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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Jul 11. 2022

루이스 L. 헤이의 <치유>

좋은 책은 또 다른 책을 부른다. 어떤 책에서 이 책을 만났는지는 잊었지만 이 책에 관한 인용을 본 이후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나의 독서 목록에 들어왔다. 

    

생각     


독서를 하며 마음이 멈춘 문장들을 바닷가의 조개를 줍듯 한데 모으는데 이 책에서는 ‘생각’에 관한 문장들이 많았다. 저자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생각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생각이란 무엇일까. 얼마 전 읽은 닉 채터의 <생각한다는 착각>(웨일북, 2021, p313)에서 저자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과거의 생각과 행동이 변신한 것”이라 말했다. 이 점은 이 책의 저자도 동일하다.     

 

우리가 믿는 것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의견이 우리의 신념 체계로 들어온 것이다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도 알고 보면 이렇게 해서 생긴 것이 많다.(p65)” 

     

즉, 어린 시절 자신을 긍정해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사랑의 말도 많이 듣지 못했다면, 그 사람들과 같은 방식으로 나 자신도 나를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신념이나 가치관이 되어 마치 처음부터 내 생각이 었던 것처럼 되어 버린다.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한 생각은 현실이 된다그리고 생각은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며무한하다.(p20)”     


하지만 생각은 자신이 정할 수 있다. 또한 생각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커서 지금의 나의 생각과 말이 나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즐겁게 살고 싶으면 즐거운 생각을 해야 하고 성공하고 싶다면 성공한 미래를 그려야 한다. 내가 선택한 생각이 실제로 그러한 경험을 하도록 이끈다. 이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뻔한 말이라고, 이상론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늘 부정적인 말만 하고 부정적인 생각만 한다면 좋은 일이 생겨도 진정으로 기뻐하지 못할 것이다. 생각은 타인의 영향을 받기 쉬운 특성이 있지만 반면 스스로 생각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특이한 성질을 가졌다.      


내 책상 앞에는 ‘나는 운이 좋다’는 말이 붙어 있다. 이 말은 이십 대 이후 나의 머릿속에 들어 있다. 나는 나의 인생을 믿는다. 그렇게 늘 되뇌인다. 그렇다고 내가 늘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어떤 일이 시작하거나 결정할 때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먼저 고려한다. 하지만 막연하게나마 내 인생을 믿고 있다. 분명 내 인생은 나를 좋은 곳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이렇게 믿고 난 후, 어떤 일이 생겨도, 그 일이 최악일지라도 분명 그 이후에는 더 좋은 것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우리는 바로 자신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잊고좌절감에 다른 사람을 비난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남에게 넘겨준다그 누구도어떤 장소도그 무엇도 우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p171)”  

   

자기 자신의 삶을 믿고 내 생각을 보다 긍정적으로 이끌려는 노력은, 타인에 대한 비난을 멈추게 한다. 타인에 대한 비난이 나쁜 이유는 착한 사람이고 싶어서가 아니다. 내 삶의 주인이 나이며, 나는 내 삶을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어릴 적 환경이 좋지 않아서, 혹은 성인이 되어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나를 힘들게 해서, 모두 그들 탓이라고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나는 무기력해진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즉 내 삶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어릴 적 상처든, 어른이 된 이후의 상처든 그러한 상처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나에게는 그 상처를 치유를 할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나르시시즘과는 다르다. 지나친 자기애나 이기주의와도 다르다. 자신의 장점만을 바라보며 자기 자신‘만’ 소중히 여기는 게 아니다. 자신의 단점도 부정하지 않고 솔직하게, 비난이나 비판 없이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이다.   

   

사랑이란 자신을 존중하고 우리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기적에 감사하는 태도이다.(p41)”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아무런 필터 없이, 비난 없이 바라보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아닐까. 이러한 태도가 중요한 이유는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마찬가지로 타인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싶다는 건, 20대 이후부터 내 목표 중 하나다. 예전의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부분보다는 싫은 점이 더 많았고 누군가 나에게 호감을 보여도 그럴 리 없다고, 나를 잘 몰라서 그런다고, 실제의 나를 안다면 분명 싫어하고 떠나갈 거라고 거부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늘 밝은 모습, 웃는 모습, 착하고 선한 모습만 보여주려 애썼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대답할 수 있다. ‘다시 태어나도 너로 태어날래?, 너랑 똑같은 딸이 태어나면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에 고민 없이 모두 ‘좋다’고 말할 자신이 있다. 물론 나의 단점은 그대로다. 여전히 고집이 세고 좋고 싫음이 강하다. 나이를 먹었기에 이젠 이십 대의 젊음도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 과정에는 이러한 종류의 책이 많은 힘이 되었다. 내가 결혼이란 걸 할 수 있게 된 것도 어쩌면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기에, 타인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되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한다.  


역시 좋은 책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마지막으로 다음 두 문장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고 싶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인생을 믿어야 한다.(p197)”     


모든 좋은 일은 자신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에야 비로소 시작된다.(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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