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밍웨이 Mar 18. 2024

너 요즘 뭐 하고 있어?


주말 평온하게 점심을 먹고 아내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집 밖은 바람이 불고 추웠지만 집 안에서 보는 밖은 햇빛이 비치는 쨍쨍한 좋은 날이었다.

정적을 깨고 아내가 한마디 물어 왔다.


" 요즘 뭐 해?"


통 나의 근황을 말하지 않고 그냥 내 생각대로만 이것저것 찔러보고 있던 나에게 던져진 질문

'올 것이 왔구나' 생각이 들면서 말을 잘해보고 싶었지만...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아내의 반응을 예상해 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어 요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쓰는 거 좀 배워보고 있어"


아내는 바로 나의 말을 자르고 다시 물었다.


"유튜버 할 거야?"


내 마음과 머리 그리고 입에선 그녀의 이후 질문에 대답을 하기 싫어하는 느낌들이 몰려왔고 난 정말 어떤 질문에 대답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지금의 생활은 다 아내가 번돈으로 하고 있고 그걸 빚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이 질문은 대답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대답을 있어 나갔다.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동영상 편집 좀 해서 프리랜서로 해보는 거도 나쁘지 않을 거 같고 일단 포트폴리오 할 겸 내 유튜브에 업데이트도 좀 해보고 그 프로그램 쓰는 거 좀 알아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아내는 바로 나의 말을 자르며 나에게 뚜렷한 목표 부재, 계획 부재, 계속 이렇게 살건지 무슨 생각으로 있는 건지 모르겠다 등 말을 해왔다.


난 그냥 말하고 싶었다.


취직해서 그냥 다시 예전처럼 돈 벌어다 주고 안에서 만큼은 그냥 아무도 날 안건들이고 편하게 쉬고 싶다라고. 그리고 내가 지금 이렇게 집안에 처박혀있는 건 처음에는 사업으로 돈 좀 벌까 해서였지만 지금은 내가 돈을 벌려고 취직해 버리면 딸의 생활이 꼬여 정서적으로 불안해하는 게 싫어서 딸 때문에 지금 너에게 이런 소리 들으며 참고 그냥 있는 거라고.

딸이 알아서 학교 다니고 혼자 밥 차려 먹고 생활 가능할 때 알아서 돈 벌어다 주고 그럴 테니까 걱정 말라고.


하지만 이런 내 속마음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날씨 좋고 기분 좋았던 날. 싸우고 싶지 않다.


내가 속마음을 말하면 싸울 것이다.

하지만 난 원치 않는다. 그냥 내가 기분 나쁘고 말자. 

내가 아내의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


나였다면 어떤 걸 해보든 그냥 응원했을 것 같다. 

우리 생활비 개인적으로 드는 비용은 어차피 외벌이들이 하는 것들이 고 사업으로 내가 집돈을 쓰거나 아내에게 돈을 달라고 해서 사업에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제까지 교육이나 어떤 물건을 사거나 하는 건 다 내가 내 돈으로 이제까지 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아내의 입장이었다면 정말 많이 달랐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나의 아내는 나에게 실망을 했다. 실망한 지 꽤 오래이다.


이렇게 세상에 날 믿는 사람은 나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나 스스로를 믿어야만 하는 이유는 내가 날 믿지 못하면 끝이기 때문에.... 미련 없이 모든 걸 정리할 것이기 때문에 난 이 끈을 내 딸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놓을 수 없다.


난 날 믿어야 한다. 근데 힘들다.


5분도 안 되는 아내의 설교에 지쳤고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


독해져야 하는데 독할 기력도 없다.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난 지금 나의 이 현실을 타개하고 더 나아가 잘 살고 싶다. 그 방법이 보이지도 떠오르지도 않아 슬플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