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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스 Aug 28. 2024

숲포츠센터

맨발 걷기

중독되었다. 맨발 걷기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글쓰기 스승님의 소개로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맑은 피부와 건강한 모습, 확신에 찬 설명에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맨발로 땅을 밟은 첫 느낌은 차가웠다. 생각보다 시원해서 살짝 놀랐다. 무더위에도 숲의 흙을 밟으면 지낼만하다. 숨 막히는 아스팔트 위 그늘 없는 도심에서 피서가 따로 없다. 아니 숲은 내게 최고의 휴양지다. 집 근처의 숲은 강원도나 제주도 못지않다.

상일동은  서울 끝자락이라 개발이 되지 않은 산이 있다. 주민들에게 축복의 장소다. 매일 만나는 맨발 걷기 원들은 어느 스포츠센터 원 못지않게 열심이다.
집에10분 거리여서 이동하느라 시달리지도 않는다. 여행 갈 때의 고단한 여정이나 비용은 필요 없다. 물 한병 들고 와 바로 휴식을 취할 뿐이다. 좋아하는 오디오북을 들으며 천천히 걷는다. 한 발 한 발 흙의 촉감을 즐긴다.  
눈앞은 온통 초록빛. 편안한 풍경과 신선한 공기를 주는 나무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걷는다.  


단지 불편한 게 하나 있다면 달려드는 독한 산모기다. 폭염에도 얇은 긴팔을 입는 이유다. 처음에 멋모르고 반팔을 입고 갔다가 얼마나 물렸는지. 어찌나 독한지 며칠 동안 가려워서 고생했다. 이제는 긴 옷을 입고 부채를 가져가 팔 운동 겸해서 부채질을 한다. 모기도 쫓고 시원하고 일석삼조다.


내가 느끼는 맨발 걷기의 최고 혜택은 꿀잠이다.
얼마만의 숙면인지 모르겠다. 커피, 스마트폰, 스트레스, Netflix, 운동 부족, 야식 등 수많은 원인으로 늦게 자고 때로는 너무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깼다. 새벽 1시 50분, 2시, 3시에 깨면 다시 잠들기 힘들었다. 결국 몇 시간씩 깨어 있다가 아침에 다시 잠들었다. 잤는데 안 잔 것 같은 상태로 커피를 마시고 다시 얕은 잠의 반복으로  컨디션은 바닥을 쳤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준 맨발 걷기의 힘은 놀라웠다. 걸은 첫날부터 깊은 잠을 잤다.


바쁜 일정 속에 걷기를 규칙적으로 넣는 데는 몇 주의 적응 기간이 필요했다. 결국 걷기가 습관이 되었고 요즘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걷고 있다. 때로는 10분이라도 걷고자 숲으로 뛰어간다. 여유가 없는 날에는 간단한 도시락을 싸서 숲에 가서 먹으며 걷는다. 읽어야 할 책도  숲에 가져가서 읽는다. 맨발 걷기는 이제 나의 주요 일과가 되었다.

책도 읽어야 하고 걷기도 하고싶고ㅎㅎ
촉촉한 황토
진입로
눈도 좋아졌다
고마운  나무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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