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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의 성장일기 Mar 18. 2024

엄마, 요새 얼굴이 우울한 거 같아

감정 다스리기 미션 

새벽 3시에 잠이 안 와서 산책을 할 때였다. 데일 카네기의 유튜브를 듣고 있었는데, 어제와 내일을 닫고, 오늘에 충실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오늘 화장실에 침실 앞에 있는 책장에 있는 자그마한 책을 들고 들어갔는데 바로 데일 카네기의 책이었고 똑같은 내용이 써져 있었다. 


나는 정말 어제와 그리고 내일의 걱정을 하느라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불현듯 깨달았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남편과 나는 대화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가끔씩 이야기를 하면 하나하나 말을 기억하고 곱씹는 나에게는 남편의, 말이 어느 때는 너무나도 새롭고 충격적으로 들려올 때도 있었다. 


그제 밤에 나는 엄청나게 늦게 잠에 들었다. 스트레스받을 때 나는 웹툰으로 도망을 친다 (얼마 전에 올린 웹툰 끊기 주제 내용이 무색할 정도다). 보다가 4시에 잠이 들었고, 10시 반쯤 일어났다. 몸 상태가 좋을 수는 없었다. 그러고 나서 친정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봐주시고 남편과 오랜만에 점심을 먹으면서 앞으로 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의 계획 그리고 남편의 계획. 아, 점심을 정말 오랜만에 둘이 먹은 이유는 결혼 10주년 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신경 쓰고 곱씹었던 그 말이, 그냥 해 본 소리였고 내가 센스 있게 알아서 잘 이해했었어야 했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요새는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많이 참는 시대라고 했다. 내가 아이 둘을 키우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 일을 육아휴직 없이 했다는 사실은 별로 와닿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두 명 다 출산 휴가를 3개월만 쓰고 복직을 했다. 내가 아이들을 낳을 때만 해도 - 대략 7년 전과 10년 전이다 - 전반적으로 증권사에서 육아휴직에 대해서 이렇게 관대하지 않았다 (아직도 다른 산업에 비해서 딱히 관대하지는 않다). 솔직히 둘째를 낳은 건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같고 지금 생각해 보면 미쳤었던 거 같다. 그때는 정말, 회사에서도 괴로웠고 집에서도 괴로웠다. 두 곳에서 나는 죄인이었다. 나는 아이 계획에 대해서 물어보는 여자후배들에게 둘째는 낳지 말라고 한다. 크고 나면 예쁘지만, 클 때까지의 괴로움은 나에게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에 상처를 남기고 잘 없어지지 않는다. 남편은 또한 내가 지금 나를 자르려고 안간힘을 쓰는 회사와 마음 편히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전혀 와닿지 않는 것 같았다.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왔는데 너무나 답답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답답함을 느낀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르게 몇십 년을 살아왔는데 살다 보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예전보다 자기중심적이다. 이런 답답함을 남편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제는 정말 너무나도 답답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가슴이 막힌 것처럼 우울하고 답답했다. 내가 이제까지 생각한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이고,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답답해서 설거지를 하다가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이 달려와서 엄마가 거미를 봐서 너무 놀랐다고 했다. 나의 스트레스로 아이들을 놀라게 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밤에 자는데 아들이 나에게 나직이 말했다. 


엄마 요새 얼굴이 슬퍼 보여 우울한 거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이렇게 알아봐 주는 아이에게 더 잘해줘야 하는데, 힘이 들면 들수록 약자인 아이들을 덜 신경 써주고 있었다. 회사에 일이 많아서 힘들다고 하고 같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은 잘 자고 일어났고 같은 일이 일어났지만 어제보다는 기분이 좋게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김주환교수님이 말씀하신 몸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달았다. 잠을 잘 잔 것만으로도 그리고 하루 지나니까 기분이 상당히 나아졌다. 그래서 정말 운동을 하고 규칙적으로 살아야겠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미션을 정했다. 하루 30분 뛰기. 나는 많이 걷는다. 하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뛰면서 땀이 나는 것과 걷는 것의 효과는 좀 다른 것 같다. 그래서 나를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 하루 30분을 뛰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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