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평화를 추구하는 안무가 기린(Girin Jang)을 만났다.
#. 기린 & 장혜린
Q.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댄서 기린입니다. 현재 소속은 없고 소울댄스 스튜디오에 남아서 여러 콘텐츠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본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 저는 항상 내적인 평화를 갈구하는 사람이에요. 어떤 일을 하든 제 안이 평화로워야 일이 잘 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리고 욕심도 많은 스타일이에요. 다만 예전에는 ‘진짜 너무 잘 되고 싶다’라는, 성공에 대한 욕심이 컸다면 지금은 앞으로의 댄스 라이프를 유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지금 같은 댄스 라이프를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Q. 지금의 댄스 라이프를 유지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댄스 라이프란 어떤 삶일까요?
- 지금은 충분히 즐기면서 춤을 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춤은 이렇게 춰야 해’라는 것에 갇혀 있어서 욕심도 많았고 자기 혐오도 있었어요.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고요. 지금은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어요.
Q. 인생의 모토가 있으신가요?
- 오래된 모토는 아니지만 ‘경쟁하지 말고 계속 창조하라’라는 게 제 삶의 모토가 됐어요. 경쟁하지 않고 스스로 무언가 창조했을 때 더 뿌듯한 것 같고, 경쟁에서 질 때 느끼는 고민이나 고찰도 줄어드는 것 같아요.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거니까’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마음이 편안해져요. 제가 창조하는 과정을 같이 나누고, 만든 결과물을 봤을 때 그 과정에 의미를 더 두게 되는 것 같아요.
Q.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나 대상이 있으신가요?
-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제가 내적 평화를 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에 관심이 많아요. 정신적으로 힘들 때 남들이 도와주는 부분에는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제 인생을 남이 살아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제 마음을 통제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명상을 꾸준히 해요. 항상 자기 전에 명상을 하고, 피곤하면 누워서라도 해요. 명상이 제 마음을 많이 변화시켰죠. 예전에는 약간 시니컬한 사람이었거든요.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하고 다른 사람을 보면서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저 사람은 마음에 안 들어.’ 같은 생각이 조금 있었어요. 그래서 제 안의 평화를 찾고,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무에타이에도 취미를 붙여서 무에타이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해요. 명상과는 매우 반대되는 활동이긴 하지만. (웃음)
#.안무가 기린(Girin Jang)
Q. 늘 묻게 되는 진부한 질문이지만, 처음 춤을 어떻게 추기 시작하셨나요?
- 저는 어렸을 때 굉장히 내성적이었어요. 사람들을 무서워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도 아니었어요. 학교도 가기 싫어했고요.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을 좋아했어요. 예전에 아이돌 가수, 그룹이 나와서 춤을 추는 걸 보면 너무 재미있어 보였어요. 내성적이라 친구들 앞에서 '나 이거 좋아해'라고 당당하게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그냥 혼자 집에서 춤을 보고 따라했었어요. 마침 오빠도 춤을 좋아해서 오빠가 친구들과 춤 추는 걸 많이 보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제 성격을 바꿔보겠다고 재즈 학원을 가라고 하셨어요. 그때 ‘옳다구나’ 싶었죠. 바로 학원을 등록했어요. 그때가 시작이었어요.
Q. 저도 어릴 때 내성적이어서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저는 그렇게 활동적인 액티비티가 있는 학원에 가면 남들과 비교될까봐 두려워했었는데, 기린님은 어떠셨나요?
- 저는 사실 비교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왜냐하면 집에서 혼자 내적 댄스를 추며 쌓아온 시간들이 있어서 준비가 되어 있었거든요. 제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어요. 물론 학원에 갔을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어요. 처음 학원 등록할 때의 어색하고 무서운 분위기 아시잖아요. (웃음)
Q. 학원 수강생으로, 취미로 시작한 춤을 본인 삶의 큰 부분으로 가져가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 저는 대학은 광고 디자인과를 전공했어요. 그때까지도 춤은 그냥 취미로 하고 있었고요. 졸업을 하고, 저를 좋게 봐주신 회사가 있어서 강남의 한 회사에 입사했는데 가만히 앉아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지겹더라고요. 그렇게 1년 정도 일을 했더니 춤이 너무 추고 싶었어요. 그 감정을 느끼고 회사를 그만뒀어요. 그때도 춤을 취미로 추고 있었고 퇴근하면 강남의 댄스 학원에 들렀다가 집에 가는 것이 일상이었는데도 어느 한순간에 '난 진짜 이거 해야겠다. 이거 없으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회사를 몰래 그만두고 학원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어요.
