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급한 사람은 이 챕터부터 볼 것 같다. 좌석에 대한 설명을 하기 전에 선수들 몇 시에 출근하나요, 퇴근하나요에 대한 답변부터 하겠다. 이 질문도 백 번 넘게 받았다.
솔직히 나도 정확하게는 모른다. 그들도 모를 걸? 밥을 늦게 먹으면 늦게 나오는 거고, 일찍 할 일이 있으면 일찍 나오는 거고. 그러니 대략적으로만 설명하겠다.
홈일 경우 아침 댓바람부터 출근하므로 생략하고, 원정의 경우 보통 경기 3시간 전에 출근한다. 하지만 지들 맘이므로 출근길을 노리는 팬들은 4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퇴근은 홈일 경우 30분 후부터 1시간, 씻고 밥 먹고 경기 복기까지 하고 나오는 선수들의 경우 2시간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으나, 이럴 땐 경쟁률이 정말 낮아지므로 체력과 사인을 교환할 수 있다.
원정일 경우 경기가 끝난 후 거의 바로 출발하지만 그다음 날이 휴일이거나 혹은 경기 시간이 길어졌을 경우, 식사를 하고 출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땐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자, 이제 내 기준으로 좋은 좌석 추천을 시작하겠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이건 소심한 인간들을 위한 좌석 추천이다. 응원하기 좋은, 친구들과 보기 좋은 좌석 추천 같은 건 없다!
우선 고척부터 시작하겠다.
고척 스카이돔, 국내 유일의 돔 구장이며 서울 히어로즈, 현재 키움 히어로즈라 불리는 내 사랑들이 홈으로 쓰는 구장이다. 단체석을 제외하고 제일 비싼 좌석이 주말 기준 8만 5천 원, 가장 저렴한 좌석이 주말 기준 1만 3천 원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할인을 사용하면 만원 대로도 볼 수 있다.
고척에선 여유가 있다면 로열 다이아석이 제일 좋다. 평일 5만 5천 원을 노리는 게 좋으며 시즌 초에 파는 8경기권을 사면 주말에도 평일 가격으로 볼 수 있으니 참고하라.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더그아웃 쪽에 위치한 D01 구역이 좋으며 D02구역 앞은 선수들의 대기 타석이라 좋아하는 선수들이 타격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비디오 판독이라도 할 때면 타석의 선수와 대기 타석의 선수가 함께 이쪽으로 와 수다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보너스가 있는 좌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른 팀의 팬이라면 완전 반대편을 생각하면 되겠다.
내가 좋아하는 좌석인 만큼 다른 구역도 잠시 설명하자면, D03, 04, 05 구역은 카메라 존이다. 그러니 나처럼 야구장에서 조용히 있고 싶은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다만 포수 뒷좌석이라 야구를 좀 더 생생히 볼 수 있고, 방송을 통해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면 예매해도 좋은 좌석이긴 하다.
다음 시즌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 키움 히어로즈 야구단에서는 로열 다이아석 구매자에 한해 경기 전 15분 정도 그라운드에 들어가 셀카를 찍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 시간을 이용하면 선수들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 있고, 가끔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선수들도 있다.
아니, 소심한 내가 감히 저런 델 들어갈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면 걱정마라. 돈이 아까워서 들어가게 되어 있다. 게다가 당신은 좋아하는 선수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온 것이다. 이 정도 용기는 충분히 낼 수 있다. 그라운드 셀카 타임 때 내가 좋아하는 자리는 나와서 바로 보이는 카메라가 있는 쪽이다.
보통 선수들은 그 반대편, 조금 더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므로 하이파이브 확률은 떨어질 수 있으나 사람들과 떨어져 맘 편하게 선수들을 볼 수 있다. 나는 그 정도로 충분했다.
자, 그럼 로열 다이아석은 너무 비싼데 다른 좌석 추천은 없나요,라고 묻는 분을 위해 답하겠다. 테이블 석은 솔직히 가격 대비 추천하고 싶지 않다. 거기 앉을 바엔 로열 다이아가 낫다. 그래서 바로 다크 버건디로 넘어가겠다.
다크 버건디 석은 주말 2만 5천, 주중 1만 7천 원 정도 하는 좌석인데 내가 갔던 제일 오른쪽이 아닌, 제일 왼쪽의 자리를 선택하면 응원 분위기도 즐기면서 앉아있을 수 있다. 다만 제일 끝쪽이어야 한다. 다크 버건디의 사람들 또한 엄격하므로 한 줄이라도 안쪽에 들어가면 일어나야 한다.
명심해라, 제일 끝. 그리고 앞쪽에 앉는다면 여기서도 더그아웃을 볼 수 있다. 다만 이쪽 더그아웃에서 잘 보이는 선수들은 그날 출전하지 않는 선수들이거나, 전날의 선발투수가 많은 편이므로 이 점을 참고하면 좋다.
내야에선 이 정도고, 외야 추천을 하고 싶은데 이건 이미 이정후 선수가 선수를 쳤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정말 우연찮게도 내가 이정후 존을 다녀와 이정후 존에 대한 영상을 올린 뒤, 얼마 후에 이정후 선수가 외야에 공을 던져주는 이벤트를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아니, 어차피 영상 올렸으니 알려질 건 뻔했잖아?'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은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외야석 경쟁이 낮았는데, 그래서 내 소중한 자리로 영상을 올렸는데, 그의 이벤트 이후로 이정후 존은 정말 이정후 존이 되어 사람이 바글바글해졌다. 덕분에 나는 4층으로 내 스위트홈을 옮겨야만 했다. 그래도 사랑합니다.
아무튼 외야 일반석의 가격은 주중 9천 원, 주말 1만 3천 원 정도다. 그래도 중견수를 자주 보는 이정후 선수가 있는 쪽을 제외하면 좀 사람이 덜한 편이므로 야구를 전체적으로 보고 싶다고 하는 분은 외야석을 추천한다.
다만 나는 사람 많은 게 정말 싫어요!라고 한다면 4층도 추천이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요즘 외야 4층을 자주 가는데 특히, 히어로즈라는 글자가 새겨진 옆자리는 그야말로 하느님 석으로 그 높이에 걸맞게 시야가 탁 트여있다. 그물망도 없어 내야석보다 훨씬 더 깨끗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뭐, 그만큼 높이 있으니 선수들이 쥐콩만 하게 보인다는 거다.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있으면 잘 보인다.
고척 좌석 추천은 여기까지다. 우리 홈이라 애정이 듬뿍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