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술책 08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지술 Jan 04. 2022

샴페인의 황제, 돔페리뇽: 술 먹고 돈 벌기

샴페인 돔페리뇽과 재테크

샴페인, 가장 행복한 순간을 함께하는 술


샴페인만큼 기분 좋은 상상을 떠올리게 하는 술이 있을까. 누구나 기쁜 일이 있거나, 축하할 만한 일이 있을 때  샴페인을 준비하고, 샴페인이 터뜨리는 시원한 발포음과 함께 그들의 행복을 만끽한다. 세상에서 과연 누가 제일 먼저 샴페인을 터뜨렸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태초에 있었던 그분 덕분에 현시대의 사람들은 '샴페인'하면 빵! 터지는 축하포 소리를 듣고, 행복한 표정으로 거품이 넘치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상상하게 되었다. 샴페인은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함께하는 아주 운이 좋은 술이다.


2021년 여름, 친구들과 생일을 축하하며 즐겼던 샴페인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에 만난 '샴페인의 황제'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나와 함께 했던 샴페인은 바로 '샴페인의 황제'라고도 불리는 '돔페리뇽'이었다. 2020년 2월, 신혼여행으로 떠난 하와이에서 운명처럼 돔페리뇽을 만나게 되었다. 신혼여행에서의 첫 저녁식사를 위해 리조트 주변의 좋은 레스토랑을 방문했는데, 영어로 된 메뉴판을 직독 직해하며 정독하던 중에 내 눈을 단번에 사로잡은 영어단어가 있었다.


Dom Perignon Vintage 2008, 250$


우와, 돔페리뇽이다!! 


샴페인 초보자였던 내가 알기로도, 돔페리뇽은 샴페인 중에서도 매우 고급 샴페인으로 유명했다. 또 풍문으로 듣자 하니, 돔페리뇽은 클럽과 같은 유흥 주점에서는 70만 원-100만 원에 팔리며, 일반 소매점에서도 판매가가 25만 원-30만 원을 호가하는 아주 비싼 술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 비싼 샴페인의 황제를 하와이의 레스토랑에서 단돈 250불에 맛볼 수 있었다! 당시 환율로 따져보았을 때 한화로 3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우리 부부는 돔페리뇽과 함께 신혼여행을 자축하기로 했다.


하와이에서 만난 운명적인 돔페리뇽 2008


돔페리뇽의 맛? 돈의 맛!


아쉽게도 돔페리뇽의 맛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이렇게 비싼 샴페인을 다 마셔보는구나', '돔페리뇽은 사실 페리뇽일지도 몰라!' 하는 뽕맛에 취해 샴페인의 맛을 느끼기보다는 돈의 맛을 느끼느라 바빴을 것이다. 다만, 산미와 바디감, 청량감, 당도, 과실 뉘앙스 등 샴페인이 지닐 수 있는 모든 특징들이 서로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최고의 밸런스를 이루었다는 점은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 이 조차도 돈의 맛에 마비된 뇌가 만들어 낸 '강제적 호평'일 지도 모르겠으나, 그날 나의 가장 행복한 순간에 함께했던 돔페리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맛을 지닌 샴페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돔페리뇽이 돈의 맛이었던 또 한 가지 이유는,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너무나도 착한 가격에 돔페리뇽을 맛보았다는 점이다. 돔페리뇽의 소매가가 20만 원대였으니, 레스토랑에서는 아마도 그 판매가가 최소 50만 원은 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운 좋은 한국의 신혼부부는 허니문 첫날 저녁에 방문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20만 원대에 돔페리뇽을 만나게 되었고, 한 병 마실 때마다 약 20만 원씩 버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바보 같으면서도 행복한 계산을 하며 돔페리뇽도 마시고, (상상으로) 돈도 벌었다. 


돔페리뇽+재테크='돔테크'


샴페인? 하면 대중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는 아마도 아래 3가지일 것이다.


뵈브클리코, 모엣 샹동, 그리고 돔페리뇽

왼쪽부터 뵈브클리코, 모엣&샹동, 돔페리뇽


뵈브클리코와 모엣샹동도 와인 소매점에서 구입 시 10만 원 이내로 구입할 수 있고, 대중들이 사랑하는 좋은 샴페인이다. 하지만 샴페인 3 대장 중에서 맛을 즐길 용도뿐만 아니라, 재테크의 용도로도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샴페인은 단연코 돔페리뇽이다. 돔페리뇽은 다른 샴페인들과 달리 포도의 작황이 좋은 해에만 샴페인을 만들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맛이 탁월하다고 평가되는 빈티지 (포도를 수확한 해)의 경우 날이 갈수록 그 인기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가치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와 함께 샴페인으로 재테크를 하는 투자도 인기를 얻고 있다. 샴페인 50개의 가격 변동성을 나타내는 '샴페인 50 지수'의 2021년 추이를 살펴보면 약 33%의 상승을 기록하며 샴페인 가격 역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자랑했다. 이는 샴페인 투자자들이 웬만한 주식 투자자들 못지않게 큰 수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샴페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샴페인을 구입하여 와인 셀러에 저장해 두고 입맛을 다시며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일이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좋은 샴페인을 구입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온다면, 한 병은 즐기고, 한 병은 투자용으로 구입하여 샴페인 투자를 해보는 것도 좋은 샴페인의 맛을 느끼는 색다른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프롤로그
글을 쓰려고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내 생애 최고의 순간 맛보았던 돔페리뇽의 빈티지는 로열 빈티지로 현재는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들어진 2008년 빈티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 그때 하와이에서 한 병 더 마실걸...!!'


이전 07화 그라파, 신동엽이 추천한 나를 위한 사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