Q.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본인의 춤을 언어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 저는 예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많이 달라졌어요. 그러면서 춤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어요. 저는 춤은 성격이라고 생각해요. 성격과 똑같이 춤을 추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예전에는 보기에 재미있는 춤, 봤을 때 '와 재미있겠다, 재미있다.'고 느끼는 춤을 췄다면 지금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춤을 추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절 봤을 때 ‘오 되게 편안하게 춘다’라는 느낌을 주지 않나 싶어요. 실제로도 그런 말을 듣는 편이에요.
Q. 편안하게 춘다는 게 뭘까요? 안무의 난이도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 같기도 해요.
- 맞아요. 여유로움인 것 같아요. 춤을 출 때 예전에 정신 없이 ‘때려! 부숴!’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힘 있는 안무 가운데에 여유로움이 있는 느낌? 자연스럽게 이어가다가 어느 한 순간에 힘을 확 주는, 그런 느낌이에요.
Q. 직업적으로 춤을 추신 지는 거의 10년이 넘어가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10년 동안 춤을 출 수 있었던, 춤, 안무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 춤이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고요. 제가 평상시에 드러내지 못했던 성격들을 보여주는 저의 다른 자아인 것 같아요. 제가 평상시에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말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춤 출 때는 사람이 조금 바뀌더라고요.
안무의 경우에는, 제가 안무를 짤 때 생각했던 어떤 포인트들이 있는데요. ‘와 여기서 이렇게 풀면 참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포인트가 잘 살아나게 안무가 나왔을 때, 제가 짰음에도 약간의 희열이 느껴져요. 그리고 그 안무를 다른 댄서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보여줬을 때 거기에서 또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 춤을 추는 것보다 예전처럼 다 같이 모여서 함께 춤을 추는 걸 좋아하는데 그 동안에는 코로나19 시국이라 모여서 함께 춤을 추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런 부분이 힘들고, 아쉬웠죠.
Q. 창작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으신가요?
- 일단 음악이 잘 들리게 몸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듣지 못했던 음악의 부분들을 몸으로 잘 표현했을 때 ‘이 음악에 이런 부분이 있었구나. 이런 포인트가 있었구나’라는 걸 알게 해줄 수 있거든요. 어떤 안무가가 음악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해서 그 음악이 좋게 들리게 만들고 자꾸 듣고 싶게 만드는 것. 저는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도 안무가라고 생각하거든요.
Q. 어떤 안무가들은 안무의 내러티브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기도 하잖아요. 말씀해주신 걸 들어보면 기린님은 그런 방향과는 조금 다른 결의 안무를 만드시는 것 같아요.
- 네 맞아요. 저는 춤에 의미를 많이 담거나 부여하지는 않아요. 정말 댄싱으로, 움직임으로 보여주고 싶은 스타일이에요.
Q. 주로 영감은 어디서 많이 얻으세요?
- 다른 댄서들한테 많이 받아요. 그래서 댄서들의 영상도 많이 찾아보는 편이고요. 요즘에는 온라인 클래스가 많아져서 국내 안무가나 해외 안무가의 온라인 클래스도 많이 들어보고 그 안에 담긴 것들을 제 것으로 써보거나 만들기도 해요. 한편으로는 예전 음악을 좋아해서 예전 아티스트의 노래, 뮤직비디오를 다시 찾아보고,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무에타이를 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때도 있었어요. 덕분에 관장님께서 뿌듯해 하셨죠. (웃음)
Q. 오랫동안 댄서로 생활하시면서 가지게 된, 숙제 같은 고민이 있으신가요?
- 1년 전부터 지금까지 자주 하고 있는 고민인데요. ‘얼마나 오래 출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어요. 저는 최대한 오래 춤을 추고 싶거든요. 그래서 '내가 몇 살까지 춤을 출 수 있을까?', ‘이 일을 안 하더라도. 계속 춤을 출까 과연?’ 같은 생각을 많이 해요. 물론 직업적으로 춤을 그만둬도 춤은 계속 출 것 같아요.
