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보다 자신의 흥에 취해있는 시끄러운 사람들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으니 그들을 대표하는 팬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다. 내가 야구 전문가도 아니고, 야구의 ops니 승률이나 하는 것들을 사실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저 귀찮은 일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한국 야구팬을 한 마디로 정의하라면 '스포츠보다 자신의 흥에 취해있는 시끄러운 사람들’이라 답할 것이다. 한 마디는 아니지만 대충 숨을 참고 한 번에 말할 정도의 길이니 이해해주면 달라. 왜냐하면 한국 야구팬을 이보다 그들을 더 정확하게 표현할 말은 없으며, 그들 또한 이 말에 충분히 동의하고 또 몇몇은 자랑스러워하기까지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응원단장의 구호에 맞춰 열심히 응원을 하다가도,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플레이를 하면 망설임 없이 육두문자를 내뱉는다. 로맨틱의 상징인 스케치북 고백이 야구장에선 카사노바의 그것으로 변신한다. 한 야구선수에게 수많은 장인이 존재하고, 장모가 존재하고, 결혼할 사람이 존재한다.

홈런을 치지 못하면 누군가와 사귀어야 한다는 형벌은 대체 누가 정한 것이냐고? 야구팬들이다.

안타를 치면 누군가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형벌은 대체 누가 정한 것이냐고? 야구팬들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청혼하는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케치북을 넘기면 또 다른 약혼자 후보가 존재한다. 하나만 걸리라는 식이다. 카사노바, 정답.

내가 본 한국 야구팬은 야구장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보다 자신의 니즈가 우선이다. 그리고 그걸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가끔 선을 넘는 자신의 행동조차 거친 애정이라 포장하며 자기 자신을 인터넷 용어로 '모에화(어떤 행동을 귀여운 것으로 만드는 것)'시킨다. 세상 어디에 이런 집단이 또 존재할까?

나는 그런 행동이 비이성적이며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나는 그들에 속할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고작 공놀이에 불과한 '야구'라는 스포츠에 열광하여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감정까지 소모하는 그런 이해 못 할 집단의 일원이 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생각했다. 

그날 그 경기를 보기 전까지는, 한 해설위원이 재수 없는 목소리로 똥 같은 말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