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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혀니 Nov 09. 2020

아빠와 산책

이상형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살면서 여러 번 듣게 되는 흔한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대답을 하기가 참 곤란하지만, 사실 나는 엄마보다 아빠와 더 친하다. 엄마와 안 친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조언을 더 많이 구하는 것도, 기쁜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것도 아빠긴 하다. (엄마, 정말 미안.)






가끔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우연히 아빠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러면 분명 피곤했음에도 아빠랑 산책을 하며 공원을 빙빙 도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다. 조금 쌀쌀해졌지만 아빠의 손은 항상 따뜻해서, 손을 꽉 잡고 산책을 하다 보면 어느새 따뜻한 기운이 나를 감싼다.


아빠랑 걷다 보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된다. 특히 나는 연애를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아빠에게 전부 말하는 편이다. 아빠는 나의 연애 얘기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물어보면 세세한 내용까지 다 기억하고 있다. 아빠는 절대 엄마처럼 자세히 물어보지 않는다. 엄마는 '어떤 사람인데? 뭐하는 사람인데? 나이는?' 등등 많은 질문이 꼬리로 이어져 말하기 좋아하는 나도 어느새 지쳐 그 자리에서 도망간다. 하지만 아빠는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묻지 않으신다. 한 번은 그런 게 서운해서 아빠는 딸이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데 관심도 없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딸이 멋지다고 생각한 사람은 분명 멋진 사람일 건데 뭘."


그러니 나도 우리 아빠께 더 말할 게 없다.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멋진 사람이다. 아빠도 인정한 사람인데 온전히 사랑해주면 되는거다.






오늘은 뜬금없는 질문을 해봤다.


"아빠는 내가 어떤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

"착한 사람"

"착하기만 하면 돼?"

"그럼!"


까다로운 조건이 있는 엄마와 달리 아빠의 조건은 한 가지다. '착한 거' 그러니 아빠랑 대화하면 답이 명쾌하게 지어진다. 내가 좋아하고, 착한 사람을 만나면 된다. 나중에 결혼해서 싸우는 이유는 다 돈 때문이라는데, 아빠는 내가 돈 같은 건 안 봐도 괜찮냐고 물으니, 우리 딸도 능력 있는데 둘이 같이 모으면 되는 거라고 마음이 이끄는 사람을 만나라 하신다. 그러니 내가 우리 아빠를 안 좋아할 수가 없다.


대부분 대화의 끝은 똑같다.

"나는 아빠 같은 사람 만날래!"


그러고 나서 아빠를 꼭 안아주는 거다.


외모도 성격도 나와 제일 닮은 울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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