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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연구소 May 04. 2023

모두를 위한 성적권리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1부_변재원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로고 (출처: 셰어)

사무실로 가는 길


녹번역에 위치한 셰어 사무실. 얼마 전 노동건강연대를 찾아갔을 때와 같은 은평구였다. 지하철역으로는 불과 한 정거장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은평구는 여러 시민단체가 모여 있는 대표 자치구다. 2000년대 초에는 종로 이곳저곳에 있었던 단체가,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로 좌향좌 떠밀렸고, 근래 들어 은평구에 삼삼오오 다시금 터를 잡는 중이다.


가장 최근에는 인권운동의 버팀목인 <인권재단 사람>도 은평구로의 이전을 앞두고 있다. 마포구 성산동에서의 자리를 마무리하고 은평구 신사동으로 옮기는 대대적인 이사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2020년대 은평구는 공익활동이 박작거리는 대표적인 자치구로 발돋움했다.


소박한 동네 주변에 여러 활동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지면서도, 또 언제 내몰릴지 몰라 두근두근 걱정이 들기도 한다. 요즘따라 살벌한 재건축·재개발 풍문이 도는 은평구의 분위기를 보면 충분히 그럼직하다.


녹번역에 일찍 도착해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인터뷰 시간을 맞춰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속이 예정된 건물 위층으로 올라가려는 데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없었다. 무언가 기이한 구조의 공간이었다. 대체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 건지 한참 헤매다 주변 행인이 나를 주차장 쪽으로 데려갔다. 건물 밖 주차장 쪽에 엘리베이터가 달려 있었다.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안내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드렸다. 겨우내 건물 위층으로 올라갔다.


건물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셰어 사무실을 찾지 못했다. 어두운 미로 같은 통로와 방들이 몇 개 더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길을 모두 뚫고 어두운 개미굴처럼 형성된 여러 공간들을 헤쳐 지나갔다. 한참을 헤맨 끝에, 크고 작게 배치된 공간들을 뚫고 조그마한 문 앞에 이르렀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라는 작은 현판을 마주했을 때, 그 좁은 미로를 탈출한 것만 같아 어찌나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공유 사무실로 보이는 일터의 한 구석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그마한 방 한 곳에서 여러 단체들이 함께 일하는 것 같았다. 괜히 이것저것 쳐다보면 실례가 될까 봐 고개를 숙여 있다가 꾸벅 졸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깼다. 만나기로 한 셰어의 나영과 타리 활동가였다. 나영 활동가는 타리 활동가와 나를 데리고 근처 회의실 한 곳으로 씩씩하게 안내했다.


커다란 테이블이 놓인 빈 방에서야 활동가들을 마주하고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연구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 뒤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나영 활동가가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현재 셰어 활동가이며 셰어에 오기 전까지 <문화연대>에서 7년 반,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페미니즘학교>에서 8년간 활동했으며, 지금은 <셰어>와 더불어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에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나영 활동가와 나란히 앉은 타리 활동가는 과묵한 모습 사이 장난기가 얼굴에 묻어 나오는 활동가였다. 그는 자신을 셰어 내부의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팀장이라고 소개했다. 의역컨대, 셰어에 설치된 ‘다 느껴 연구소’의 소장직을 맡고 있는 활동가였다. 이름을 번역할 때마다 피식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귀여운 명칭의 연구소였다.


타리 활동가는 셰어의 산 증인이었다. 셰어의 설립 멤버들이 만나게 된 계기인 2015년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기획단을 거쳐, ‘성과 재생산 포럼’으로 확장하고, 그것이 셰어로 이어지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했던 활동가였다.


셰어는 내가 아는 활동단체 중 가장 긴 이름이었다. 무려 26자에 육박하는(공백을 제외하고도 무려 20자!)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셰어 SHARE>의 단체의 이름을 지니게 된 복잡다단한 운동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묻자 타리 활동가는 장애여성운동을 언급했다.


타리: 개별적인 장애 운동과 여성 운동의 접근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고민이 있었어요. 과거에는 장애 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이 어떻게 서로 만나야 할지를 잘 몰랐었어요. 당시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이 그러한 답답함을 많이 토로했고요. 이 이야기를 깊이 나눌 수 있는 동료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처음 출발하게 됐어요.”


장애와 젠더에 대한 문제가 단지 ‘장애 운동’ 혹은 ‘여성 운동’ 한쪽에서 다루어질 수 없다는 고민과 갈증을 갖고 있는 당시 활동가들은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기획단’을 꾸렸다. 그들은 모임 때마다 장애 여성과 낙태죄에 대한 다방면의 물음을 던지고 답했다. 때로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고민하기도 했고, 정상성을 기준으로 몸을 구별하는 사고방식에 잠재된 폭력성에 대해서도 근본적으로 논의했다.


