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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아리니 Oct 25. 2022

소심해도 사인은 받고 싶어서



소심한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거절이다. 그러나 정해지지 않은 출근길, 퇴근길에서 사인은 거절당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소심한 당신은 궁금할 것이다. 내가 어떻게 상처받지 않고 사인을 받았는지. 인생 최대의 용기를 낸 것인지. 나는 5년 차에 겨우 사인해달라고 말하는 인간이 되었다. 


아무튼 4년이든 5년이든 사인을 받게 되었으므로 그에 대해 말해보겠다.


사실 제일 빠른 방법은 용기를 내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가만히 있는데 당신에게 다가와 사인을 해주는 야구선수는 많지 않다. 삼성의 모 선수가 사인을 잘해주기로 유명하지만 그와도 눈 정도는 마주쳐야 한다. 나처럼 바닥만 보거나 하늘을 보는 인간은 그의 그물망에서도 제외가 된다. 


'아~ 뭐야? 그래서 적극적으로 변하라고?' 묻는다면 아니다. 화내지 말라. 다 차근차근 얘기할 테다. 침착하자, 우리.


두 번째, 그러니까 소심좌들이 가장 참여하기 쉬운 건 소셜미디어 이벤트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일단 내 얼굴이 안 보이고, 사람과 직접적인 교류가 없어서 그러하다.


야구는 여러 스폰서들이 함께하는 종목이며, 따라서 그 스폰서 사에서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해 선수들의 사인볼이나 유니폼을 활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아니, 경쟁률이 너무 높지 않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니다.


실착 유니폼이 경품으로 걸리지 않는 이상, 보통의 야구팬들은 선수들을 직접 보고 이야기를 하며 사인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경쟁률이 낮다.


팔로워가 많은 사람만 주는 것도 아니다. 당첨된 사람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니 혼자 조용히 참여하고 싶다면 적당한 계정을 공개로 만들어 참여해도 좋다.


참여방법이라고 해봤자 중계 화면을 찍거나, 응원 메시지를 남기는 것뿐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정말 편하다. 


세 번째로는 원정 경기에 가는 것이다. 홈은 홈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고, 그만큼 많은 팬이 온다. 하지만 원정은 그 홈팬들이 가기 힘든 지역이기 때문에, 경쟁률이 훨씬 낮아진다. 소심 좌도 혼자 기웃댈 수 있다.


물론 인기 선수의 경우 그 원정 구단의 팬들까지 합세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다 해도 홈보다 경쟁률이 훨씬 낮다. 게다가 출퇴근 길을 잘 이용하면 쉽게 사인을 받을 수 있다.


저는 도저히 출퇴근길을 못 기다리겠는데요,라고 말하는 분들은 경기장 안에서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구장은 단연 NC 다이노스의 홈구장이다.


객석과 그라운드가 적당한 높이로 되어있고, 그물망 사이로 유니폼이나 사인지를 내밀기도 쉽고, 무엇보다 이 구장은 출 퇴근길을 비공개로 막아뒀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더욱더 팬서비스를 열심히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영상의 대부분이 이 구장에서 찍혔다.


못 믿겠다면 가봐라.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양 옆에서 팬사인회가 펼쳐진다. 이제와 말하지만 나도 끼고 싶었다. 하지만 아, 내가 티켓 꺼내는 동안 가면 어쩌지, 나만 안 해주면 어쩌지, 이제 가봐야 한다고 말하면 어쩌지, 티켓 꺼내다가 떨어뜨리면 어쩌지 등등의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사인회를 하던 선수는 저 멀리 가버렸다. 젠장.


아무튼! 소심좌가 사인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편한, 마지막 방법은 구단에서 진행하는 팬사인회에 응모하는 것이다.


이거야 말로 맘이 제일 편하다. 물론 당첨되지 않는다면 지옥으로 변하겠지만, 어쨌든 그냥 내 정보만 입력하고 기다리면 되는 것이므로 소심좌가 참여하기 가장 좋은 이벤트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여기는 경쟁률이 몹시 높다. 모든 팬들이 웬만하면 다 신청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꼭 신청하라고 말하고 싶다.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고, 사인을 받을 수 있으며, 그들이 언제 올까 목을 빼고 기약 없이 기다릴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이 일에 대한 후기를 들려주고 싶지만, 불행히도 나는 한 번도 당첨되지 않았다. 담당자여, 보고 있나? 한 번도! 단 한 번도!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설명은 무리다. 


한 번이라도 당첨이 된 적 있는 당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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