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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경 Sep 28. 2021

정말 몰랐었어… 그래도 용서해줄래? #3

7살 반려견과 눈높이를 맞추는 일, 그것이 '역경' 이로소이다.



강아지와 가족이 된 당신, 무엇을 준비하셨나요?


사람들은 매우 쉽게 반려견, 반려묘 등을 데려올 수 있고 쉽게 버릴 수도 있습니다. 펫샵에선 강아지 한 마리와 울타리, 사료, 식기를 챙겨주며 돈을 받아 챙길 뿐, 앞으로 닥칠 무수한 시행착오를 미리 경고해주지 않습니다. 예방접종은 언제까지 하는지, 항문낭이 무엇인지, 발톱은 어디까지 잘라야 하는지, 먹이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산책은 언제부터 해야 하는지.


키우면 키울수록 알아야 할 것은 산더미인데 막막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견주에게도 동물들은 자신의 운명을 맡기고 무한한 사랑을 선물합니다. 어딘가 불공평한 관계인 것 같습니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키운다는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꼭 알고 있었어야 하는 일은 너무도 많습니다.





이게 다 겁이 많아서 생긴 일이라고요?


뚱이는 이렇게 소심한 강아지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겁이 많고 예민한 강아지입니다. 주인이 없으면 오줌을 지린다던가, 목이 쉬도록 울부짖다가 식음을 전폐하기도 합니다.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이면 양쪽 귀를 바짝 세운 채 제 품에 안기거나 침대 밑으로 들어가 벌벌 떨기도 합니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음식이 맞지 않으면 금세 귓병이 났고, 다른 수컷처럼 한쪽 다리를 들지 못해 우두커니 서서 배변을 해결하는 탓에 발바닥에 습진을 달고 살았습니다. 덕분에 매주, 매달 동물병원을 드나들며 후덜덜한 병원비의 매운맛을 봤다지요.


예상치 못한 일들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뚱이는 배변 실수가 일상이었습니다. 성공 확률은 겨우 5%? 여기에 항문낭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툭툭 터지는 것입니다! 겁이 많아 스스로도 조절이 되지 않은 탓이었지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전혀 예상했던 일이 아닙니다. 방심한 순간 이불이나 옷에 녀석의 소변이나 비릿한 항문낭 테러가 발생했고, 일주일에 2~3번씩은 세탁기를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루는 새 이불을 깔아놓자마자 말릴 새도 없이 소변을 보더랍니다.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저런 짓을! 너무나 서러워 이불을 잡고 엉엉 울었습니다. ‘널 만난 뒤로 제대로 외출 한 번을 해본 적이 없는데.. 정말 너무하잖아’





사실 이 모든 사달은 뚱이 탓인 것만 같았습니다. 노력할 만큼 했지만, 녀석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라고요. 민망하게도 지금까지 고백한 우리의 일화는 왜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 숙고를 당부하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알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녀석에게만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사실 뚱이는 온몸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었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보려 하지 않았던 것뿐이지요. 그것을 인지한 순간 작은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기특하게도 더디지만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뚱이입니다. 이 작은 변화가 더할 나위 없는 큰 기쁨을 안겨주었지요.


지금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뚱이에게 더 완벽한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텐데요. 슬프게도 녀석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내 삶은 포기한 것이 아니라 새 삶을 선물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정말 무섭고 두려운 순간은 언젠가 내 곁을 떠나게 될 남은 시간들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아닐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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