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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아리니 Oct 25. 2022

소심좌들을 위한 구장별 좌석 추천 (2)

우리 홈이 끝났으니 다음부턴 빨리 하나씩만 추천하고 넘어가겠다. 


먼저 잠실 경기장이다. 여긴 엘지와 두산이 같이 홈으로 사용하는 곳으로, 테이블 석이 포수 뒷좌석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가격 대비 시야가 정말 좋지 않다. 포수 뒷좌석은 보통 선수들의 더그아웃을 보는 재미로 가는데 잠실의 경우엔 그 위에 테이블 석이 있으므로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잠실에서 가장 인기 많은 좌석은 블루석이다. 114구역 가장 끝쪽, 여기선 더그아웃이 살짝 사선으로 내리 꽂히듯 보인다. 여기도 앞쪽에 앉으면 응원석과 떨어진 채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응원석은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블루석 114구역에선 선수들이 앞에서 타격 연습하는 것도 잘 보여서 추천할만하다. 가격은 평일 1만 8천 원, 주말 2만 원 정도이다. 


이쪽 좌석이 다 찼는데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익사이팅 석도 괜찮다. 평일 2만 3천, 주말 2만 8천 원 정도이다. 다만 여기는 파울볼이 자주 떨어져 헬멧을 써야 할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모양이 빠진다. 그게 단점이다. 하지만 여기도 소수의 인원만을 들여보내기 때문에 나름 쾌적하다. 아, 또 하나 단점이 있는데 익사이팅 석은 좌석의 가장 아래에 위치해 있으므로 화장실을 가려면 거의 등산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웬만하면 블루석 앞줄이 낫다. 


다음, 문학이다. SSG 랜더스가 홈으로 쓰는 문학경기장에는 라이브 존이라 불리는 좌석이 포수 뒷좌석이고, 더그아웃도 잘 보인다. 


하지만 좌석이 그라운드보다 조금 높게 위치해 야구를 보기 묘하게 불편한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프랜들리 존을 추천한다. 잠실의 익사이팅 석과 비슷한 곳이고 평일 2만, 금요일 2만 2천, 주말 2만 3천 원이다. 주말에 6만 1천 원까지 올라가는 라이브 존 보다 더그아웃도 잘 보이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이쪽에서 팬 서비스를 많이 한다. 내가 받지 않더라도 선수들을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음으로 수원 KT 위즈가 홈으로 사용하는 위즈 파크 추천 좌석이다. 이곳의 포수 뒷좌석은 지니 존인데, 놀랍게도 지니 존과 더그아웃 사이에 카메라가 위치하는 공간이 있어, 지니 존에서 더그아웃을 볼 수가 없다. 연습하는 선수들은 가까이서 볼 수 있지만 굳이 추천하진 않는 좌석이다. 


여기서도 익사이팅 석, 홈팬들 기준으론 하이파이브 석을 추천한다. 가격은 평일 2만 원, 주말 2만 5천 원이다. 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그아웃도 잘 보이고 무엇보다 홈팀이 이겼을 경우 이곳 관중들을 그라운드로 내려오게 해 하이파이브를 해준다. 소심한 인간에겐 때론 강제성이 필요한데, 이 좌석에 앉을 경우 그 강제성을 이용해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원정의 경우에도 더그아웃을 잘 볼 수 있고, 응원석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적당히 편하게 야구를 볼 수 있다. 


이쯤 되니 내가 추천하는 좌석의 특성을 다들 알 것 같다. 응원석과 살짝 떨어져 있고 선수들이 잘 보이는 좌석. 바로 그거다. 


다음은 대전이다. 한화 이글스가 홈으로 쓰는 대전 이글스 파크는 내가 원정 구장 중에 제일 추천하는 곳이기도 한데, 수도권에서도 지방에서도 오기 편하고 무엇보다 성심당이란 훌륭한 빵집이 있다는 것 또한 강점이다. 농담이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새 구장을 짓기로 한 만큼 현재의 이글스 파크가 낡은 감이 있어 가격이 저렴하다는 데 있다. 


이곳의 포수 뒷좌석은 한화 다이렉트, 다이렉트 TV존으로 불리는데 내가 추천하는 곳은 다이렉트 존이다. 가격은 평일 4만 5천 원, 주말 5만 5천 원으로 주말의 가격이 고척의 평일 가격과 같다. 


