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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Sep 15. 2022

플랫폼이 집어삼키는 세상

가끔 상상을 한다. 길을 걸으면서 혹은 운전을 하면서….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본 장면처럼 로봇이 걸어 다니고, 홀로그램이 말을 걸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물이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세상을.


지금 두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변한 것이 없어 보이는데, 살아가는 방식은 상당히 디지털화 돼 있다.


영화에서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우리 삶의 곳곳에 첨단 ICT 기술이 스며들어 있다.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스마트폰 뱅킹, NFC 결제, 음식 배달, 자율주행 등 어느덧 많은 일상이 바뀐 것이다.


SF영화의 고전이 되어버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홍채인식, AI,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의 활용이 잘 표현돼 있다. 2002년 개봉됐으니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그때는 영화속 기술들이 머나먼 미래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조금씩 현실세상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렇게 세상이 변하고 있는 중심에는 ‘플랫폼’이 있다.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가 모이는 플랫폼을 움켜쥐는 기업이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 기존의 제조 기반 강자와 소프트웨어 기업들 역시 플랫폼을 만들거나, 플랫폼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이유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플랫폼


2021년 한국의 한 플랫폼 기업이 해외 자본으로부터 의미있는 투자를 받았다. 바로 여행 플랫폼 기업으로 떠오른 ‘야놀자’ 이야기다. 기술 기반 여행 플랫폼 기업의 잠재력을 인정 받아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운영하는 비전펀드2로부터 2조원의 막대한 자금을 확보했다.


이 투자를 진행한 소프트뱅크비전펀드의 문규학 매니징 파트너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야놀자가 거액의 투자금을 받은 이유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야놀자라는 기업이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의 첨단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는 기술 기업으로,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의 생산성을 모두 높일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야놀자에 대한 투자의 키워드는 ‘플랫폼’이다. 단순히 플랫폼 역할을 하는 기능을 갖춘 것은 무의미하다. 실제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비즈니스가 이뤄져야 하는 살아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어야 야놀자 처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야놀자 보다 먼저 투자를 받은 쿠팡 또한 차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인정을 받고,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으로 이른바 대박을 냈다. 당장의 적자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인정 받은 것이다.


야놀자와 쿠팡 모두 한국 시장에 서비스 기반을 두고 있지만, 언제든지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온라인 기반 플랫폼의 시장 확장성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빅테크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포털과 메신저를 근간으로 하는 1세대 스타트업에 속하는 이들 기업은,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콘텐츠에 주목했다. 웹소설과 웹툰, 그리고 음원 등의 콘텐츠를 통해 글로벌에서 통하는 플랫폼이 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양사는 북미, 동남아 등의 콘텐츠 플랫폼 시장에서 건강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KT와 같은 통신회사는 어떨까. 앞서 언급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과 결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역시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앞세워 체질을 바꾸고 있다. 전통적인 음성 기반 통신서비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통신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기에 가능했다. 인터넷 기업에 비해 구시대적이고, 답답한 조직문화에서 탈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다.


KT는 아예 회사의 정체성을 디지코(DIGICO, Digital Platform Company)라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정했다. 역시 이러한 근간은 기술력에 있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경쟁력을 통해 사람들을 모으고, 신사업을 활성화해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엿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에 있어 조금 더 세분화되고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처럼 전사적인 선언 보다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티맵 분사를 통한 교통 플랫폼, 11번가(SK플래닛) 등을 통한 이커머스 플랫폼 등 실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분야에서 통신 점유율 1위 기업이 가지는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핵심은 기술


소비자가 모이고, 서비스 제공자들이 모이는 곳.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력이 응집된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쥐는 세상이 왔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전통적인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분야에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와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동차 자체가 플랫폼이 되도록 전동화·자율주행화에 힘써야 하는 상황인 것처럼 말이다.


플랫폼이 형성돼야 돈이 모인다. 그 핵심은 역시 ‘테크(기술)’이다. 첨단 기술이 응집돼 만들어진 플랫폼은 새로운 산업·비즈니스가 아니더라도, 그 산업 자체의 가치를 끌어올려 준다. 


이것이 산업 혁신으로 이어지고, 소비자의 만족도는 물론 제공자의 생산성도 높여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평범한 일상을 두 눈으로 바라보자. 오토바이를 탄 배달 라이더가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풍경에서, 이제는 푸드테크가 보인다. AI와 빅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소비 분석, 첨단 네트워크 환경 아래서 주문과 배달·배송, 평가 시스템이 갖춰진 플랫폼 환경이 그려진다. 


이러한 플랫폼 시스템과 비즈니스 모델은 해외로 진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성장하는 우리나라의 미래 스타트업들의 모습까지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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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8/22/2022082202353.html

https://zdnet.co.kr/view/?no=2022082216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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