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어떻게 사는 건지 모르겠다
어젯밤에 남편과 싸웠다. 정말 오랜만이다. 오랜만이라서 좋은 게 아니다. 오랫동안 서로를 무시하고 정말 필요한 대화만 하다가 아이들이 친정에 가 있는 사이에 어제 드디어 서로 터져버렸다.
다음에 쓰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회사가 파산하고 나서 정말 모든 것이 엉망이다. 새로운 기회라느니, 전화위복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꼴 보기 싫다. 워킹맘으로 10년 넘게 같은 일을 해오면서 이 세팅에 오랫동안 맞춰온 나로서는, 그리고 거기에 적응해 살던 남편과 아이들에게, 지금의 변화는 단지 통장에 찍히는 월급의 변화보다 훨씬 더 크다.
어젯밤에는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정말 오랜만에 둘이 영화를 보았다. 우리는 대화를 하지도, 손을 잡지도 않고 데면데면하게 밥을 먹고, 남편의 표정은 언제나처럼 찌푸려져 있었고, 나는 억지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의 행복지수가 아마 바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나 나나 서로 아이들은 너무나 사랑하지만, 정작 아이들을 만든 상대방에 대해서는 정말 정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고 들어와서 한 한 시간 반정도 논쟁을 한 것 같다.
첫째를 낳고 지난 십 년간 서로 쌓인 것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아이 둘을 낳으면서 일과 가정을 양립하느라 노력하고 힘들어하는 나를 인정해 주지 않고, 나를 무시하고, undermine 하는 남편이 야속했고, 남편은 워킹맘이라는 이유를 들먹이며 아이들의 교육이나, 이모님 문제에서 내 맘대로 하는 나에게 화가 나 있다. 그 화는 회사 파산 이후 본인이 원하는 곳에만 지원해서 (이 부분은 정말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서 조금은 오해를 푼 것 같다), 지방출장이 잦은 현재의 직업을 구하고, 회사의 파산을 기다리는 그 상황에서 유학을 준비했던 나를 보면서 더 커져 있었다. 본인을 Safety net으로만 생각하는 나에게 화가 나 있고, 나는 아이들을 낳은 후 무시당하는 나의 상황에 화가 나 있다.
이 모든 것의 근원은 대화 없음이다. 대화가 없고, 취미도 같지 않다. 서로 즐기는 것이 너무나 다르고, 서로 너무나 바빴고, 갈등은 제대로 봉합하지 않고 그냥 남아 있었고, 그러다 보니 대화가 점점 없어졌다. 정말 필요한 대화만 했다. 그러고 나서 화가 점점 쌓여만 갔다. 지난번에 싸웠을 때는 3월인가에 평양냉면집에서 대판 싸웠었는데, 그때 이후로 많은 대화는 카톡으로만 하고, 필요한 말만 하고, 1시간 넘게 대화를 해본 적은 어제 싸우면서가 처음이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남편은 일하러 카페에 나간다고 했다. 그리고 또 카톡이 길게 와 있었다. 물론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에 대한 ‘화’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고, 나는 집에서 그 카톡을 답하고 싶지 않아서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로 왔고 저쪽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과 마주쳤다. 나는 다른 자리에 앉았고, 우리는 또 카톡으로 싸우고 있다 (남편이 계속 콜을 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법을 잊어먹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