Q. 그런 고민이 주는 불안도 있나요? 불안이 생겼을 때 그를 해결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나요?
- 많이는 아니지만 갑자기 불현듯이 불안이 엄습해 올 때가 있어요. 근데 그런 불안을 이겨내는 것도 인생의 과정 중 하나니까요. 그럴 때면 ‘내일을 살지 말고, 그냥 오늘을 살자. 오늘에 충실하자.’라고 결론 내려요.
Q. 그럼 불안과 더불어서 슬럼프가 왔을 때, 슬럼프를 겪으실 때는 어떤가요? 어떻게 빠져 나오세요?
- 우선 슬럼프는 슬럼프인지도 모르게 찾아와요. 잔잔하고 자잘하게, 평상시에도 계속 오는 것 같아요. 어느날 갑자기 안무를 짜다가 막힐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는 '왜 이렇게 못하지? 몸치인가?' 그런 생각도 해요. 정말로요. (웃음)
그렇게 안무가 잘 안 될 때는 그냥 안 해요. 안 될 때는 ‘무조건 쉬자’ 주의라서요. 그리고 머릿속을 많이 비우려고 해요. 계속 ‘안 되네. 왜 안 될까?’라고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많이 힘든 상태구나. 정신적으로 많이 복잡하구나’라는 걸 인정하고 마음을 내려놓아요.
결국에는 배워야지 새롭게 머리를 정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부족한 것들을 배우고 채워나가다 보면 슬럼프는 자연스럽게 없어지고 영감을 주는 것들이 다시 돌아와요.
Q. 지금 저희 촬영 장소가 소울댄스예요. 제가 옆에서 보기에는 기린님의 인생에서 뺄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한 것 같아요.
- 처음에는 저도 그냥 학원의 강사였는데요. 지금은 비디오그래퍼로 활동하시는, 현재는 소울댄스의 대표님이신 전표환 감독님이 먼저 제의를 해주셨어요. ‘나와서 같이 해보자.’고요. 저도 동의했고 그렇게 시작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모한 도전이었어요.
Q. 이 공간은 본인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 저희는 이 건물 지하에서부터 시작했거든요. 지하에 있다가 2층으로 올라오고, 2층에서 다시 4층까지 올라왔어요. 저의 20대 대부분을 보낸 장소이기도 하고 기린이라는 댄서를 많이 알리는 계기가 된, 그런 장소예요. 제 인생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큰 덩어리 같은 존재죠. 저에게는 이곳이 집이에요. 제가 여기까지 춤을 출 수 있었던 그런 밑거름이었어요.
Q. 지금은 소울댄스를 운영하고 있지는 않으세요. 오랫동안 운영해온 공간이었는데, 그렇게 하셨던 계기가 있었나요?
- 아까 말씀드렸듯이 제 인생의 모토가 ‘경쟁하지 말고 창조하라’였잖아요. 그냥 경쟁하는 게 너무 싫더라고요. 학원들은 점점 많아지고 스튜디오들도 많아지는데 그 수많은 학원, 스튜디오 사이에서 우리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그냥 일반적인 학원의 관점에서 생각해봤더니 남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이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그래서 ‘그만두자’라는 결론이 나왔죠. 처음에 정말 우울했어요. ‘이걸 어떻게 없애지? 없앤다는 말은 또 어떻게 해야 되지?’ 라는 생각도 했고요. 근데 막상 없애고 나니 너무 행복해졌어요. 어떻게 보면 이게 제 발목을 잡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항상 여기에 나와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저에게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매일 출근해야 하는 장소. 연습을 안 하는 날에도 나오는 곳. 그렇게 여기에 얽매여 있었던 거죠. 이게 없어지고 나니까 자유 시간이나 개인 시간도 많이 생겼고 그 시간에 더 다양한 걸 할 수 있게 됐어요. 심적인 여유가 많이 생겼죠.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후회도 안 해요. 그리고 소울댄스는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에요. 앞으로 이 이름으로 해야 할 게 참 많거든요. 그래서 여러모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Q. 오랫동안 많은 수업을 해오셨는데, 수업과 관련된 본인만의 철학, 모토가 있으신가요?
