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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신으로 살기 (76)

빙의가 된 것 같은데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2)

질문

잘 견뎌내셨네요. 당신이 살아온 세월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더우기 당신이 한참 예민하게 모든 것에 열려 있는 시기에 언니가 돌아가셨으니 참 많이 힘들었겠어요. 어머님이 조금 지혜로웠다면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무당말만 믿고. 부모가 무당이었다고 자녀도 무당이 꼭 되란 법은 없습니다. 어머님의 의식이 무당보다 높은 경지가 되면 다스려지는데 그 시대 어른들이 알기에는 힘든 일이었을 거예요. 모든 생명은 나름의 배움을 위해 태어나고 죽어도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 것을 지금은 아시니까 많이 극복이 되셨는지요? 

그녀

맞습니다. 젊은 날들은 고통의 무게로 죽고 싶었지만 마음공부를 하면서 이해가 되어 지금은 그렇게 끄달리지 않습니다.

질문

당신의 부모님도 쉬운 세월은 아니었겠습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인내의 세월을 견디다 못해 치매에 걸리신 것도. 이해가 됩니다. 어머님은 과거를 잊고 싶어 치매 상태를 스스로 선택하신 것 같습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데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그녀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많이 아프고 죄의식도 느꼈어요. 저 혼자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도망 나온 것 같아서. 헌데 지금은 잘 한 것이라 믿고 싶어요. 지금 엄마를 바라보면 보살님 같아요. 너그러우시고 어린아이 같아요. 지혜로운 분이시죠.

질문

따로 명상을 하거나 공부를 한 것도 아닌데 많은 여성들이 멋지게 늙어가면서 보살이 되더군요. 그래서 가끔 할머니들을 보면서 놀라기도 합니다. 세월이 가득 쌓인 주름 하나하나에 인내와 정진 그리고 자비의 마음이 느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들의 오만함이 없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묻어나지요. 여하튼 가정이 불화와 폭력이 심할 때는 가능한 빨리 멀리하고 경제적, 심정적 홀로서기를 해야 훗날에 흔들림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인격이 되기도 합니다. 지금 당신이 늙은 부모님을 모시고 돌보는 것은 당신이 사랑을 회복했기에 가능한 것 아니겠어요? 

그녀

정말 외롭고 정신병에 걸릴까 걱정할 만큼 힘들었어요. 이제는 제 선택이 바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를 몇 십년 만에 함께 지내다 보니 여전히 고집스럽게 제 말도 안 듣고 인정 못하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라 싸우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놀라고 말지요. 아! 내가 마음 공부 잘 해서 다 이루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한 순간에 화를 못 참다는 것을 보면 정신이 없습니다. 요즈음. 잠은 거의 못 자고 하루가 멀다하고 아픈 몸으로 밭에 나가 일을 하는 아버지를 말리다 언쟁이 붙고, 그 양반은 변함이 없으니...... 내가 가게 문도 닫고 와서 뭐하는 짓인가 의문이 들지만 떠날 수도 없어요. 도저히 엄마와 아버지를 이대로 두고 떠나면 다시 곧 와야 할 사고가 터질 것이 뻔하니까요. 벌써 3년째 고집스런 두 사람 때문에 내려 올 수 밖에 없었어요. 엊그제는 마당에서 넘어져 아버지가 또 병원에 입원했어요. 얼마나 까다로운지 간호사들이 힘들어할 정도예요.



질문

6자매 중에 당신이 부모님과 가장 많이 연결되어 있고 전생에도 인연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 씨를 뿌리지 않았는데 싹이 날 수는 없습니다. 당신도 아시겠지만. 이번에 잘 다스려서 다음 생에 이 고통을 반복하지 않을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인도식으로는 까르마 요가라고 하지요. 힘드셔도 사랑으로 마무리 잘 하시면 아버님도 안 듣는 척 하면서 변화해 가실 것입니다. 노인들은 마음이 굳어지고 포기 상태라 변화가 더딥니다.

그녀

어떻게라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다행히 아버지가 싸우면서도 제 말을 조금은 흡수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진심으로 아버지가 죽음을 받아들이고 천국에 가시길 바라거든요. 사후세계 이야기도 해드리고 엄마를 놓아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반복하니 아버지도 엄마를 요양원으로 보내 드릴 수 있을 것 같고, 자신은 죽어도 요양원에 안 가신다 하지만 요즘은 '옛날에 미안했다.'는 말을 할 정도는 되었으니 좀 더 참고 노력해 볼까 합니다.


(두 달이 지나고)

엄마는 요양원에서 잘 지내고 계시는데 아버지가 엄마를 보고 싶다면서 울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어요. 그때가 기회다 생각해서 당신이 살아온 과거를 반성하고 회개하라 했더니 '미안하다. 미안해' 하더라고요. 우리 아버지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저도 붙잡고 감사하다고 울었어요.

질문

드디어 기회가 왔네요. 아버지에게 화는 그만 내셔도 될 듯 합니다. 조곤조곤 삶의 이치를 가르쳐 드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알려드리면 마음이 열려서 한결 편안해지실 것은 분명합니다. 사실 두 분 다 살날이 많지는 않아요.

그녀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이번에 제가 배운 게 참 많네요. 내가 세워놓은 나란 인간은 이런 사람이지 하는 강한 마음이 무너져 보니 배움에 끝이 없단 생각입니다.

