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평온하게 점심을 먹고 아내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집 밖은 바람이 불고 추웠지만 집 안에서 보는 밖은 햇빛이 비치는 쨍쨍한 좋은 날이었다.
정적을 깨고 아내가 한마디 물어 왔다.
통 나의 근황을 말하지 않고 그냥 내 생각대로만 이것저것 찔러보고 있던 나에게 던져진 질문
'올 것이 왔구나' 생각이 들면서 말을 잘해보고 싶었지만...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아내의 반응을 예상해 보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어 요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쓰는 거 좀 배워보고 있어"
아내는 바로 나의 말을 자르고 다시 물었다.
"유튜버 할 거야?"
내 마음과 머리 그리고 입에선 그녀의 이후 질문에 대답을 하기 싫어하는 느낌들이 몰려왔고 난 정말 어떤 질문에 대답도 하기 싫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지금의 생활은 다 아내가 번돈으로 하고 있고 그걸 빚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이 질문은 대답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대답을 있어 나갔다.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동영상 편집 좀 해서 프리랜서로 해보는 거도 나쁘지 않을 거 같고 일단 포트폴리오 할 겸 내 유튜브에 업데이트도 좀 해보고 그 프로그램 쓰는 거 좀 알아두면 나중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아내는 바로 나의 말을 자르며 나에게 뚜렷한 목표 부재, 계획 부재, 계속 이렇게 살건지 무슨 생각으로 있는 건지 모르겠다 등 말을 해왔다.
난 그냥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내 속마음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날씨 좋고 기분 좋았던 날. 싸우고 싶지 않다.
내가 속마음을 말하면 싸울 것이다.
하지만 난 원치 않는다. 그냥 내가 기분 나쁘고 말자.
내가 아내의 상황이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
나였다면 어떤 걸 해보든 그냥 응원했을 것 같다.
우리 생활비 개인적으로 드는 비용은 어차피 외벌이들이 하는 것들이 고 사업으로 내가 집돈을 쓰거나 아내에게 돈을 달라고 해서 사업에 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제까지 교육이나 어떤 물건을 사거나 하는 건 다 내가 내 돈으로 이제까지 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아내의 입장이었다면 정말 많이 달랐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나의 아내는 나에게 실망을 했다. 실망한 지 꽤 오래이다.
나 스스로를 믿어야만 하는 이유는 내가 날 믿지 못하면 끝이기 때문에.... 미련 없이 모든 걸 정리할 것이기 때문에 난 이 끈을 내 딸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놓을 수 없다.
난 날 믿어야 한다. 근데 힘들다.
5분도 안 되는 아내의 설교에 지쳤고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
독해져야 하는데 독할 기력도 없다.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난 지금 나의 이 현실을 타개하고 더 나아가 잘 살고 싶다. 그 방법이 보이지도 떠오르지도 않아 슬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