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방학이라고???
정신없이 새로운 회사에 적응을 하다 보니 방학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나름 아름답게(?) 짜 놓은 아이들의 스케줄은 다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나는 또 방학용 스케줄 세우고 있고, 정말 머리가 터질 거 같다.
아이들이 아직 어릴 경우 (초 저학년까지), 스스로 걸어서 다닐 수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픽업을 해서 같이 걸어가거나 차를 태워줘야 한다. 여기에서 어른의 손이 필요한데, 이런 도움을 최소화하고, 이모님이 계신 시간에 이런 활동들을 넣기 위해, 이 학원을 저기에 넣었다가, 이 특강을 뺐다가 다시 넣었다가, 돌봄에 점심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나오지 않아서 집에 들렀다가 가야 하는지 등등. 이 와중에 고학년인 첫째는 이제는 버스를 타고 영어학원 정도는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가능한데, 남편은 매우 못 마땅해한다. 아니 그러면 어쩌라는 건지...
이번 방학은 유독이나 힘이 든다. 내가 서울에 많이 붙어 있는 수 없다는 게 가장 크다. 출산율을 올리자는 정부이지만, 그 정부 산하 공기업의 워킹맘을 위한 배려는 내가 다녔던 그 어떤 외국계 회사보다 한참 뒤떨어진다. 유독 보수적인 분위기도 한 몫하겠다.
매년 워킹맘으로서 일하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가 태어난 2014년부터 뭔가 순조롭게 넘어간 적이 없었다. 아이들이 어리면, 어린 대로 해결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이슈가 있고 (이때는 많이 아프다), 아이들이 크면 많은 활동들을 테트리스처럼 넣어야 해서 머리가 아프다. 신문에서 정부가 출산율을 늘린다고 노력한다는 기사를 보면 정말 누가 노력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너무 확실한 건, 워킹맘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혹은 진짜로 아이들 키워본 사람들이 노력을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2008년부터 시작한 일을 17년째 이어서 하고 있다. 아이들 키우면서 일하면서 겪는 모든 일들이 나아지겠지 생각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계속 힘들다. 내가 일하는 금융업 종이 다른 업종 대비해서 여자도 많지 않고 육아에 대한 배려가 많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서, 계속할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모르고 나는 계속 회사를 다니고 있다. 정말 지금도 너무 힘들지만, 아직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