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상자: 코디북

내 맘대로 뗐다 붙였다

by 지현


제가 어렸을 때는 '코디북'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대충 간단한 옷이나 속옷을 입고 있는 캐릭터들이 그러져 있었는데 수첩 같은 형태부터, 링이 있는 다이어리 형태도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코팅된 재질이라서 위에 스티커를 몇 번이고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맞는 옷이나 신발, 헤어스타일이 들어있는 스티커가 있었습니다. 옷장처럼 꾸며진 페이지나 남는 페이지에 이 스티커들을 붙여 두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하게 조합하면서 놀고는 했습니다.


해당 코디북과 호환되는 스티커를 사야지 딱 맞춰가면서 놀 수 있었는데, 다른 것을 사서 잘 맞지 않는 경우에도 그냥 대강 붙여 놓고서 즐기기도 했습니다. 꽤나 오래 즐길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스티커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찢어지거나 접착력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스티커가 찢어지거나 못 쓰게 되면 엄청 속상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중에는 유명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나오는 코디북이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면 해당 코디북부터 옷까지 새로 사야 했지만, 그 당시에는 그저 새로 무언가 나와서 또 모아서 놀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기도 했고, 또 한 편으로는 내가 좋아하던 다른 스티커들을 쓰기 힘들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이때, 엄마가 신기하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가 어렸을 때는, 종이에 프린트된 옷이랑 사람을 잘라서 그 위에 접어서 얹는 식으로 이 놀이를 했다고 합니다. 그때에도 세상이 좋다고 신기해하셨었죠.


나중에는 인터넷으로도 '옷 입히기'류의 게임이 많이 나왔는데 그때도 친구들이랑 뭐가 그리 좋다고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거 말고도 화장하기 게임도 있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물론, 화려한 스티커와 마우스 클릭으로 소리와 화려함까지 겸비한 놀이들이 많이 나왔지만, 의외로 더욱 재밌었던 것은 친구들끼리 손으로 직접 그려서 만들었던 놀이였습니다. 머리 스타일 몇 가지, 얼굴형, 눈, 옷 같은 것을 연습장에 그려놓고 연필 뒤편으로 빠르게 왔다 갔다 움직이다가 '멈춰!'라고 말하면 그때 걸리는 아이들로 캐릭터를 조합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도 꽤나 오래 걸리고, 그닥 화려하지도 번쩍이는 효과도 없었지만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열심히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고 나중에는 내가 직접 만들기도 하고 하면서, 내 못생긴 캐릭터에 아쉬워하기도 하고 예쁜 모양이 나왔을 때에는 뿌듯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캐릭터들을 저와 동일시해서 그렇게 집중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또 다른 나나 내 친구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뗐다 붙였다 하던 코디북과, 열심히 친구들이 연필을 놀려 캐릭터를 만들던 것 모두 영원히 기록으로 남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감정으로 제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습니다.

수, 일 연재
이전 07화여섯 번째 상자: 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