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와 부를 다 누리는데 불행합니다.(1)
철학을 전공했지만 한계를 느껴 명상에 몰두해 깨달음을 얻고 싶습니다.
(60대 중반의 여성, 1년 6개월 동안의 대화를 압축함)
그녀
저는 나이는 60대 중반 여성이며 두 딸이 있고 남편도 저도 교수직에서 은퇴한 상태입니다. 우리 가족은 다른 이들이 부러워할 만큼의 재산이 있고 예전부터 철학을 가르치고 책도 썼지만 60이 넘으니 허망함과 불행함을 지울 수 없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명상 서적과 유튜브를 통해 깨달음을 찾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잘못 살아온 생각이 들 때마다 열심히 책을 읽고 노력하지만 그때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답
정확히 깨달음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이 사과인지, 배인지, 장미꽃인지, 아니면 쓰레기인지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
음, 제가 몇 년 전에 우연히 만나게 된 깨달은 분이 있습니다. 그분과 있을 때 기쁨과 행복감으로 아, 이런 상태가 깨달음이구나 하며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죠. 그분은 ‘너에게 전해지는 행복감은 내가 주는 것이아니라 나는 텅 비어 우주의식을 전달하는 것일 뿐이며 너 안에도 이 우주의식의 완전한 사랑이 있고, 존재계가 너에게 주는 사랑일 뿐이다.‘ 하였습니다.
저는 그분처럼 행복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깨달음이란 무엇인지 많은 강의와 책을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내 삶은 늘 같은 수레바퀴 속에서 조울증 환자처럼 기분이 좋아 날뛰다가 갑자기 축 쳐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질문
당신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디서 좌절과 불안, 그리고 가족에 대한 불만이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당신은 열정과 수용 능력이 뛰어나지만, 중심이 부서져 조화로운 삶을 느끼기 어려워 보입니다. 동시에 머리의 빠른 판단이 당신이 허상으로 만들어 놓은 인격을 따라가느라 힘들어 보입니다. 교수로서의 노력과 경험은 머리로 살아가는 인격을 형성했지만, 실제 당신의 본 모습과 기질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녀
제 아버지는 100세이고 재산가이며, 현재도 책을 읽고 계십니다. 제 엄마는 10년 전에 치매로 돌아가셨고, 큰 딸은 미국에서 건축설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작은 딸은 40대이지만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지만, 그림을 그리며 복지관을 오가며 지내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임신하여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현재는 은퇴하여 집에 있는 상태입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막내 딸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왔지만 언니들과 남동생은 교수나 사업가로 성공하여 잘살고 있습니다. 부족한 것이 없는데도 나 자신이 모자라고 찌질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질문
당신은 저를 처음 만났을 때 다운증후군 딸과 여행 중이었습니다. 그때 당신은 그녀를 입양한 딸이라 말했었지요. 저는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당신이 솔직하지 못한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착하고 최선을 다하는 엄마였고 지극히 딸을 사랑하지만 너무나 부담스러운 책임감으로 괴로워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제가 당신이라도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녀
저는 그 딸을 돌보는 데 평생을 소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솔직히 원칙주의자 남편도 힘들고 잘난 척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지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게 제 마음입니다.
질문
딸의 태어남과 성장 과정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그녀는 딸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에 실망해서 전생 치료, 최면 요법까지 했으며 딸이 부담스러워 관심을 줄이고 자유를 찾아 살고 싶은 열망으로 고뇌할 때마다, 딸이 난폭해지고 조현병 증세로 폭력적으로 변해 가족을 때린 기억을 이야기 했다. 영원히 족쇄처럼 그녀를 돌보며 살아오다 보니 이 까르마에서 벗어나고 싶었기에 고엔카 위빠사나 10일 코스를 등록했지만 딸 때문에 갈 수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녀가 자신보다 하루 일찍 죽음을 맞이한다면 더할 수 없이 만족할 것이고 수많은 과정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순수한 딸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 함)
그녀
저는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습니다. 사실은 전생이니 깨달음이니 하는 것을 절대로 믿지 않습니다. 기독교를 혐오하고 신을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더 나은 삶, 뭐랄까 남을 위해 봉사하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깨달음을 얻으면 그런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바보스럽고 남에게 늘 잘 해주려다 보니 휘둘리고 돌아서면 후회합니다. 이런 내가 깨달을 수 있을까요?
질문
당신의 삶 속에는 불행한 마음을 자극하는 코드가 몇 개 있더군요. 그 중에 하나가 남편과 시댁입니다. 부산에 있는 시댁에 일 년에 서너 번 가면 된다고 하시는데 왜 그렇게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가요?
그녀
결혼 전에 시댁이 그렇게 저질인 것을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80이 넘은 시부모님은 노쇄하지만 성격이 강해 특히 시아버지는 저를 노예 취급합니다. 이 나이에도 추석과 설날에는 큰 며느리로써 온갖 음식을 만들어 가는데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시누이와 삼촌들이란... 인간답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이기적이고 저의 딸을 모두 벌레 보듯이 하기도 하였습니다. 저의 큰 딸이 미국에서 잠시 인사차 들렸을 때도 시누이에게는 용돈을 퍼주면서 차비 조차 주지 않더군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 되어 돌아오는 길에는 남편과 싸우곤 합니다.
질문
듣기로는 남편께서 장남이지만 아버님과 사이가 나빴던 것 같습니다. 당신의 고정관념이 강한 편입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철학을 머리로 받아들여 생각으로 사시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삶은 전체이고 현실이고 감성이기도 한데 남편에게 불평을 하면서도 남편이 왜 그러는지 이해해 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해가 안되면 싸우게 되고 인정할 수 없지요.
