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계속 연습하다
워킹맘이기에 계속 연습해야 하는 일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학원에 대한 정보 빨리 파악하기? 친한 엄마들을 만들어 두기? 아이들의 숙제 루틴 만들기? 남편과의 소통 시간 만들기? (난 이거 정말 못하고 있다...)
내일 회사 가지 말라는 둘째를 재워두고 잠이 오지 않는 이 밤. 문득 떠올라서 글을 써본다. 원래 두 번째 글은 이모님의 월급에 대한 글이었는데 (다음에 자세히 말하겠지만 세전 400의 월급을 요구하셨다 하하하 - 참고로 이모님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으신다), 갑자기 먼저 쓰고 싶어서 노트북을 켰다. 글쎄 내가 10년 넘게 워킹맘으로 살면서 언제나 연습하려고 노력하는 게 단 하나가 있다. 나에게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가 있고 - 아이들과의 퀄리티 시간 - 그것을 방해할 만큼 회사나 주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주면 아예 신경을 꺼버리는 기술을 끊임없이 연습하고 있다.
회사에서 부하직원이 기분 나쁘게 해도, 상사가 내 말을 씹어도, 고객이 말도 안 되는 일로 짜증 나게 해도, 그러려니 하는 내공이 생기고, 어느 순간에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번 잘리고 나서는 그냥 나를 안 잘라주기만 해도 땡큐다라는 마인드도 생겼다. 내가 회사에서 - 대부분 사람 스트레스이다 -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하면 우리 아이들이 나의 속상한 기분을 캐치하고 눈치를 보거나 같이 속상해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엄마의 기분에 정말 예민하다). 혹은 그로 인해서 날카로워져서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난다든지 하면, 정말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속상하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화도 제대로 못 내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다 참고 와서는, 집에 와서 조금 잘못한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훈육을 하는 부모라니, 정말 스스로 생각해도 최악이다 - 내가 그랬다. 혹은 나는 나의 스트레스를 전혀 숨기지 못했고, 우리 아들은 그런 나를 근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던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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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던 나는, 이제는 어느 정도 싫은 소리를 하게 되었고, 아니면 그냥 잊어먹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커리어를 정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오랫동안 일할 팔자라고 생각하고, 일 년 일 년에 목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대신에 집에서 아이들과 있을 때 핸드폰을 보지 않고, 나에게는 인스타그램인 링크드인을 보지 않고, 일 학년인 둘째와 같이 여행계획을 짜기로 했다. 답 안 오는 상사를 계속 신경 쓰기보다는, 첫째가 봐 달라고 하는 책을 한 페이지 같이 봐주고, 이번주 계획을 같이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회사 스트레스는 내가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집에 와서 싸들고 와서 고민해 봤자 해결되지 않는다. 맘에 안 드는 그 팀원, 그 팀장, 그리고 그 부하직원, 혹은 그 고객. 아무리 억울하고, 아무리 속상해도, 그 사람들로 인해서 내 마음이 다쳐서 나의 머릿속을 내주느라 아이들과 눈도 맞춰주지 못한다면, 그게 더 속상한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싸워야 할 때도 있고, 전략을 짜야할 때도 있지만, 그건 아이들을 재운 후에 고민해 보는 게 엄마로서 덜 속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지금, 맘에 안 드는 그 회사 정책의 변화 때문에 머리가 정말 터질 것 같지만, 아이들이 코 고는 소리가 난 후에 하는 고민은 괴로움이 덜한 것 같다.
올해는 참으로 쉽지 않다. 주식시장도 그렇고, 가정생활도 그렇다. 하지만, 언제는 또 괴롭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둘이서 엄마가 없을 때 의지하면 지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 아이들과 눈 마주치면서 대화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도록 연습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