- 저는 수업 시간에 말을 잘 안 하거든요. 설명을 해야 할 때는 말을 하지만 수업시간에 말을 많이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 시간 안에 최대한 몸을 많이 움직이게 하는 게 수업의 목표예요. 그래서 학생들이 힘들어 하죠. 사실 그런 부분이 보이면 좀 뿌듯해요. (웃음) ‘오늘도 내가 많이 움직이게 했구나. 오늘 성공했구나.’라고 생각해요. 그게 제 수업 스타일입니다. 대신 인텐시브 수업에서는 말을 많이 하려고 해요.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요.
Q.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인텐시브 수업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수업은 어떤 수업인가요?
- The G라고 부르는, 제 개인 수업이에요. 프라이빗한, 한정된 인원만 받아서 진행하는 그런 수업이에요. 조금 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제가 편안한 장소에서 사람들과 편안하게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입니다. 하게 된 계기는, 문득 ‘요즘 댄서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춤을 추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 친구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수업 때 많이 물어봐요. ‘요즘에 뭐가 힘들어요, 여러분? 뭐가 하고 싶어요?’, ‘고민은 뭐예요?’라고 계속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아요. 마인드 컨트롤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명상도 하고, 다양한 것들을 나눠요.
Q. 한 명의 선생으로서, 또는 동료 댄서로서 댄서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 일단,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처음에 본인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돌아보면, 답은 나온다고 생각해요. 저도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어떤 가수의 춤이 너무 멋있어서 무작정 따라하다 보니까 된 거거든요. 정말 좋아하는 그 마음 하나를 되새기면서 어려운 것도 도전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처음 춤을 추시는 분한테도 그건 마찬가지예요. 내가 초보니까 초보자 수업을 들어야 된다는 건, 저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어요. 저는 연습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 시작한 분들이 ‘너무 어려워, 나 못하겠어, 발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근데 이 동작을 몇 번을 해 보셨냐고 묻고 싶어요. 100번 해보셨을까요? 좋아하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아하는 걸 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춤을 추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주변에 진심 어린 조언이나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사람 1명 정도는 두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칭찬을 해주는 10명이 있다고 할 때 본인이 그 칭찬의 감옥 갇혀 있다면 그곳에서 본인을 꺼내줄 수 있는 1명 정도는 있어야 돼요. 물론 서포트해주는 건 정말 좋거든요. 응원해 주고 ‘와 너 멋있어, 잘해.’ 이렇게 말해주는 것도 너무 좋아요. 하지만 잔인하게 들릴 만큼 냉정하게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발전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동료가 됐든 선생님이 됐든요.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Q. 댄서 기린님이 가진, 또는 장혜린님이라는 사람이 가진 목표나 이상이 있으신가요?
- 댄서 기린으로서의 목표는, 춤을 좋아하는 댄서라면은 다 비슷할 거예요. 지금보다 더 잘 추고 싶은 것이죠. 그건 늘 가지고 있는 목표예요. 요즘은 해외에 나가서 다시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몇 년 째 해외 활동을 못하고 있는데 그 시간이 그리워요. 한국과는 조금 다른 에너지 속에서 그곳에 있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어요.
장혜린이라는 사람으로서는, 비슷한 맥락으로 다른 곳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서울이 아닌 다른 곳이요. 인생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장혜린으로 살았을 때 어떻게 살지, 뭐 하면서 살지 궁금해요. 그걸 알아보며 사는 게 지금의 목표입니다.
