움이 안 된다. 말은 돌게 마련이니 팀장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본인의 정신건강과 시간관리에 정말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 내부 조직 이동의 기회도 없어진다. 다른 팀에 현재 있는 팀의 팀장욕을 하면 그 팀에서 당신을 절대 안 데려간다. 마지막으로 그로 인해 변화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다.
3) 위에서 말한 유연근무제는 내 케이스이다. 아이 둘 엄마로서 속앓이 하다 나는 육아휴직을 생각했다. 그때 그 이유로 퇴사하는 동료가 생기면서 팀장의 말이 바뀌고 나는 다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유연근무제를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바뀌는 상사의 말은 정말 많다. 보너스, 해외근무 기회, 승진, 교육의 기회 등 약속해 놓고 미안한데 안 됐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는 경우도 많다),라는 경우는 아마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허다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 우선은 상사에게 기대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는 철저히 남이다. 그리고 회사라는 큰 기계에서 ‘일잘러’는 대부분 충분히 다른 누군가 로 메꿀 수 있다. 그런 남에게 무엇인가를 얻어내려면 정말 끈질기게 어필해야 한다. 남은 내가 가만히 있으면 나한테 관심이 점점 없어진다. 그 사람이 본인의 상사에게 나를 추천할 수 있도록 (승진의 경우라면) 정말 귀찮을 정도로 괴롭혀야 한다.
=> 그리고 우선 회사라는 조직은 기본적으로 상사에게 유리하다 – 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 이 사람과는 정말 못해먹겠다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퇴사는 절대 하지 말자. 요새 같은 불경기에 퇴사하는 건 자살행위다 (주변 사람들의 ‘너는 어디든지 갈 수 있잖아’는 절대 믿지 말자). 차라리 가능하다면 휴직을 하자. 아니면 휴가를 쓰던지, 나를 좀 추스르고 다시 상황을 보자. 이 회사에서 얻을 만한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에 집중하고, 다른 것에는 눈과 귀를 닫는 연습을 하자.
큰 회사에 왔더니 주변에 상사를 싫어하는 케이스, 상사에게 실망하는 케이스들이 너무나 많다. 사실 사람 사는 세상이라면 이게 정상일 텐데 내가 너무 작은 조직에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상사 욕하는 시간에 그로 인한 상황으로 인해 속앓이 하지 않는 방법, 그 상황에서 본인의 정신과 체력 그리고 커리어를 최대한 보호(?) 하는 방법을 건설적으로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
내가 이제까지 봤을 때 저 사람 정말 일 제일 치열하게 하는 사람이다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다 이직을 잘했다. 이직하려고 눈에 띄도록 열심히 일 한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