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앞에서
벌써 어제 월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아이들과 같이 저녁을 챙겨 먹고 (새우, 야채 볶음밥 위주로 먹었다), 미국에 주재원으로 나와있는 선배와 Stanford Track에서 뛰기로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Spring break를 이용해서 운동 좀 해보고 싶었고, 아이들이랑 같이 뛰면 좋을 것 같았다.
한 15분을 뛰었나.. 갑자기 손이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지방으로 출퇴근하면서 이유 없는 가려움을 겪었었던 나는 뭔가 기분이 싸했다. 얼굴도 붓는 것 같았고 뭔가 간지럽기도 했다. 자리에 앉아서 좀 쉬려고 했는데 앉을 수가 없었다. 그냥 트랙 위에 누워버렸다. 그리고 선배에게 뭔가 얼굴에 올라오는 거 같다고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고, 정신을 잠깐 잃었던 거 같다. 그 후로 눈을 뜨니 배가 아팠고, 숨이 잘 쉬어지지가 않았다. 선배가 질문을 했지만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온몸이 너무나 괴로웠고, 얼굴에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느낌이 너무나 세게 들었다. 토할 것 같았고 중간에 한 번 더 의식을 잃었던 것 같다.
누군가 911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Track에 있는 Medical school 학생들이 와서 내 맥을 재고 있었다. 그 이후로 911 대원들이 와서 얼마나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괜찮은지 등등을 물었고, 내 인생 처음으로 들것에 실려서 구급차로 호송되었다. 그 와중에서도 어떤 여자 대원이 Oh, she is so allergic 하면서 에피를 두 번 놔야 한다고 했던 것, 내 신발을 벗겨주었던 것, 괜찮을 거라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ER로 들어가서 사람들이 내 옷을 벗기고, 코에 숨 잘 쉬라고 줄을 달아주고, EKG (심전도 검사)를 하고, 뭔가 많이 약을 주사한 것 같았다. 나에게 나중에 프린트해 준 자료들을 보고 Medication들의 이유를 Gemini에게 물어보니 '심한 알레르기 반응 + 전해질 불균형(특히 저칼륨) + 탈수'를 위한 약물들이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알레르기도 알레르기지만, 무너진 전해질 수치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들이었다고 말이다.
9시쯤이 병원에 들어갔고, 내가 퇴원이 된 것은 새벽 2시 반이었다. 내가 병원에 들어갔을 때쯤 선배가 아이들을 데리고 와 주었지만, 아이들을 볼 수는 없었고, 다행히 같이 공부하는 MSx 친구들이 아이들을 맡아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쉬라고 하루 더 맡아주었다. 너무 감사할 뿐이다.
나는 평생 알레르기를 모르고 살았다. 어렸을 때도 없었고, 이제까지도 없었다. 병원에서도 알레르기 있는 음식들이 있냐고 계속 물었지만, 나는 처음이고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또 하나, 나의 칼륨 수치가 너무 낮아서 꼭 follow up을 하라고 했다. 퇴원하려고 하는 순간 하나만 더 맞고 가라고 해서 칼륨 수액을 2개를 맞고 나왔다.
새벽 2시 반에 우버를 불러서 집에 와서 찾아보니 칼륨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커피를 많이 마시고, 정제당을 많이 먹고, 그리고 마그네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몸에서 빠져나가 버린다고 했다. 정확히 나였다.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많이 받았고, 정제당으로 (쿠키로) 점심을 때웠다. 원래 잘 챙겨 먹는 스타일도 아니기는 했는데, 여기서는 정말 더 잘 안 챙겨 먹었다. 내가 창창한 20대가 아닌데, 몸이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뭘 믿고 그렇게 몸을 혹사했는지..
이번 주 완전히 쉬기로 결심하고 모든 일정들을 취소하고, 오늘 Vaden Health Care라고 학생들이 진료를 볼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이렇게 예약하기도 쉽고, 가기도 쉬운 곳인데 왜 이제까지 안 왔나 싶었다 (이제까지 딱 한번 왔다). 칼륨과 다른 관련 검사를 다 하는데, 내 피를 뽑아주던 간호사분이 Don't worry. Worrying too much makes you sick이라고 했다. 아 나였다.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감사할 것이 많은 인생인데.
그리고 Classmates들. 아이가 본인도 둘인데 우리 애들을 이틀 동안 재워주고 있는 일본인 친구. 그 집에 매트리스를 직접 들고 가서 빌려준 미국인 친구. 밥이랑 먹을 것을 엄청나게 많이 싸들고 온 브라질 친구. 우리 아이들을 픽업해 주고 전해질 음료를 가지고 온 다른 친구. 다들 아이가 있는 친구들이어서 그런지, 통하는 것도 많고, 정말 이 프로그램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정말 나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갈 날들은 점점 길어질 텐데. 건강해야지 모든 것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얼마 전에 들은 podcast에서 어떤 투자자가 Health가 없으면 Health하나만 바라면서 살게 된다고, 그 무엇보다 Health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정말 다시금 와닿았다. 이번 주는 조금 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