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단 한 번의 삶을 산다는 것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by 영백

마흔이 되고 나서야 ‘단 한 번’이라는 말이 실감 나기 시작했습니다.

젊을 때는 시간이 무한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돌아가고 싶으면 언제든 방향을 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선택 하나하나가 쌓여 지금의 내가 되었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점점 구체적인 숫자로 다가옵니다.


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은 그런 시점에서 읽기에 유난히 조용히 깊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삶의 의미를 거창하게 설파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담담하게 말합니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삶을 살고 있으며, 그 사실을 잊은 채 너무 많은 시간을 흘려보낸다고요.

작가의 문장은 날카롭기보다 차분하고, 주장하기보다 묻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읽다 보면 자꾸 멈추게 됩니다.

페이지를 넘기기보다, 문장을 붙들고 제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지금 어떤 하루를 살고 있는가.

이 선택은 정말 나의 의지에서 나온 것인가.

혹시 익숙함에 기대어 시간을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불혹의 나이에 이 책이 다르게 다가온 이유는 분명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열심히 살아야겠다’ 정도의 다짐으로 끝났을 문장들이,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인상적인 점은 삶을 특별하게 만들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대신 지금의 일상 속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순간들을 더 진지하게 바라보라고 권합니다.

성공이나 성취보다, 하루를 대하는 태도에 집중합니다.

삶은 언젠가 시작되는 본편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이야기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마흔이 되면 인생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납니다.

잘한 선택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결정도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장면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그래서 더 신중해집니다.

이 책은 그런 시기에 필요한 종류의 문장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다시 살 수 없다는 사실이 삶을 소중하게 만든다.”


이 문장을 읽으며 오래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더 많은 기회, 더 나은 조건, 더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며 현재를 미룹니다.

하지만 김영하는 말합니다.

삶은 연습이 아니며, 예행도 없다고. 지금 이 순간이 전부라고요.

불혹의 독서는 더 잘 살기 위한 기술을 찾기보다, 이미 살고 있는 삶을 제대로 바라보는 연습에 가깝습니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저는 제 하루를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습니다.


출근길의 풍경,

가족과 나눈 짧은 대화,

아무 생각 없이 넘기던 저녁 시간들까지.


모두 다시 오지 않을 장면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단 한 번의 삶』은 인생을 바꾸는 책이라기보다, 삶을 다시 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리고 불혹의 나이에는 그런 책이 더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달려왔습니다.

이제는 방향을 살필 차례인지도 모릅니다.

단 한 번뿐인 삶이니까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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