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세계 3..... 이전

3장을 향해 가며

by 은졍




서른 살, 혼자 사는 방에서 사람이 그립다. 나는 무엇으로 살아 있는 사람일까?

스탠드 주홍빛 곁에서 사람을 그리워한다. 나는 지금쯤 그에게 어떠한 그리움일까. 사람이 나를 그리워할 것을 믿는다.





겨울과 비 내리는 새벽이 힘겨워졌다.

편두통에 시달려서 내원했다. 신경성이랬다. 다른 과에도 갔다. 설마 싶었는데 그래도 신경성이 맞더라. 진통제를 먹으면 되겠지.


가족들 생각이 났다. 다들 안부 물을 데 없이 몸 마음 건강하시다. 조금 화나는 측면이 있다. 생각해놓고 어처구니가 없어 웃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정정하시다면 잘된 일이 아닌가.


아직 장례식을 갈 일이 없으니까.

심한 말인가? 나는 정말로 그 날이 무섭다.

분노하고 싶지 않다.



감정과 자아가 해리 되어 있다. 분노는 자아에 도달하지 못한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웃어 넘긴다. 편두통이 생기면 어찌 된 일인지 앉아서 곰곰히 추리해본다. 나는 뭘 느끼고 있었을까.



절망적이면 하루 지나 웃었다. 분노가 차오르면 소리치듯 웃었다. 너무 매섭게 울면 부끄러운 일인가 싶어 입꼬리를 올리고 있으면 좀 나았다. 미소라도 보이면 데시벨이 있었어도 허락은 받아 놓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안 힘든 척 다들 살아가지 않나.


산다는 것은 성패가 아니라, 감각으로 얻는 모든 경험이니까, 살아가면 된다는 말이다. 어릴 때, 때로 집을 나오면 한파에도 아무래도 집 밖이었다. 찬 바람을 맞고 외투보다 눈물이 따뜻해 하늘만 올려다 봐도, 그게 인생은 맞았다. 그렇지만 달려와 안아주기를 바랐다.




베개에 일자로 뒷통수를 묻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스탠드도 모두 끄면서, 이불을 코까지 올렸다. 나를 안아주는 사람들은 누구였나. 많았는데. 지금 없다.

행복도 해리 되는 것일까, 그래서 이렇게 먼 것일 수밖에 없는 걸까.

무엇으로 살았냐고? 당연히 사랑으로 살았지. 그 언제나.

이불을 이마까지 올려 덮었다.


조금 울면 단단하게 개운해졌다. 이렇게 잠이 잘 오는 밤이면 나를 안아주던 그들도 나를 여전히 그리워할 것만 같았다. 눕기만 하면 며칠씩 가슴이 미어지는 날마저 사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좋은 것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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