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도 밝은 병동에서
병동에 들어갔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낯설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왠지 평온해 보였다.
다들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가볍게 병동 한 바퀴를 돌며 운동하는 사람도 있었다.
누가 봐도 평화롭게 느낄 정도였다.
첫 입원 때, 말을 걸어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아주 잠깐 음악 전공을 했다가 그만둔 친구였다.
그래서인지 말도 잘 통했고, 먼저 말을 걸어줘서 정말 기뻤다.
솔직히 난 내가 병동에서 잘 지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사람을 은근히 피해 다니기도 했고,
사람들과 어울려 다니는 건 내게 있어 사치나 다름없었으니까.
이 친구 덕분에 조금씩 다른 친구들에게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었다.
청소년 병실은 재미있는 일이 꽤 있었다.
불을 끄고 어두운 병실, 그리고 최소한의 불이 켜져 있는 복도.
그곳에서 나는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어쩔 때는 간호사님들 몰래 각자 간식을 꺼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병실 문 쪽에 있는 사람은 늘 간호사님이 오시는지 안 오시는지 살피는 자리였다.
그리고 내가 하필 그 자리라서 “야 온다” 하면서 잠자는 척을 하고 간식도 옆에 숨겼던 적도 많이 있었다.
그러고 다시 가시면 눈치 보다가 일어나서 과자 먹으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병동은 휴대폰 사용이 불가능해서, 보드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다.
루미큐브는 정말 많이 했고, 다른 게임들도 많이 했다.
입원해서 늘은 거 하나를 꼽자면 보드게임 룰을 다 꿰뚫는 것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평온한 일상을 보냈으니까.
물론 늘 평온하진 않았다.
어느 병동이나 그렇듯, 사건도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주인공이 내가 되었을 때도 있었다.
병동에서 하도 일을 많이 꾸며서, 나 때문에 금지된 물품도 생겼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낮을 지나 밤이 되었다.
밤은 늘 불안한 시간이었다.
보통 취침 전 약은 오후 9시에 먹었고, 소등시간은 밤 10시였다.
이전에는 11시였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바뀌었다.
그렇지만 가끔은 놀다가 보호사님과 간호사님이 자라고 말하지 못할 정도로
즐겁게 수다를 떨 때도 있었다.
그래서 밤 12시가 넘어서 병실에 들어갈 때도 있었다.
한 번은 친구랑 같이 12시 반 넘어서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같이 병실 밖으로 나와서 당직선생님과 면담을 나눈 적도 있었다.
당직선생님은 매우 피곤해 보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고 약을 하나 받고, 겨우 잠자리에 들었던 일도 있었다.
나에게 있어 병원은 스펙터클 했지만,
재미있기도 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한 간호사님과 면담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 몸도 마음도 흉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배 아픈 사람한테 “또 배 아파요?” 하지 않듯,
힘들다고 “또 힘들어요?” 하지 않는다고.
사실 이 말을 듣고 너무 감사했다.
나의 힘듦이 꾀병이 아니구나 싶었으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수간호사님이 늘 그랬다.
커튼을 젖히며, “얘들아 일어나야지!!!” 했던 그 시절,
낮에 낮잠 자려고 커튼을 치면, 안된다고 커튼을 또 젖혀버렸다.
당시에는 원망스러웠지만, 지금도 원망스럽다.
아니 낮잠도 안되면 어쩌라는 걸까.
생활 패턴 때문에 그런 건 이해하지만 말이다.
유독 소아청소년만 그랬다. 챙겨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병동에서는 이 외에도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프로그램도 재미있는 게 있었고, 사실 소아청소년과 성인과는
프로그램이 조금씩 달랐다.
공부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이 시간은 모든 친구들이 싫어했다.
그래서 애들 잡으러 다녔었지. 물론 나도 싫어해서 도망갔었다.
이런 것도 지나고 보면 하나의 추억이 되는 것 같다.
밤에는 늘 힘들어했지만, 간호사실 앞에 있는 창문에 기대어 있다가
간호사님과 면담하는 날도 많았다.
노래방 시간에 노래 듣다가 펑펑 운 적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주치의도 나를 잘 알고 계시지만, 정말로 나를 잘 아는 건 주치의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한 간호사님들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주치의가 우리를 모른다는 뜻은 아니다. 모를 리가 있나.
밤의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오늘은 왜 살아있을까’를 마음속으로 외쳤었다.
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를 병동에서 맞이했을 때 씁쓸했다.
이 시간이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그리고 나의 멈춰있던 시간은 천천히 움직이려는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