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서는 법

마흔에 읽는 니체 - 장재형

by 영백

마흔이 되면 단단해질 줄 알았습니다.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삶의 방향도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마흔은 예상보다 더 복잡합니다.

익숙해진 일상 속에서도 문득 허무해지고,

잘 해내고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게 맞는 길인가’라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그럴 때 니체를 다시 읽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사건입니다.


『마흔에 읽는 니체』는 니체의 철학을 쉽게 풀어낸 책이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니체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지 않습니다.

대신 묻습니다.


당신은 정말로 당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


남이 정해 준 가치 위에 서 있는 것은 아닌가.


젊을 때 읽었던 니체는 강렬했습니다.


‘초인’, ‘운명애’, ‘영원회귀’ 같은 개념들은 마치 더 강해지라고 외치는 문장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마흔의 나이에 다시 만난 니체는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더 높이 올라가라는 말이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도 스스로를 긍정하라는 요청처럼 들렸습니다.


특히 ‘운명애(Amor Fati)’라는 개념이 오래 남았습니다.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


좋은 일만이 아니라, 실수와 실패, 아쉬운 선택까지도 내 삶의 일부로 끌어안으라는 뜻입니다.


마흔이 되면 돌아보게 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조금만 더 용기 있었더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들이 문득문득 고개를 듭니다.


니체는 그런 후회를 단호하게 끊어냅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 그것마저 긍정하라고 말합니다.

후회를 반복하는 대신, 그 선택 위에서 다시 서라고 합니다.


이 메시지는 생각보다 위로가 되었습니다.

더 잘 살지 못한 과거를 탓하는 대신, 그 과거를 포함한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

불혹의 나이에는 그 태도가 더 중요해 보였습니다.


또 하나 마음에 남은 것은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니체의 경고입니다.

비교는 우리를 약하게 만들고, 타인의 기준 속에서 스스로를 재단하게 합니다.

마흔이 되면 비교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더 빠르게 성공한 사람, 더 안정된 삶을 사는 사람, 더 건강해 보이는 사람.


그러나 니체는 말합니다.


남의 길이 아니라, 자기 길을 가야 한다고.


불혹의 독서는 이제 ‘더 잘 되는 법’을 찾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니체는 우리를 강하게 만들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스스로를 속이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내 삶을 내가 책임지고, 내가 선택하며, 내가 긍정하라고 말합니다.

그 단호함이 마흔의 마음에 묵직하게 내려앉았습니다.


『마흔에 읽는 니체』를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단해지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다시 서는 능력이라는 것.


불혹의 나이에도 우리는 여전히 흔들립니다.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흔들림이 곧 실패는 아니라는 것을.

무너진 자리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니체는 말합니다.

당신의 삶을 사랑하라고.

그 삶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것이기 때문이라고.




월요일 연재
이전 05화5화. 흔들리는 삶을 붙잡는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