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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중년생 홍대리 Apr 17. 2023

Only게임! 공부는 뒷전, 게임에 미쳤던 중학교 시절

학창 시절 에피소드 2

초등학교 6학년 겨울 방학 며칠 전, 부모님이 운영하는 학원 때문에 울산 내에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중학교에 입학해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


그런데 중학교에 오니 초등학교랑 너무나 달랐다. 우선 기본적인 수업 시간이 최소 6교시라 오후 늦게야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자연히 게임 시간도 줄어들었고 아침 일찍부터 학교 가서 6~7교시까지 버티는 시간이 정말 괴로웠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도 솔직히 영어 빼고는 관심이 없었다. 영어는 다른 과목처럼 외우고 공부하는 느낌보다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맛에 흥미가 있었다. 신기한 느낌이라고 할까…….




중학교 1학년이 된 지 한 달 무렵 되었을 때였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어김없이 학교 가기 전에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하고 있었다. 슬슬 학교 갈 시간이 다가왔지만 딱히 신경 쓰지도 않았고 이상하게 그날따라 학교 가기가 정말 싫었다. 오로지 게임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울고불고 떼를 썼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그래? 그럼 오늘 학교 가지 마. 엄마가 선생님한테 말해 놓을 게. 그럼 엄마랑 놀까?”


어머니는 학교에 1주일 동안 여행 휴가를 떠난다며 결석 처리가 안되게 미리 말씀해 놓으셨다. 다른 아이들은 학교 가는데 나 혼자 안 가니 신이 났다. 사실 당시에는 어머니의 놀라운 반응조차 별생각 없이 평범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오전까지 게임을 계속하다가 컴퓨터를 껐다. 가상 세계에서 함께 게임하던 친구들도 다 학교 가고 남아 있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남들 다 학교 가는데 나 혼자 집에서 게임하고 있으니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그날 저녁 퇴근하신 아버지와 함께 1주일 동안 뭘 할까 이것저것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어머니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비행기 표를 사고 지인을 통해 제주도 최고의 호텔에 첫날 숙박을 예약했다. 이 여행은 아직도 내가 과거를 회상할 때 언제나 떠오르는 소중하고 값진 기억이다.


화창한 봄날, 또래 아이들 모두가 학교에 있을 때 난 어머니와 제주도로 놀러 갔다. 말도 타고, 서커스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정말 신나게 놀았다. 가끔 사람들이 학교 안 가냐고 물었는데 엄마랑 여행 왔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첫날은 최고급 5성 호텔에서 편안하고 아주 기분 좋게 잤다. 둘째 날은 택시를 이용해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면서 관광을 했다. 택시 기사님도 어머니와 나의 여행을 무척 흥미로워하셨다. 관광을 다 끝내고 둘째 날 밤은 허름한 여인숙에서 잤다. 그날 밤 여행을 마치고 어머니가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성호야, 첫날은 근사한 호텔에서 자고 둘째 날은 허름한 여관에서 자 보니까 느낌이 어때?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는 너에게 달려 있단다.”

지금까지도 어머니 말을 기억하는 걸 보면 무척 인상 깊게 남았던 것 같다.




여행을 갔다 오고 주말까지 푹 쉬고 다시 학교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친구들이 이상하게 볼까 두렵기도 했는데 막상 다들 나를 걱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하루 이틀 만에 다시 적응해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뭔가를 깨달았다고 공부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그냥 다시 학교를 다니게 된 것만 다를 뿐 여전히 일상은 학교, 게임, 밥, 잠의 연속이었다.


중 2 여름 방학 때 동생이 <워크래프트 3>가 새로 나왔다면서 같이 PC방에 가서 하게 됐다. 당시 성적은 평균 70점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 오죽하면 평균 80점 넘으면 부모님께서 컴퓨터를 새로 사주신다고 하셨을까. 단지 영어만 80점대가 나올 뿐이었고, 수학과 과학은 개념도 없는 상태며 사회, 국사는 시험 때 열심히 찍기 바빴다. 중 3 초기 때는 거의 꼴찌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내내 <워크래프트 3>만 하고 살았다. 여름 방학 때 <워크래프트 3> 사이트에서 캠프를 개최해서 서울로 올라가 프로게이머들도 만나고 사인을 받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중학교 3년 내내 이런 생활 패턴을 유지하자 중 3 때 키는 170도 안 되는데 몸무게는 80킬로그램을 넘어가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가상 세계에서의 나는 점점 강해졌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나는 점점 신체적으로 무기력해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때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그러나 지나고 보니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던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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