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고민하다.
출근해서 1시간쯤 지났을까? 전화 한 통을 받은 그녀.
"네? 뭐라고요?"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전화였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하며, 보호자의 사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녀는 바로 병원에 가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눈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가들을 보며 주춤하고 있었다.
같은 반에 있는 교사는 말했다.
"애들 걱정하지 말고, 당장 가봐요."
그녀는 어린이집 교사다. 근무지 특성상, 그녀가 빠지면 여러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일이 잘 될 리가 없다. 짧은 고민을 마친 그녀는 원장과 동료 교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받은 지 30분 만에 퇴근했다.
잠 한숨 못 자고 다음 날 출근한 그녀에게 동료 교사는 다가가 건조하게 말했다.
"남편분은 괜찮으세요? 어제 일찍 퇴근했으니 휴가 신청서 써 주세요."
동료가 그녀에게 건넨 건 연차 신청서였다. 이성적으로 안다. 개인 사정이야 어떻든 갑자기 근무를 못 했으니 서류 제출해야지. 하지만 그녀에게 당장 필요했던 건 서류가 아니라 따뜻한 위로였다. 아이가 다쳐 수술한 지 한 달 만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수술까지 했으니 그 속이 말이 아닐 거다.
그녀를 더욱더 서운하게 만든 건 원장의 태도였다.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원장은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녀는 원장에게 미움을 산 걸까?'
'그녀는 동료들에게 눈엣가시일까?'
적어도 기관을 대표하는 수장이라면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일어난 큰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쯤 되면 원장의 인성이 의심스럽다.
내 아이를 믿고 맡겨도 걱정 없을 만큼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그녀가 지금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물론 남편은 퇴원했고, 이미 큰 고비도 넘겼다. 하지만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다만 지난 10년 동안 학기 중간에 퇴사를 한 경험이 없었기에 고민이 더 크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난 말했다.
"선생님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결정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