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흔들리는 삶을 붙잡는 태도

삶의 실력, 장자 - 최진석

by 영백

마흔이 되면 인생이 어느 정도 정리될 줄 알았습니다.

적어도 무엇이 중요한지는 분명해지고,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마흔은 다릅니다.

여전히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출렁이며,

앞으로의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는 사실 앞에서 조용히 불안해집니다.


『삶의 실력, 장자』는 그런 시점에서 만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삶을 잘 사는 기술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묻습니다.

저자 최진석은 장자의 사상을 빌려,

우리가 얼마나 ‘정해진 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차분하게 짚어 줍니다.


성공의 기준, 행복의 모양, 정상적인 삶의 경로.


우리는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답안지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드러냅니다.

읽다 보니 마음에 오래 남는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장자가 말하는 자유는 무책임한 방종이 아니라,

자기 삶의 중심을 스스로 세우는 일이라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남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장자가 말하는 삶의 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혹의 나이에 이 책이 특별히 와닿았던 이유는,

이제는 ‘더 잘 되는 법’보다 ‘어떻게 흔들리지 않을 것인가’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는 목표가 분명했습니다.

더 벌고, 더 이루고, 더 빨리 가는 것이 삶의 방향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제는 얼마나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보내는지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장자는 말합니다.

세상과 싸우지 말고,

흐름을 읽으라고.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고,

스스로의 자리를 찾으라고.


이 문장들이 불혹의 마음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삶을 ‘관리’하려 합니다.

일정표를 만들고,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측정합니다.

물론 그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질문을 놓치곤 합니다.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이 방향이 정말 나에게 맞는가.


이 책은 그런 질문을 다시 꺼내게 만듭니다.


마흔이 되면 삶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내 선택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고, 가족과 일, 책임이 함께 얽힙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지고, 동시에 더 쉽게 지치기도 합니다.


『삶의 실력, 장자』는 이런 시기에 필요한 종류의 침묵을 건네줍니다.

서두르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자기 리듬을 회복하라는 조용한 권유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삶의 실력이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것은 상황을 통제하는 힘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힘에 가깝습니다.

잘 풀릴 때뿐 아니라,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중심을 지키는 태도.

그 태도가 쌓여 삶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혹의 독서는 점점 더 ‘내려놓는 연습’이 됩니다.

남의 속도에서 내려오고,

비교에서 빠져나오며,

불필요한 욕망을 하나씩 정리합니다.

장자는 그런 과정이 패배가 아니라 성숙이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제 하루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조급해질 때 숨을 고르고,

불안해질 때 잠시 멈추며,

남의 길보다 내 발밑을 살피는 연습을 해보려 합니다.


불혹의 나이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이 아니라, 더 깊은 태도인지도 모릅니다.

『삶의 실력, 장자』는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알려준 책이었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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