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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홍대리 Apr 05. 2023

공부는 장기 레이스, 매너리즘을 극복하라

수험기간은 마라톤과 같다

보름달을 보며 제발 공부 좀 못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비는 아이가 세상에 있을까? 

단 한 명도 없다. 지지리도 공부 안 하는 자식 때문에 속 썩이는 게 엄마라지만, 아이들도 공부 잘하는 게 소원이기는 마찬가지다. 꼴찌를 밥 먹듯 하는 아이도 전교 1등을 꿈꾼다. 전교 1등이 돼 자신을 무시하던 선생님, 부모, 친구 앞에서 한껏 어깨를 펴고 거드름을 피우는 게 간절한 바람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모두가 공부 잘하기를 원해도 성공하는 아이는 드물기만 하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공부가 장기 레이스라는 점을 간과하는 탓이 크다. 마라톤 선수들이 2시간 동안 42.195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풍경의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눈앞에 똑같은 풍경만 계속되는 길을 달린다면 체력 소모가 훨씬 더 많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같은 예로 복잡한 도심에서 운전할 때는 말짱하던 정신도 직선 도로가 계속될 때는 급격히 졸음이 몰려온다. 똑같은 상황의 반복이 집중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시험 기간에는 시험을 아예 포기한 몇몇 아이를 빼면, 평소에 놀기 바쁘던 아이들도 밤을 새워 공부를 한다. 영어, 수학은 벼락치기 공부를 해봤자 성적이 오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암기 과목이라도 벼락공부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다. 그렇게 며칠 바짝 공부해 암기 과목에서 성적을 낸 아이들은 생각한다.

‘나도 할 수 있어. 며칠 열심히 공부하니까 성적이 오르잖아. 이렇게 하루하루 차근차근 공부하면 나도 공부 잘할 자신 있어!’

아이들은 장밋빛 꿈에 부풀어 올라 야심 차게 공부 계획을 짜고 참고서를 펴든다. 그러나 실패하고 만다. 이유는 단 하나. 작심삼일이라고 굳센 결의가 며칠을 못 가기 때문이다. 어느새 아이들은 예전의 나태한 생활을 다시 반복할 뿐이다.

문제는 부모들이 아이를 도와줘야 할 때가 바로 이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엄마들이 며칠 공부하다 또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는 자식들을 향해 코웃음 치기 바쁘다는 것.

“내 그럴 줄 알았다. 며칠 공부하는 것 같더니 또 게임기나 붙잡고 앉아 있네. 이 한심한 놈아!”

한심한 것은 아이가 아니라 엄마 자신이다. 공부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공부에 쉽게 지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세계 최고의 IT 기업으로 세계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있는 구글은 사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장한다.

“20%의 시간을 개인 활동을 위해서 쓰라!”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고개가 갸우뚱할 소리처럼 들린다. 직원들이 1시간이라도 더 열심히 일해야 이윤이 높아지는 회사의 생리상 어긋나는 권장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은 휴식의 힘을 알았던 것이다. 인간이 기계가 아님을, 기계라도 기름칠 시간은 필요하다는 것을. 단순한 기계적 반복 같은 일이 아닌, 고도의 정신력과 집중력을 요하는 IT 기업의 특성상 충분한 휴식이 오히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훨씬 효과적임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부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성호가 열심히 공부할수록 오히려 성호가 어느 날 갑자기 공부에 대한 관심을 잃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어떻게 결심한 공부인데, 다시 흥미를 잃고 게임에 빠지게 할 수는 없는 일이야!’

엄마들은 공부하는 아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나는 성호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 할수록 공부 외의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고1 겨울방학때 기숙입시학원 취소하고 갔던 겨울한라산 등반


평일은 학교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힘들지만, 주말이면 일부러라도 성호를 끌고 가족 모두 움직였다. 에어로빅 아카데미에 들러 힙합 춤으로 흠뻑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고, 겨울 산을 오르고, 낚시 여행을 떠나 갓 잡은 고기로 회도 뜨고 매운탕도 끓여 먹으며 오붓한 시간을 즐겼다. 물론 주말 동안 공부를 더 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사람이란 쉬어야 다시 활기차게 움직일 힘이 난다는 지극히 간단한 이치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성호가 잠시라도 공부에 대한 중압감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와 휴식을 만끽할 수 있게 노력했다.

남편도 성호를 위해 힘을 보탰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게 회사일이지만, 남편은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어김없이 일찍 퇴근해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성호와 저녁을 먹고는 소화도 시킬 겸 동네를 한 바퀴 산책했다. 그 시간 동안 무슨 특별한 조언이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목표를 가지는 것도 좋지만, 모든 시간이 목표를 향해 쏠려 있다면 지치기 마련이다. 남편은 함께 걸으며 성호에게 휴식을 주었다. 단지 아버지와 함께 길을 걸어간다는 것, 가끔은 쑥스럽지만 손을 잡고 함께 길을 걷는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공부에 지친 성호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 본격적으로 수능 준비를 시작한 뒤로는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었지만, 주말이면 잠시 울산대공원에 들러 성호는 뛰고 나와 남편은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거나, 그마저도 힘들 때는 시장이나 마트에 함께 가 물건을 고르며 공부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노력하는 등 우리는 성호에게 최대한의 휴식을 주려고 노력했다.

특히 내가 힘썼던 것은 성호가 잠시라도 짬을 내 걷는 것이었다. 철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칸트는 매일 같은 시간에 동네를 산책한 것으로 유명하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매일 똑같은 시각에 그는 산책을 했다. 그의 위대한 철학은 산책을 통해 나왔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그는 산책하는 동안 생각을 정리하고, 휴식을 했던 것이다.




도전이란 참으로 어렵다. 편안한 일상을 깨치고 몸을 혹사시키며 정신을 소모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공부는 도전이다. 그래서 어렵다. 그 어려운 공부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을 지속한다는 것은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쉽게 지치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집, 학교, 학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도는 우리 아이들. 집, 학교, 학원밖에 모르니 당연히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게 맞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다. 쳇바퀴를 굴리는 이유를 까먹기 때문에 공부할 이유를 잃어버리고 만다.

공부라는 장기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가 해줄 것은 하나다. 아이가 지치지 않게 최고의 휴식과 최고의 경험을 선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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