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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효정 Sep 16. 2022

빅테크와 디지털경제 속 아날로그의 가치는?

"가까운 미래에는 자율주행자동차 기능이 없는 자동차를 타는 것은, 말을 타고 달리는 것과 같은 체험 활동이 될 것이다."


과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이러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가장 혁신적인 전기차 기업으로 주목받던 테슬라는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혁신 기업의 괴짜 CEO이자 빅테크의 선도자로 추앙 받던 일론 머스크의 말이었기에 '재미 있는 발상이군'이라며 웃어 넘겼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머스크의 말을 다시 곱씹어 보았다. 많은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올인하고 있으며, 비록 레벨2 수준이지만, 자율주행차를 몰아본 운전자들은 머스크의 말에 적극 동감할 것이다. 

지금은 NFT(대체불가토큰)라는 생소한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공간에서 예술작품을 사고 판다. 일반인들에게는 엄청난 금액에 거래되는 아날로그 예술작품의 거래가 딴 세상의 이야기였지만, 보다 쉽게 접근하고 소유할 수 있는 NFT 거래소 기반의 디지털 예술품 시장이 광범위하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NFT에서의 거래는 현금 대신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활용한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업무를 보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오프라인 공간이 아닌 메타버스로 조금씩 옮겨지고 있다. 자산의 아바타를 만들어 디지털 공간에서 활동하고, 연예인 대신 가상인간이 새로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디지털전환에서 시작됐다. 아날로그의 디지털화가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인류의 삶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전환은 기업의 업무활동 뿐 아니라, 기업이 제공하는 플랫폼 기반 서비스의 진화를 가져왔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제 대세가 됐다. 사람들이 O2O(온오프라인연계)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면서 전자상거래와 구독서비스, 각종 배달 플랫폼들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 결과 플랫폼 노동자, 인플루언서 등 새로운 직업이 각광을 받고, 기업들은 저마다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발자들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발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고,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는 인플루언서와 배달 노동자에 대한 설왕설래도 잦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는 알 수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될 것 같은 분위기에 빠져 있지만, 인류의 삶은 아날로그와 불가분의 관계다. 인간이 가진 아날로그 감성은 '사람을 더 사람 답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전기차에 내연기관 자동차 엔진 소리를 입히는 것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만 할 것 같은 아이들이 여전히 책을 재미있게 읽는 것도, 메타버스나 가상현실 공간 대신에 연인과 가족들이 직접 만나서 온기를 나누는 것이 더 정겨운 것처럼 아날로그의 가치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빛이 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공생 관계다. 아날로그에 대한 수요와 가치가 있기에 디지털의 가치도 높아지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사람 간의 소통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기 위한 수단이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같은 빅테크 기술은 인류 문명의 패러다임을 전환시켜 준 고마운 존재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디지털 경험과 그에 따른 시대 변화는 인간 중심의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날로그의 원천은 '자연'이다. 우리는 이제 IT 기술을 활용해 산업화라는 미명하에 인류가 파괴한 자연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결국 디지털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류의 삶에서 아날로그의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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