재생산권 운동은 이 모임으로부터 기지개를 켰다. 장애인 혹은 여성을 기준으로 구호를 만드는 것을 넘어, 권리를 최우선적으로 여기게끔 하는 단어였다.


타리:  ‘장애 여성’이라는 소수자 관점에서 낙태죄를 다시 바라보면서 국가 폭력과 인구 통치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걸 그때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그간 국가가 생산적인 몸, 바람직한 몸, 정상적인 몸과 그렇지 않은 몸을 나눌 때 더 억압했던 몸은 ‘장애인의 몸’, ‘부랑인의 몸’, ‘혼혈인의 몸’이었어요.


재생산권에 기반한 논의는 그간 국가가 누구의 몸을 우선할 것인지 물었던 것들이 무색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나아가, 낙태죄의 문제에 있어서도 생명권과 선택권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와 같이 이분법으로 구획된 질문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초창기 활동가들이 중요하게 인식한 것은 ‘누구의 몸이 더 값어치 있는가’ 혹은 ‘누구를 살릴 것인가’와 같은 택일의 방식이 아니라, 모두의 성과 재생산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당시 사진 (출처: 장애여성공감)


재생산권에 기반한 운동은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 간에 어떤 신체가 더 중요한지를 묻는 것에 비판하는 힘을 갖고 있었지만,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다소간의 어려움도 있었다. 영단어 재생산(reproduction)은 후손을 낳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관계 등을 의미하지만, 한자어로서 재생산(再生産)은 인간에게 좀처럼 쓰이지 않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재생산권은 국제 사회 논의에서 출발한 개념이었다. 1968년 테헤란 국제회의 당시 재생산권은 “부모가 자녀의 수와 터울을 자유롭고 책임 있게 결정하는 권리와 이에 관한 교육 및 정보에 관한 권리”를 의미했다. 단지 다음 세대를 낳고 기르는 임신과 출산의 생식적 권리만을 뜻하지 않고, 포괄적인 차원에서 성적 권리를 바라보았다. 1994년 UN이 카이로에서 개최한 컨퍼런스에서도 재생산권은 단일한 권리가 아니라 권리들의 집합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아이를 언제 어떻게 얼마나 낳고 성건강과 재생산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등의 권리를 포괄했다(박이대승, 2020)


재생산권은 억압 없이 자유로운 성관계를 가질 권리까지 포괄하는 개념이었으며, 재생산권 운동은 출산에 직접적인 연관을 맺는 임신 활동뿐만 아니라 성교육 등의 문제도 중요하다는 것을 주목했다. 근본적으로, 현재의 재생산권 운동은 상품과 이윤을 위한 생산과 재생산만이 아닌 사회 공동체와 구성원의 삶을 유지하고 이어나가기 위한 활동이자, 그 권리를 모두에게 평등하게 보장하기 위한 방향으로서의 재생산 권리의 보장과 재생산정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어떻게 재생산권의 의미를 알려나갔을지 궁금해졌다. 단지 자녀를 낳을 권리 혹은 성교육받을 권리라고 압축하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재생산권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는지를 묻자 타리 활동가는 여러 장애여성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타리: 저희가 만났던 분들 중 출산과 육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소아마비 장애 여성들과 중년 여성분들이 계셨어요. 거주시설에서 나와 자립 생활을 하고 계시는 중증 장애인 분들도 계셨죠. 저마다 성에 관한 경험과 인식이 달랐어요. 출산과 육아를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는 분들은 모성권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했고요. 한편, 시설에 계셨던 몇몇 분은 아예 성교육을 받아본 적조차 없었어요. 당장 재생산권의 의미를 일방적으로 전하기보다는 함께 모여 꺼내기 어려운 얘기부터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던 것 같아요. 아무도 물어보거나 답하지 않았던 문제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지만 엄청난 노력, 고생, 고통이 들어가 있는 생생한 경험들을 함께 얘기하는 시간부터 가졌던 거죠.


당시 활동가들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장애여성에게 재생산권이란 이러저러한 권리라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차별과 억압으로 입을 열지 못했던 장애 여성, 중년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했다. 어디서도 말할 수 없었던 성과 재생산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시간은 재생산권에 대한 개념 교육보다 더 중요한 시간이었다.


