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드북'
이상한 게 아니에요. 우리는 우리를 위로하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그저 차지연 배우의 연기를 실제로 보고 싶어 예매했다. 프리 오픈이어서 그랬는지 어렵지 않게 괜찮은 좌석을 예매했고, 큰 기대 없이 보러 갔다.
나중에 보니 생각보다 유명한 뮤지컬이었지.
스토리도 괜찮고 유쾌한 뮤지컬이었다. 여지껏 봤던 다른 뮤지컬보단 앙상블의 수가 적어 보였지만, 1인 다역을 하는 배우들이 맛깔나게 연기를 해주면서 무대를 가득 채웠다.
마지막 안나의 솔로곡에서 역시 차지연 배우구나 라고 느꼈다. 사실 그전까지는 노래나 연기에서 목소리를 어리게 만드는 느낌을 받았다. 안나의 나이가 서른이라고 나와서 그렇게 느꼈나. 마지막 솔로곡에서야 비로소 본인의 목소리로 마음껏 무대를 휘젓는 것 같았다. 다른 공연을 본 적은 없어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다음번에는 가창력이 폭발하는 넘버들이 가득한 뮤지컬을 하실 때 보러 가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김국희 배우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드라마로, 비하인드 영상으로 얼굴과 이름, 뮤지컬 배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캐스팅 보드를 보며 내적 반가움도 있었고 궁금하기도 했다.
무대의 막이 오르고 어느새 나는 김국희 배우만 쫓고 있었다. 연기, 노래를 잘하는 걸 떠나서 배우에게 몰입되었다. 특히, 어린아이부터 청소년기, 청년기를 지나 노년기의 흐름대로 점차 목소리가 변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씬이 있었는데 그 장면에서 순간 울컥했다. 특별한 가사도 아니었는데 그냥 그 목소리를 듣는데 울컥한 마음을 혼자 눌러야 했다.
그렇게 레드북은 나에게 김국희 배우로 남았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질 때까지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요
사실 보고 온 지 시간이 꽤나 지나서 이 주저리도 마음 한 켠에 남겨두려고 했는데, 공연을 보고 나오며 대사를 적어 둔 메모장을 발견했다. 적어도 이 대사들을 어디서 만난 지는 알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