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븐데이즈 Jul 16. 2021

02. 너를 몰랐어!

살구나무 꽃 / blossom

내 고향은 부여에서 남서쪽으로 10여 km 떨어진 면소재지 홍산이란 곳이다. 

그 지역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르는 시골 동네다. 과거에는 5일장으로 유명했다던데...

이곳에서 나고 자란 꼬마 소년은 어느새 중년을 넘어 50줄이 훨씬 넘어섰다.


어머님이 계신 고향을 찾다 보면 반드시 지나는 도시, 논산.

논산에서 부여로 향하는 국도변(대백제로) 건너편에 나지막한 언덕이 보인다.

주변에는 몇 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동네를 이루고 있어 시골정취가 짙게 풍겨 나는 곳이다.

수없이 이 길을 지나갔건만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보이이기 시작했다.

언덕 위에 홀로 자신의 자태를 뽐내는 나무를 볼 때마다 궁금했다. 

"느티나무? 참나무? 소나무는 아닌데!"

어느 날 또다시 이곳을 지나면서 생각했다. "안 되겠다. 가까이 가보자~"

차를 돌렸다.

나무를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늦가을, 잎사귀가 없는 계절이라 쉬 나무의 정체를 구별할 수 없었다. 

나무 아래에 흩어진 열매의 씨앗이 살구 같아 보이기도 한다.

나무와 주변을 둘러보며 일출각, 일몰각을 확인해 보았다. 일출각으로 바라보는 나무의 형태는 일그러졌다.

일몰각으로 볼 때 가장 완벽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래 일몰이 좋은 날 내가 너를 다시 찾아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내려왔다.


동네 사람들 몇 명이 길모퉁이를 돌아오다 나를 발견한 한 아주머니가 묻는다.

"시방 거기는 왜 올라갔다 온데요?" 

"아~ 저 나무가 궁금해서 잠시 둘러봤어요?" 

"이~~! 사징기 보니 사진 찍는 양반이네? 가끔가다가 사진 찍으러 들 오더구먼" 

"그래요? 무슨 나문가요? 매우 크던데요." 

"저거? 살구나무여! 내가 시집왔을 때도 있었응께 적잖이 60년은 넘었지? 그때도 저 나무가 컸응께 100년은 됐을껴!." 

"아~그러면 살구꽃피는 봄에 와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나무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기대된다. 봄에 저 나무에 살구꽃이 활짝 피면 장관이겠다.


2019년 그 해 추운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이 찾아왔다.

벚꽃보다 조금 더 일찍 개화하는 줄을 몰랐는데 어느새 꽃이 활짝 만개해 버렸다.

예상대로 이 나무는 걸작이다. 

온통 하얗다. 눈이라도 온 것처럼, 하얀 면사포를 쓴 새색시처럼 아름다움을 온몸에 둘렀다.


낮에 촬영하고, 일몰에 촬영하고, 별빛에 촬영했다.

 모델들도 세워 촬영해 보기도 했다.

아니다. 나무 그 자체의 아름다움만을 담는 것이 가장 좋다.

어느 사진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보이는 것만 찍지 말고 보는 것을 찍어라!"


살구꽃 가득 핀 나무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있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면 나는 더 고민해야 한다. 


살구나무의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2년 동안 촬영했다.



           너를 몰랐어

                              write by 김재길


너무 멀어서 난 너를 몰랐어

가까이 갈 수 없어서 난 너를 몰랐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나의 마음은

바람결에 노래처럼 흩어졌지만


가까이 다가섰을 때 그때서야 너를 알았지

바람결에 밀려오는 향기 속에서 

너의 존재는 커져만 갔어


너의 그늘 아래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

별빛 속에 빛나던 너의 모습은 신부처럼

순백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어


언제나 그 자리에서



2020년 봄, 살구나무
2021년 봄, 살구나무
2021년 봄, 내가 본 살구나무


작가의 이전글 01. 여행, 일상이 되게 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