재생산권의 의미가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저마다 확립되기 시작했다. 누군가 재생산권의 경계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고 확정하려 하지 않았음에도, 당사자들은 재생산권의 의미를 몸소 실감하고 있었다. 저마다 갖고 있는 성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했고 서로 공감하면서 그들은 무엇도 암기하지 않은 채로 생생히 체감했다.



이성애만을 염두에 두지 않는 성적 권리


셰어에 모인 활동가들은 여성의 임신, 출산, 양육에 기반한 재생산권에 대한 논의에 더해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이들의 성적 권리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갔다. 사회 통념상 유일하게 ‘정상적인 사랑’으로 인정되는 이성애 중심의 사랑만을 주목하지 않고, 동성 파트너십, 성노동, HIV/AIDS 감염자의 성생활 등 우리 사회가 좀처럼 관심 갖지 않거나 혐오스럽게 취급하는 다른 몸과 정체성을 지닌 이들의 성적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성적권리 옹호 활동 앞에서 나이, 인종, 성정체성, 장애, 국적, HIV/AIDS 감염 여부 등은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나영: 올해에는 여러 이야기를 같이 나누는 자리가 계획되어 있어요. (셰어의 첫 연계병원인) <색다른의원>과의 워크숍인데요. 서로 다른 신체와 질병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과 맥락을 얘기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죠. 첫 번째 워크숍에서는 질과 자궁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얘기할 거예요. 레즈비언 부치, 트랜스젠더, 50대 여성의 질과 자궁에 관한 의미를 얘기하는 거죠. 또 접근성에 관한 논의도 진행할 예정인데요. 청각장애인, 쉬운 언어가 필요한 사람, 이주민/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의 성적 권리를 위한 접근성을 확장하는 활동이 올해부터 조금씩 시작돼요.


‘에브리바디 플레져랩’에서 제작한 성교육 워크북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일대일 관계를 전제로 한 이성애 중심적인 성관계만을 논의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성관계를 염두한 성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셰어가 진행하는 성교육은 강의자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직접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고, 어떻게 더 즐겁고 안전한 성관계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영: 워크북을 만들 때 원칙으로 삼은 것은 성교육에서 전제하는 대상을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이성애만을 전제하지 않고, 파트너도 한 명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고요. 때로는 성관계 중 약물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도 염두하고요. 성교육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교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원칙을 두었어요. ‘뭘 하려거든 이렇게 해보세요’하는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자신만의 경험을 찾아나가는 것 자체에 중점을 뒀어요. 가령, 성관계 중 어떤 감각이 느껴지는지. 내가 생각하는 성관계의 시작과 끝은 어딘지, 성관계 전 언제 어떤 동의가 요구되는지. 성관계에서 무엇이 좋았는지 이런 것들을 자세히 찾아보는 활동이죠. 6-7개의 지표를 토대로 성관계 상황을 되짚어보는 방식으로 그간 살펴볼 수 없었던 경험을 직접 써보고 찾아가면서 자기 경험을 돌아보는 거죠.


 <에브리바디 플레져랩>에서 제작한 <에브리바디 플레져북> (출처: 셰어)


화면을 멀뚱멀뚱 바라보며 받아 적는 기존의 교육 방식 대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성교육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성교육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의 호응이 어땠는지 묻자 나영과 타리 활동가는 번갈아 웃으며 말했다.


나영: 아주 신났죠. 너무 신이 나서 워크숍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요. 정말 끝이 안 났어요. 그간 어디서 이런 얘기를 나눌 데가 없었다고 해요. 성에 관한 얘기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할 수는 없잖아요. 정말 좋아하셨어요. 많이요.


타리: 그간 성교육의 대상에서 소외되어 얘기할 수 없었던 분들이 많이 참석하다 보니까. 열심히 하고자 하는 욕구가 대단했어요. 다양한 얘기들도 많이 나왔죠. 어떤 참가자는 얘기를 듣다 보니, 자신이 다소 보수적인 ‘유교게이’ 였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하며 새로운 것을 배워 가기도 했죠. 다양한 꿀팁도 서로 나눌 수 있었고요.



‘여성친화’란 무엇인가. 무엇이 ‘여성친화’인가.


셰어가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해 다양한 옹호 활동을 펼치는 단체라면, 셰어의 친구인 색다른의원은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사회 구성원들이 맘 편히 들릴 수 있는 병원이었다. 색다른의원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셰어 활동가들은 다양한 몸이 지닌 성적권리와 재생산권을 숨기지 않고 존중받으며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라고 소개했다. 셰어 홈페이지에 기재된 내용에 따르면 색다른 의원은 “생애주기의 관점에서 지정된 성별에 제한받지 않고 스스로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진료와 상담,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병원이었다.