사실 그만큼 시설이 낙후되긴 했지만 시야가 죽여준다. 관람석이 약간 경기장보다 낮게 설치되어 야구 보기 좋고, 무엇보다 더그아웃이 가까이서 보이며, 대기 타석 또한 그 어떤 구장보다 가깝다. 합리적인 가격에 시야도 좋고 선수들도 잘 보인다. 반대편에 익사이팅 존 같은 좌석이 있지만, 굳이 갈 필요 없다. 대전은 다이렉트다!


다음은 광주. 여긴 기아 타이거즈의 홈이다. 광주에는 챔피언석이라 불리는 포수 뒷좌석이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경기장 위에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연습하는 걸 보기엔 좋지 않다. 


더그아웃이 보이긴 하지만 옆에 사람이 있으면 아예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다. 내려봐야 하는 각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선 차라리 서프라이즈 존을 추천한다. 익사이팅 석과 같은 장점을 갖고 있는 좌석이며 가격은 주중 2만 2천, 주말 2만 5천 원 정도다. 


다음 대구다. 대구는 정말 두말할 것 없이 익사이팅석이 최고다. 선수들이 이곳에서 사인도 많이 해주고, 더그아웃도 정말 미친 듯이 잘 보이며, 이곳은 원정팀이 1루 더그아웃을 사용하기 때문에 1루에 출루하는 선수를 오래 볼 수도 있다. 가격은 주중 2만 원 주말 2만 5천 원으로 합리적이다. 더 말할 게 없다. 


이제 끝나간다. 다음은 창원이다. 창원! 이곳은 NC 다이노스가 홈으로 쓰고 있는 곳인데, 주말, 팀, 등등 아무튼 신기한 요건으로 요금이 계속 변동되는 곳이기도 하다. AI 기술을 이용한대나 뭐라나. 그래서 정확한 가격을 명시하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다만 이 구장은 야구 보기에 정말 최상의 구장이다. 야구팬이라면 꼭 한 번은 가볼 만하다. 그 어떤 구장보다 야구 보기 좋다. 그 어느 좌석에서든 야구가 잘 보이며 지어진지 얼마 안 된 터라 시설도 엄청 깔끔하다. 야구장에 에스컬레이터가 제대로 작동하는 걸 처음 본 구장이기도 하다. 


여기서의 나의 추천 좌석은 매번 스폰서의 이름을 달아주는 프리미엄석이다. 경기장과 객석 사이가 대전만큼 가깝고, 더그아웃이 잘 보이는 건 기본이요, 그 사이의 통로를 통해 선수들이 팬서비스를 하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프리미엄 석에는 티브이가 한 대씩 설치되어 있어, 그날 하는 경기를 눈으로도 보고 중계로도 볼 수 있으며, 프리미엄석 전용 라운지를 운영하여, 맥주와 커피 간단한 다과를 공짜로 즐길 수 있게 해 두었다. 


그야말로 돈값하는 좌석이라 할 수 있으며 좌석도 널찍하게 떨어져 있어 나 같은 사람도 충분히 즐길만한 좌석이다. 그 반대편의 미니 테이블석도 괜찮긴 하지만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한번쯤 간다면 프리미엄석을 추천하겠다. 


마지막으로 부산! 내 고향 부산의 사직야구장은 롯데 자이언츠가 홈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내가 부산을 떠날 때부터 맛집이었던 주문진 막국수의 수육과 막국수는 아직 유명한 듯하고, 개인적으로 부산 떡볶이를 좋아하신다면 살짝만 걸어 들어가면 있는 시장 떡볶이를 추천하겠다. 갑자기 왜 먹거리 추천이냐고 물으신다면 내 고향이라 그렇다. 


사직에서의 좌석은 애매하다. 사실 사직구장도 굉장히 오래된 구장이라 시야가 좋은 편은 아니다. 다만 나는 부산까지 갈 경우 짐이 많으므로 테이블석을 주로 이용한다. 여기도 익사이팅 석이 있었는데 코로나 때부터 운영을 하지 않는다. 


중앙 탁자석의 경우 주중 4만 원, 주말 5만 5천 원의 가격이며 잠실 야구장처럼 좌석이 위쪽에 있다. 하지만 더그아웃 쪽에 앉으면 타석에 나가기 전의 타자 정도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앞쪽에 앉으면 나름 좋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좌석만 추천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은 내 추천 좌석으로 시작하면, 사람에 대한 혐오나 야구장에서 2kg이 빠지는 체험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물론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은 저 좌석을 피하는 게 좋다. 소심좌들에겐 내 추천 좌석이 제격이다. 만족할 것이다. 내 살 2kg과 교환한 정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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