그녀
이 사람은 나를 위해 요리를 하고 딸을 위해 운전을 해주고 항상 서재에서 책을 보곤 합니다. 그리고 몹시 우울해 보여서 제가 사소하게 '당신은 왜 그래?' 하며 어쩌다 약점을 들추게 되면 폭발하는 통에 무서워서 제가 주눅이 들어 있습니다.
질문
당신의 파트너인 남편에 대해 당신은 모르는 게 너무나 많아 보이고 탐구하거나 성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남편은 이기적인 아버지에게서 받은 멸시와 모멸감으로 약점에 아주 예민한 사람입니다. 지적질을 하는 당신에게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지지 못한 어린시절의 상처가 자극되니 당신 또한 그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일 것입니다.
그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나이가 몇 인데... 그 사람은 아버지가 죽으면 미국에 가서 살다 오겠다면서 아버지가 죽기를 기다리는 눈치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게다가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변하고 공격적이기까지 하니.
질문
당신은 가족의 불행한 원인을 보지 않고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야 하며 한탄만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당신 자신의 그리고 가족의 마음 형성 과정을 성찰하지 않는다면 전혀 변할 수 없습니다.
그녀
저는 명상과 마음공부에 관한 책을 수백권 읽었습니다. 깨달음을 얻으면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명상은 저에게 불가능합니다. 명상이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막상 '저걸 왜 하나? 한다고 뭐가 달라져?' 하는 생각에 명상에 관한 서적을 보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도대체 명상이 무엇입니까? 깨달으면 되는 것입니까? 당신은 깨달았습니까?
질문
저는 깨달았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보고 느끼는 대로 판단하시면 됩니다. 배움은 끝이 없고 깨달은 것도 있고 아직 깨우치지 못한 것도 있겠지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당신의 특징은 열정적인 행동파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앉아서 하는 명상은 남보다 몇 배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명상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엉덩이가 들썩 거리고 생각이 순식간에 오가는데 명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고역입니다. 그리고 철학을 공부한 두뇌 패턴이 경험적이고 실증적이지 않으면 믿지 못하게 구조화되어 굳어있습니다. 이것이 해체되기 위해서는 원하지 않는 사건들을 해석하고 불행의 근원을 이해하고 제거해야 도움이 됩니다. 생각은 아마도 늘 똑 같은데 명상 유튜버를 보면 '그게 옳은가 혹은 좋은데?' 할 뿐 당신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지나갈 뿐입니다. 설거지 할 때 무슨 생각을 합니까?
그녀
뭐... 별의 별 생각을 다 하지요. 요즘은 마이클 싱어와 채널링 가르치는 유튜브 그리고 온갖 명상법과 가르침을 닥치는 대로 보고 있습니다. '아! 이거지'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오늘은 기분이 너무 안 좋습니다. 남편이 처리안 한 일이 있어서 '당신 하는 일이 그렇지, 이렇게 했으면 복잡하지 않잖아. 늘 저런다니까' 하는 말이 그만 쑥 튀어나와 남편이 화를 내고 저에게 덤비더니 멱살을 잡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쫄아서 우물거리다 싸움은 끝났지만 저런 인간하고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숨이 막혀 산책을 갔습니다. 저는 수많은 진리의 글을 보았고 알 것 같았는데 '휴' 이런 내 모습이 정말 싫습니다.
질문
우선 일상에서 자신을 비하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스톱하는 훈련을 해봅시다. 몸과 마음이 너무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그 간격이 심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남을 미워하기 보다는 스스로 반성하며 선하게 살아왔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존재의 힘이 깨어나면 마음의 주인이 되어갈 것입니다. 굳이 명상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좋아하시는 자전거를 탄다거나 음악을 몹시 좋아하시니 음악으로 잡다한 생각을 멈추는 것도 좋은 방편입니다. 내면으로 깊히 몰입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잡다한 작용을 스스로 멈추고 열 수도 있다는 것을 체득해가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말끝마다 '아유... 내가 이모양 이꼴이지'하는 습관을 깨어서 제거해 봅시다. 당신은 훌륭한 엄마이고 선한 완벽주의자입니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무얼 그리 잘못했다고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는 것입니까?
분명 어린 시절 분위기와 양육 환경에서 엄마와 형제들은 당신에게 높은 기대를 했고, 특히 바로 위 오빠와의 비교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가끔 당신이 오빠 이야기를 할 때 필요 이상 비하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막내인 당신이 사랑받기 위해 또 오빠보다 잘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당신의 예민함에 불을 지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녀
물론, 저의 엄마는 아주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그 당시 공부를 많이 하지는 못했기에 저의 형제들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언니도 박사이고 의사이니 막내인 저도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했기에 미국 유학을 간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당할 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좋은 분이셨습니다.
질문
아... 좋은 분이 아니란 뜻이 아닙니다. 당신은 엄마와 어린 시절 환경에 대해 질문할 때 마다 아주 방어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하십니다. 아직 가족과의 심리적 독립 대신 깊은 의존이 느껴집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은 부모의 가르침, 즉 초자아를 아직도 그대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가치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사춘기와 결혼 등을 통해 자신의 마음구조와 환경에 맞는 자신의 가치관을 당신답게 독립적으로 형성하게 됩니다. 이것이 성장입니다만 당신은 선하고 수용적인 성향이라 실존적인 개인으로 독립을 못해 당신이란 가치관에 강력한 영향력을 아직도 잠재적으로 행사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당신은 자본주의적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녀
무슨 뜻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