질문

당신은 가끔 멍해지고 차갑게 돌변하곤 합니다. 혹시 자주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를 듣거나 수면을 방해 받지 않으신지요?

그녀

 솔직히 불면증이 심해 잠을 못 자는지 꽤 오래되었고 아주 젊은 날에는 사람들의 오라를 보기도 하고 식물과 대화도 하고 살았습니다. 목소리가 들린지도 꽤 되었고 문제라 여긴 적은 없어요. 헌데 요즘에 이 목소리가 신의 소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깁니다. 내면의 소리라 믿고 그에게 질문하면 답을 주곤 해서 의심하지 않았었는데.

질문

당신은 너무 마르고 창백해 보여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미안하지만 제 눈에는 당신이 젊은 날에 너무 외로워서 다른 에너지체를 불러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교회를 다니며 성령 체험 속에서 행복감도 느끼셨겠지만 실재 삶은 늘 외롭고 의지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어려움을 견뎌내야 했지요. 당신의 가슴 챠크라가 많이 열려 있으니 아마 누군가 당신 안에 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녀

(한참 침묵)

질문

당신이 누군가의 속삭임을 듣고 그 말을 따라 해본 적이 있지요? 어떠셨습니까? 다른 사람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은 당신을 이끌어주는 삶의 의미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가끔 당신이 멍해지고 말을 알아듣지 못하며 표정이 없이 날카롭게 쳐다볼 때는 무언가 자연스럽지 않은 당신의 모습이 안에 있습니다. 당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그녀

음. 한 번은 귀에서 '여기로 가라. 거기로. 가라.' 해서 무작정 거기를 찾아 걸어본 적이 있었어요. 제가 찾는 것이 거기에 있단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헌데 없더라고요. 어찌나 더운 날 고생을 했는지, 그때부터 이것이 내면의 소리가 아니라 빙의된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질문

그전까지는 몰랐다는 말인가요?

그녀

사실 몰랐고 그런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가끔 나답지 않은 충동이 올라올 때는 기도를 하면 응답을 해줬어요. 그 소리 대로 해보긴 하는 데 결과가 좋지는 않았던 것 같으니까 의심은 하면서도 계속 말을 걸고 대화를 하게 됩니다. 어떤 때는 좋은 말로 위로도 해주고 하느님의 소리 같아서 믿고 있었지요.

질문

우리는 몸 하나에 하나의 인격으로 사는 것이 정상입니다. 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경우는 거짓입니다. 외부의 상위 영혼이 채널러를 통해 목소리로 전달하는 경우는 있으나 당신의 경우와는 달라 보입니다. 신은 사소한 인간의 삶과 선택에 개입하는 존재가 아니고 자유를 주고 스스로 선택하며 책임을 통해 깨우치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신이 있다면 조화이며 사랑이지 당신을 골탕 먹여 길을 잃게 하지는 않겠지요? 

당신 안에 빙의체가 언제 어떻게 들어왔는지 어린 시절부터 되짚어 보시면 분명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잠재의식 안에 중요한 경험들은 저장되어 있습니다. 불면증의 원인과 자주 당신이 사고를 당하는 일들과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

한참 생각해보니 아마도 이때 인것 같아요. 혼자 객지와 산을 떠돌며 살다가 30대 후반에 꿈을 꾸었어요. 커다란 절에 붓다 상이 있었는데 제 앞에서 붓다가 쩍하고 갈라지면서 빛이 나오더니 누군가가 쑥 제 안으로 들어왔어요. 그때 제 안에 붓다가 들어왔다고 생각해서 문제로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벌써 15년이 흘렀네요. 

질문

그 빙의체는 공부를 많이 한 남자 중인 듯 보입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아는 소리를 많이 하고 당신이 궁금한 것을 물으면 진리의 멋진 말들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부하다 죽은 중이라면 불경과 성서에 나오는 내용으로 당신을 현혹시키는 것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알고보면 성경도 도마복음서나 마리아 복음서는 불교의 정신과 다르지 않거든요. 충분히 당신을 학습하고 당신에게 머물러 있기에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군요. 그리고 또 한 분이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그녀

(망설이며) 저는 빙의체를 버릴 생각이 없습니다.


질문

알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한 몸으로 사셨기에 내보낼 엄두가 안 날 것이고 그 분이 당신과 인연이 깊어 버리기 어려울 것 같네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당신은 당신의 에너지를 나누어 주어야 하니까 나이를 드실수록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고 대부분의 낮은 수준의 영혼은 아무리 공부가 되었든 아니든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여기까지 오는 데 좋은 친구가 되었을 수도 있지만 홀로 서야 갈등이 줄어들 것은 명확합니다. 알게 모르게 당신도 의심 속에서 갈등하며 살아오셨을 것입니다. 아닙니까?

그녀

아. 귀에서 소리가 들리면 처음에는 많이 당황하고 온 신경이 곤두섰지요. 지금은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니까 괜찮습니다.


(그녀는 빙의체를 내보낼 준비가 안 된 듯 보였다. 그리고 두 달 후에 다시 만났다. 그 사이에 아버지는 자주 다치고 아파서 요양병원으로 가셨고 그녀는 다시 자신의 가게를 열고 새 삶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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