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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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
여자아이는 손이 부드럽고 또 다른 여자아이를 만진다
별 거 아니야 잠 안 와서 생각난 거야
잘 자는 사람의 손 깍지를 쥐다가
테두리를 문지르면 가운데로 가는 시야
눈꺼풀을 닫으면 더 가까워지는 튤립 하얗게 피는 웃음 한낮의 교정 폭설주의보
한발 물러서면 더 선명해지는 커튼의 질감
그 아래 영화를 말해보기에 좋았고
너는 손사래를 치는 여자아이였다
빈 교실은 아이들이 달려드는 장면에서 새로운 시퀀스가 되는데
이 안에 체리 숨기고 있는 거 모르겠지
만개한 꽃잎 끝날 리 없는 자연 주기
눈이 계속 와 너희가 왜 자꾸 웃는지 모르겠어
폭소 끝에 복도 밖으로 밀려났다
원래는 뒷산 가서 서러운 강아지한테라도 주려던 게
다 물러 터져 있었어 단 냄새가 진동하고
과즙에 꼬인 검은 말벌 같은 건 함께 소각장에 태웠다
서로를 안아줄 때 태어나기 전처럼 웃어주기
나랑 도망가자 이 세상을 뒤로 하고 그런 노래도 있어
신호를 어기기로 했다 손 잡고 빨간 불을 가로질렀다
도달한 섬에서 토끼를 낳았다 풀을 주면 자꾸만 커지는 구름 같은 몽상들
토끼의 수명은 사오 년 정도
아이를 낳아봤지 소중하게 길러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