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아름다웠던 2020년의 가을
가을은 나도 모르는 사이 찾아온다. 마치 영원할거같은 뜨거운 여름 때문일까? 저녁에 서늘함이 느껴져 가디건을 하나 꺼내 입기 시작하면서도 가을이 성큼 다가와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소리 없이 찾아오지만, 가을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어느 순간 가을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색으로 모든 것을 물들이며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이번 연도에는 새삼스럽게 가을이 더 아름다웠다. 취준생 시절의 작년에 비해 더 여유가 생긴 덕분일까. 맑고 높은 하늘도, 형형색색으로 물든 나무들도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쉽다. 점심시간과 퇴근길엔 핸드폰을 들어 이곳저곳 찍어본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 예쁘게 담는 건 무리인가보다. 괜히 일 년 전에 산 내 핸드폰이 구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을 찍느라 퇴근시간은 두 배로 늘어났지만 이 아름다운 가을을 담기엔 여전히 부족한 시간이다.
가을의 찬란함에 빠져들어 있을 때, 가을은 마음의 준비가 안된 나를 떠날 준비를 한다. 쌓여가는 낙엽들이 그 증거다. 어느덧 빠르게 쌓여가는 낙엽을 보면서 짧은 가을을 아쉬워한다. 시간이 참 빨리 흐른다.
낙엽 위를 걸으면 가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봄에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아무리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 가을만의 소리. 음악 소리를 낮추고 쌓여가는 낙엽 위를 걸어본다. 바스락바스락, 한 때 나무 위에서 푸르렀던 잎들이 내는 마지막 소리같기도, 아쉬워하는 나를 위한 떠나가는 가을이 남기는 마무리 인사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