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차 Nov 03. 2022

다채로운 세상/맑고 투명한 유리색

순수함을 비춰주는 맑은색

 여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맑고 청량한 물이 담긴 유리잔이다. 무더운 여름 땀이 송골송골 맺힌 유리잔 속 투명한 얼음물. 이 유리잔에 알록달록한 빛깔이 통과하면 유리잔은 특별한 공법으로 순도 높은 화려한 빛을 담아낸다. 투명한 유리는 물을 머금으면 빛이 더욱 굴절하면서 빛의 결정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그림자를 갖는다. 유리는 투명한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이 그림자는 마법사여서 유리에 비치는 모든 빛을 한데 모아 채도 높은 투명하고 맑은 색을 합성해낸다. 


 유리를 통과한 색은 통과하기 이전의 색과는 다르다. 좀 더 맑고 투명하며 순도가 높다. 유리가 두꺼울 수록 이 순도는 높아진다. 빛을 잡고 싶다면 날 좋은날 햇빛을 유리잔에 담아보라. 햇빛이 유리잔 그림자에 붙잡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반짝반짝하는 빛들을 보고 있으면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조그만 것에도 깔깔대며 웃을 수 있었던 그 때. 유리가 잡아둔 빛깔이 너무 순수해서 그런걸까? 멍하니 보고 있으면 집나간 동심이 다시 찾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미러볼 처럼 현란하고 화려한 빛은 아니지만 유리가 잡아둔 빛은 어딘가 청순하면서 맑다.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다. 여름과 너무 잘어울리는 이 유리만의 색은 컴컴한 방안에도 청량한 분위기를 심어준다. 어딘가에서 작은 종이 울리는 듯하고 산뜻한 바람을 불러오는 색이다. 계산할 것이 많고 복잡함이 가득하다면 유리잔에 맑게 맺힌 빛 한방울을 바라보자. 가슴에 웃음이 피어오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다채로운 세상/오후의 햇빛은 색보다 질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