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상자: 팽이

쓰리 투 원 고~~~~ 샷!

by 지현


제가 어린 시절 유명했던 팽이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합작해서 만들었다고 알려진 이 '탑블레이드'라는 애니메이션은 그 당시 아이들에게 센세이션 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팽이로 엄청나게 치열하게 싸웠던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주인공이 아닌 옆에 있던 회색머리 캐릭터인 '카이'를 좋아했던 사실만은 똑똑히 기억이 납니다.


탑블레이드는 애니메이션뿐만이 아니라 실제 게임으로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팽이가 굴러갈 수 있는 플라스틱 판 같은 게 있었습니다. 그 위에서 슈터에 팽이를 고정하고, 와인더라고 했던 저 긴 플라스틱을 끼웠다가 빠르게 빼면 팽이가 돌면서 판 위로 떨어졌었습니다. 그때 다 같이 '쓰리 투 원 고~샷!'을 외쳐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남자아이들은 부품을 더 사 모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의 팽이를 사기도 하고, 좀 더 무게감을 주는 링을 넣기도 하고, 슈터 역시 기본적인 디자인이 아닌, 손 전체로 쥘 수 있는 디자인의 것을 사서 오기도 했었습니다.


이겨서 딱히 좋은 것도 없고, 진다고 벌칙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 시절 친구들이랑 방 한 구석에 모여서 다 같이 마법 같은 주문을 외치면서 팽이 시합을 하곤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때 모두들 만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었던 것도, 목이 터져라 같이 응원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옹기종기 만나서 게임을 하고, 용돈으로 부품을 사서 조금씩 업그레이드하곤 했던 친구들도, 그렇게 시끄러워도 한 번도 소리를 크게 나지 않았던 친구의 어머니에게도 좋은 추억을 선물해 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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