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가슴에 내리는 황금색
광합성은 식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몸이 무겁고 기분이 다운될 때 햇빛을 쐬면 마치 식물이 광합성을 하듯이 내 몸에도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찌부둥한 몸이 햇빛에 녹아 노곤노곤 해지며 뿌옇던 머리도 맑게 개인다. 저 차가운 우주 멀리에선 날아온 따뜻한 햇빛 한줄기는 몸과 마음에 높은 에너지를 불어넣어준다. 지치고 불안한 마음이 가득할 때 쐬는 정오의 햇빛은 마법같이 나를 치유해 준다. 그때의 기분이란, 햇빛이 조금씩 내 안에서 부터 점점 차올라 저 지구밖으로 튕겨져 나가기 직전의 나를 땅에 안착시키고 스멀스멀 기기분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햇빛 하면 떠오르는 책제목이 있다. 도종환 시인의 시집인데 대학교때 한번 읽고 제목이 너무 인상깊어 따뜻한 햇살을 마주할 때면 그 시집이 떠오른다.
'해님도 지구별을 좋아한다. -세시에서 다섯시사이'
햇빛은 세시에서 다섯시사이에 가장 찬란해진다. 노을 지기 전의 햇빛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눈부신 황금빛이다. 푸르른 하늘과 마천루 사이에 비치는 황금빛. 삭막한 이 도시에도 어느 곳과 다름 없는 햇살이 비친다. 해님도 지구별을 좋아한다니! 이 얼마나 순수한 표현인지. 시인의 말은 참 신기하다. 참 표현하기 애매모호한 느낌을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게 내 뒷통수를 친다.
황금빛을 더 잘 보고 싶다면 대리석으로 된 건물을 찾아보길 권한다. 특히나 새하얀 대리석보다는 살짝 노란빛을 띄는 대리석 장식 건물에 비친 황금빛 햇살은 정말 눈부시고 따뜻한 색이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꼭 끌어안으면 온몸이 따끈해질 것 같은 포근한 색. 노을지기 직전의 해가 비추는 건물은 온통 황금빛으로 빛나는데 대리석에서 햇빛의 질감이 느껴지는 것 처럼 느껴진다. 손으로 쓸면 햇빛에 데워진 돌의 온기와 살짝 거칠게 느껴지는 건조함. 오후의 햇빛은 이렇게 색깔로 다가오지 않고 질감으로 다가온다. 이 황금빛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햇빛에 바싹 말린 흰 이불을 둘러보라. 거기에는 햇빛의 모든 것이 녹아있다. 보송한 이불에 베인 햇빛 냄새와 하루 종일 해를 담아낸 이불의 따끈함. 햇빛은 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