#. 댄서 기린의 안무
https://www.instagram.com/tv/B6Kfag5p9EO/?utm_medium=copy_link
Q. 첫 번째로 소개할 영상은 5km Studio 수업 때 진행하셨던 안무 <Hopscotch>입니다. 이 안무에 대해 짧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이 안무는 제가 중국에 한창 자주 갔었을 때 만든 안무였어요. 한 일주일 정도 중국에 머물면서 2~3일에 한 번씩 이 도시에서 저 도시 옮겨다니던 때였는데요. 그 과정에서 짰던, 리듬 메이킹을 중심으로 짜려고 했던 안무였습니다.
Q. 당시의 수업이나 이 영상을 찍을 때의 기억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 저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이 영상에서 같이 춤을 추는 중국 댄서가 Moony라는 친구인데요. 그 친구가 제가 중국 어딜 가든. 어떤 수업이든 놀러 오는 거예요. 그렇게 얼굴을 자주 보다 보니까 친해지게 됐어요. 그래서 그날은 제가 어시를 부탁해서 같이 춤을 췄었어요. Moony와 저는 분위기가 되게 비슷해요. 저도 그렇고 Moony도 그렇고 평상시에 가만히 있으면 약간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듣거든요. (웃음) 사람들은 중국에 있는 쌍둥이 동생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저와 닮은 구석이 있는 친구예요.
Q. 이 영상에서 사람들이 봐주었으면 하는 포인트는 어떤 부분일까요?
- 그 영상에서 보이는 Moony와 저의 케미, 호흡을 많이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두 번째로 소개할 영상은 The G 인텐시브 수업에서 나누신 <Party Starter> 영상이에요. 이 안무는 어떻게 만들고 공유하게 된 안무인가요?
- 요즘에 제가 옛날 감성에 젖어 있었는데, 이 음악이 예전에 제가 많이 들었던 음악을 샘플링했더라고요. Sean Paul의 Give it up to me라는 음악이었어요. 그 부분을 듣고 ‘와 이거 짜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The G 수업은 ‘낮의 정기를 받아보자’라는 마음으로 주로 낮에 수업을 하는데요. 그날따라 햇빛이 잘 들어와서 사람들이 저한테 ‘후광이 생겼다’고 말하더라고요. (웃음) 빛이 들어오는 분위기, 음악이 참 잘 어우러졌졌던 순간이었어요.
Q. 이 안무만이 가진 관람포인트가 있을까요?
- 음악의 전체적인 내용이 파티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래서 마지막의,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부분에서 함께 재미있게 춤을 출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했고요.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춤을 춰야 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 속에서 강하게 표현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 순간들을 포인트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 안무는 <Idea 430>입니다. 이 안무는 어떻게 만들고 찍게 된 안무인가요?
- 이 안무의 음악은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에 한 명의 노래예요. 음악을 듣다 보니까 이 음악을 가지고 어떤 안무를 짤지, 어떤 댄서와, 어떤 장소에서 춤을 출지가 딱 떠올랐어요. 처음에는 ‘영상을 힘을 줘서 찍어보자, 이런 것들을 영상에 잘 담아보자’라고 생각했었는데요.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다 바쁜 사람들이었고 함께하게 된 2명의 친구들도 모두 바빠서 연습할 시간도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모든 걸 내려놓자.’라고, ‘우리 재밌게 연습 영상 찍는다고 생각하자’라고 루트를 바꿨어요. 근데 사람들은 그런 자연스러운 것에서 더 와닿는 게 있었나봐요.
Q. 이 안무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걸 봐주었으면 하나요?
- 제가 이 영상을 통해서 얘기하고 싶은 무조건 영상을 찍을 때 힘을 줄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그 생각을 버리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비디오나 장소, 의상, 이런 모든 것에 다 힘이 들어가면 어떨 때는 춤이 죽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춤은 안 보이고 그냥 장소, 조명, 의상에 초점이 더 가서 춤이 잘 안 보이지 않나, 때로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찍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The End -
*본 컨텐츠는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2021 청년 커뮤니티실험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