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이 시간이 지나가길

창문 너머의 세상을 보며

by 온담

병동 창문 너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람들은 지나가고, 나는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제 갈 길 가느라 바빴고, 나는 밑을 내려다보며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물론 이걸 말하면 집중면담 들어가기에 말하지는 않았다.

간호사님이든, 주치의 선생님이든. 혹은 둘 다.


창문 밖의 사람들은 진료가 늦었는지 뛰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가기도 하면서

커피를 같이 마시기도 하고, 여유로우면서도 치열하게 살기 바빴다.

마치 그런 바쁘고 힘든 일상을 조롱하듯,

푸릇푸릇한 나무들은 짙은 초록으로 바람의 방향에 따라 살랑거리며 흔들리고 있었고

하늘은 끝내주게 푸른 물감으로 칠해져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었다. 마음과 달리 비와는 상반되는 날씨를 늘 자랑했다.


이런 현실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 내리는 나의 마음의 날씨와 현실의 날씨가 달라서일까.

더는 버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나가서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역시 좋은 계획은 아니었다.

이건 나를 놓아버리려는 시도였으니까.

살지 말까, 이대로 살아서 뭐 하나 싶었다.

그런 생각들과 함께 지금 생각해 보면 엉성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인지 한번 보고 나서, 그렇게 간호사님과 주치의 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러 번 있었다.


하루하루 시간은 느리게 가는데 날짜는 말도 안 되게 빨리 지나갔다.

아침에 눈을 뜨면 늘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었다.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고, 밥을 먹고, 면담도 하다 보면 어느새 다시 밤이 되었다.

그 하루가 끝나고도 다음 날 눈을 뜨면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었다.

가끔 간호사님이 쿠키를 주기도 하고,

여유가 되면 간호사님과 병동 한 바퀴 돌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우울이 날 지배하고 있었다.


이 시간은 언제 지나갈까.

붕괴된 나의 일상은 언제쯤 복구가 될까.

병동 사람들과 아무리 잘 지내도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고

붕괴된 나의 일상은 그저 복원을 위해 테이프를 임시로 붙이는 수준이었다.

결국 어느 순간 무너졌고, 이 시간은 영원히 멈춰진 느낌이었다.

나의 인간관계부터 시작하여 내가 쌓아온 것들, 사회생활.

모든 것들이 무너짐과 동시에 나의 시간은 그곳에서 멈춰졌다.


창문 너머의 세상은 어떨까.

여기, 병동에서 나가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푸릇푸릇하고 생기가 도는 나무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평범하게 웃고 떠드는 일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병동에서만 웃고 떠들지 않고 현실에 돌아가서도 가능할까.

붕괴가 된 상태가 기본값인 나는 더 이상은 바라는 게 없었다.

나의 시간이 차라리 영원히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며 지냈다.

하지만 내가 죽고 싶기만 했던 건 아니었나 보다.

힘들고 힘든 이 시간이 그저 지나가길 간절히 바랐다.

하루가 지나가고, 또 하루가 지나가면

언젠가는 이 시간도 끝날 거라고 믿고 싶었다.

더 이상은 아프고 싶지도 않았고, 회복의 계절이 오길 바랐다.

하지만 누가 그랬다. 지금 이 힘듦이 영원하진 않다고.

어느 순간부터 천천히 나의 시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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