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라니아리니 Oct 25. 2022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부산 갈매기?!


그런 인간이 대체 왜 야구에 빠지게 되었는가. 지금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나는 부산 사람이고 부산이 연고인 롯데 자이언츠 팬이 아니다.


'아니, 부산 사람인데 롯데 팬이 아냐?'


Oh, my god! I’m so sorry about that! 황송하고 죄송하게도 아니다.


나는 현재 서울을 연고로 두고 있는 서울 히어로즈, 현재 키움 히어로즈라 불리는 히어로즈의 팬이다. 물론 나도 롯데를 좋아했다. 지금도 좋은 팀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열성적인 팬은 되지 못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그러니 화내지 말고 들어 달라.


나는 사직 유치원, 사직초등학교, 사직중학교, 사직여고를 졸업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나는 내 청소년기 모두를 사직동에서 보냈다. 구도 부산이라 불릴 만큼 야구 사랑이 대단한 도시에서도 가장 핵심 동네에서 자라난 것이다. 나는 조용한 걸 좋아하고 야구팬들은, 부산의 야구팬들은 그렇지 않았다. 완벽하게 잘못된 만남이라 할 수 있겠다.


부산이 홈인 롯데 자이언츠가 부산에서 경기를 하는 날이면 야구장 근처의 맥주가 씨가 마르고, 생수가 동나며, 양계장 하나가 통째로 날아갈 만큼의 치킨이 팔렸다. 야구 관람의 날이 아니라 치킨 관람의 날이라 불러야 맞을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이 모든 것보다 야구장 앞의 맥도널드를 사랑하는 인간이었다. 다만 야구장 앞에서 리포팅하는 아나운서가 내게 어느 팀을 응원하냐고 물으면 '롯데'라고 대답했다. 야구장에 돈 내고 들어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면서도 그랬다. 왜냐하면 부산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단순한 야구 구단이 아니라 야구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부산 사람에게 그런 질문을 하면 당연히 '롯데'라는 답을 내놔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당연함은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예능 대신 야구 중계를 했던 그 어느 날, 와장창 부서지고 말았다. 그날의 경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캐스터가 한 말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저기 서울 갈매기가 보이네요. 서울 갈매기, 대전 갈매기, 인천 갈매기 등 자이언츠 팬은 전국 곳곳에 존재하시죠? 그야말로 전국구 갈매기입니다.'


뭐라고? 전국?!


전국이란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거기서 대체 왜라고 묻는다면 나는 갈매기가 부산에만 있는 줄 알았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부산 갈매기!' 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뜻이다. 친절한 캐스터 덕분에 나는 전국에 갈매기가 존재한다는 걸 알았고, 부산 사람에게도 다른 팀을 좋아할 자유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전 02화 스포츠보다 자신의 흥에 취해있는 시끄러운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