활동가들로부터 색다른의원 소개를 듣고도 무슨 의미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산부인과를 가본 경험이 없는 내 입장에서는 모든 산부인과가 이미 여성에 친화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 동네 지하철역에서도 산부인과를 여성 친화 병원이라고 홍보하는 문구를 익숙하게 봤던 것 같은데, ‘색다른의원’이 왜 별도로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활동가들에게 ‘여성 친화적인 산부인과’는 이미 여러 곳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여성 친화란 무엇인가. 무엇이 여성친화인가...” 나영과 타리 활동가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영: 이 병원은 단지 여성 친화라는 문구 혹은 성별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사람, 다양한 몸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에요. 산부인과 관련 진료뿐만 아니라 성과 재생산 건강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병원에 찾아갈 수 있는 거죠. 병원 공간을 꾸밀 때도, 문진표의 질문을 구성할 때도, 상담 체계를 정할 때도, 다양한 몸을 지닌 사람들을 많이 고려했어요. 가령,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공간을 조성하거나, 성소수자나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신체적 조건에 맞춰 응답을 할 수 있는 문진표를 만드는 식으로요. 무엇보다 색다른 의원은 환자 대 의사의 관계만으로 끝나지 않고, 진료를 통해 공유되는 여러 경험과 이야기들을 활동과 잘 연결시키고, 법·정책과 연결시키는 역할로서의 지향도 가지고 있죠.


색다른의원 사진(출처: 셰어)


색다른의원은 다양한 성정체성을 지닌 사회 구성원의 건강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정책 활동과 연계해서 성적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공간이었다. 셰어는 색다른의원과의 연계 외에도 낙태가 임신 중지의 관점이 사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작년에는 서울대 법학연구소 학술대회에서 참여하여 재생산권리 실현을 위한 제도를 제안하고, 태아산재법에 대해 분석하고, 임신중지 경험을 실태조사하는 지식 생산 활동 등을 지속했다. 나아가 지난 10월에는 재생산정의 실현을 위한 <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안>을 제시하고, 관련 해설집까지 만들어 배포했다. 타리 활동가는 다방면에서 이루어지는 셰어의 활동의 의미를 이렇게 소개했다.


타리: 저희는 성과 재생산을 주제로 활동하는 유일한 단체예요. 그와 관련된 담론을 만들고, 법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고요. 동시에, 의료인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역할을 규정하고, 책임을 질문하기도 하죠. 또 인권의 한 영역으로서 재생산권이 권리가 되기 위해서 국가는 무얼 해야 하는지 책임을 갖는 담론을 만드는 거죠.


셰어는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의 자유롭고 건강하게 성과 재생산 권리를 위해 몸의 억압을 거부하는 동시에, 자신의 활동 영역 또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한 줄로 이러저러하다 정의하기에는 기묘한(queer) 단체였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활동에 함께하고 싶다면


1. 정기·일시 후원 참여하기

셰어는 누구도 차별받거나 배제되지 않고, 자유롭고 건강하게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누리며, 충분한 정보와 평등한 자원을 바탕으로 서로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셰어의 정기후원 회원 ‘조이’가 되면  이처럼 다양한 셰어의 활동을 지지하며 각종 단체 행사에 참여하고 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셰어의 후원 신청은 이곳에서 할 수 있다.


2. 이슈페이퍼·기타 발간 자료 읽기

셰어는 주기적으로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다양한 해외 이슈페이퍼 및 기타 자료를 번역·발표한다. 2023년에도 『(국내이슈) 소수자의 즐거움을 바라지 않는 사회에 저항하는 성교육』, 『(리뷰) 욕망에 대한 성찰은 왜 ‘섹스할 권리’의 확장으로 연결되지 않나』 등 다양한 이슈페이퍼를 발표할 뿐만 아니라, 학술대회 자료집을 게시했다.

셰어의 지식이 담긴 다양한 이슈페이퍼 및 자료 등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3. 에브리바디 플레져북과 섹스 빙고 활용하기

셰어 내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팀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포괄적 성교육을 위한 에브리바디 플레져북과 섹스 빙고를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몸과 관계, 다양한 성적 즐거움, 모험도 즐거운 탐험이 될 수 있도록 검열 없는 가이드 및 모두의 성건강을 찾기 위한 가이드가 필요한 이들 모두 자료를 활용해 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셰어 플레져랩 팀의 자료는 이곳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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