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혀니 Dec 13. 2020

2020년의 첫눈이 내린 날

처음이라는 마법



유독 잘 때 빛이 들어오는 걸 싫어하는 편인데 어젯밤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보고 커튼 치는 걸 까먹었다. 일요일은 일주일 중 딱 두 번만 누릴 수 있는 늦잠 데이인데! 짜증스러운 마음으로 억지로 눈을 떠서 (전날 영화를 보고 울고 잤더니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커튼을 치려고 일어난 순간 나의 모든 잠이 다 달아났다.




2020년의 첫눈이 내렸다!




다시 잠에 들 생각으로 일어났었던 나는 어느새 커피를 타와 풍경을 보고 있었다. 눈은 내가 매일 보던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바꿔놓았다. 말 그대로 첫눈처럼 조심스럽고 예쁘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도는 깨끗했고, 운동장은 발자국 하나 없이 하얗고, 잎들을 떠나보낸 나무들은 가벼운 새 옷을 입었다.  



마침 새벽에 봤던 영화 <노트북>으로 내 감수성은 더 풍부해져 있던 상태였다. 유튜브에 영화 소개해주는 걸 보고, 잠이 들기 전에 심심하니까 보자는 생각으로 보게 됐는데, 어느샌가 완전히 몰입되어 주인공들과 함께 웃고 울고 있었다. 새벽 2시 반쯤 영화가 끝났는데도 한참을 더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오랜만에 내 ‘첫사랑’은 어땠지, 다시 떠올려보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참 ‘첫’이라는 수식어는 마법같다. 첫눈, 첫키스, 첫사랑, 첫출근, 첫데이트 등등.. 첫이 붙게 되면 그 단어는 백배는 더 특별해진다. 하얗게 내려있는 눈처럼 그 순간에 대한 마음이 순수해서 일까. 내심 백지 같았던 그 마음들이 두 번은 없을 거 같아 슬퍼지다가도, 매년 돌아오는 첫눈처럼 내 인생의 처음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생각으로 위안해보기도 한다.



아름다운 영화를 본 날, 첫눈이 내려줘서 더 오래 기억될 고마운 하루의 기록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의 길을 걸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