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다. 오밤중에 극심한 복통을 호소해 우린 응급실을 가야 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26일 차, 포르토마린 -> 팔라델레이 22.05km
포르토 마린 -> 팔라 델 레이 24.67 km
PortoMarin -> Palas de Rei 24.67 km
포르토마린, 더 즐기기로 했다.
부지런히 일어나 순례길을 시작하기보다, 이곳저곳 아름다운 포르토마린을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하고 싶은 여행을 하자. 걷고 싶을 때 걷자.
남들이 6시부터 일어나 걸음을 시작한다고 하여 나도 똑같이 걷지 말자, 나는 나만의 순례길을 가자.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날까지 내가 정한 마음을 지키고자 했다. 사실 매일이 고민의 연속이다. 오늘은 어디까지 갈까, 오늘은 어디에 누구와 함께 가서 만날까 그리고 무엇을 먹을까(?)
순례길이란 것이 참 신기하게도 각자의 길을 걸어가지만 또 모두 함께 걷는 길이기도 하다. 주변의 걸음과 속도에 휩쓸려 가기 십상인 걸음이다. 나는 나의 길과 속도를 따라가고 싶지만 그 마음을 지키기 또한 매번 망설이게 되는 상황이 많이 놓인다.
포르토마린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고, 오늘은 걸음을 걷기보단 주변을 둘러보고 지나는 순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날이었다.
순례길의 퀄리티를 올려주는 꿀템!
슬슬 세련된 도시들이 보인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가까워지나 보다. 알록달록 색깔도 다양하고 건물의 높이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정말 이렇게 끝을 실감해가야 하는 걸까..?
알베르게를 잡고 한 한국인 형님을 만났다. 띠용…!!! 함께 식사를 나눠먹고 나니 이런 소중한 아이템을 나눠주셨다. 어쩌면 정말 흔하디 흔한 제품들이지만 걸음을 시작하기 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분말 포카리와 아이스커피 믹스
이전엔 접하지 못한 새로운 문물이다. 분말 포카리와 시원~한 물에 녹여먹을 수 있는 아이스커피!
왜 순례길을 떠나올 때 이런 귀중한 아이템을 챙겨 올 생각을 못했을까? 이런 것도 모르고 커피는 항상 나가서 사마셨다. 그마저도 시에스타에 걸려버리면 영락없이 가게 열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지...
코로나가 창궐하고 세계로 가는 길이 차단된 지 2년이 넘었다. 그리고 끊어진 길이 이제 다시 하나 둘 연결되고 있다. 끊어진 길은 다시 이어져가고 있는 것일까? 평화롭게 이어진 길 위에서 오래 잠들어있는 등산화를 꺼내어 신고 싶다. 조만간 돌아올 그날에 나는 "맥심 아이스커피"를 챙겨가야지!
고마워요 맥심
"팔라 데 레이"의 최고의 알베르게
주인아저씨는 우리가 들어가자 이렇게 환영인사를 해주셨다. 지나간 순례객의 흔적이 아니었을까? K-드라마의 열풍이 흐른 지금은 한국인에 대한 반응이 얼마나 변했을까? 캐나다에 살면서도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여러 드라마에 대해 이들이 얼마나 접근했는지 쉽게 알 수 있는걸. 세상의 흐름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기대된다. 우리가 다시 찾아갔을 때 얼마나 많은 변화가 찾아왔을까?
고양이 마을 팔라 데 레이
동네 돌다 보면 마을 사람들이 길냥이들에게 밥 주는 주민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덕에 요놈들도 다들 길냥이가 되어 어찌나 사람들을 따른는지! 어쩌면 마을 구경보다 고양이와 노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후를 보내고 우린 알베르게의 옥상에서 지는 노을을 보며 하루의 여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밑에서 덜그럭 거리는 소리에 쳐다보니 알베르게의 마당에 텐트를 치는 커플의 모습이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 알베르게에 자리가 없거나 텐트를 들고 다니는 순례객들이 있다고 이야기만 들었지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거기다 살짝궁 비도 내리는 날이었다. 수레에 텐트와 기타 용품들을 채워 끌고 가며 순례길을 걷는 모양이었다. 참 이 길에는 다양한 모습의 순례자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깨닫게 된다. 각자의 방법으로 걷는 까미노, 걷는 방식에 따라 또 얼마나 다른 재미들이 있을까? 얼마 전엔 유퀴즈에 당나귀와 함께 한 순례자가 나왔다. 정말 신기방기 동방신기.
동료가 아프다!
오후부터 속이 불편하기 시작했던 (노래하는) 윤생이었는데 밤이 되자 복통이 더 심해졌다. 얼굴이 노래지고 가벼운 배탈은 아닌듯했다. 장이 꼬인 것 같은 느낌이라는데 근처에 병원도 없고 늦은 밤이라 정말 어찌할 바 모르는 밤이라 죄송하지만 알베르게 주인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영어와 어설픈 스페인어를 섞어 배가 아픈데 어디로 가야 할지 도움을 얻고자 했는데, 감사하게도 아저씨가 오셔서 함께 병원에 가자고 했다. 그 길로 약 20여분 나아가 야간진료를 하는 병원에 왔다. 사람 하나 없고 몇 간호사들이 접수를 도왔다. 물론 주인아저씨께서 접수부터 의사 진료까지 함께 도와주셨는데, 이 때는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한 인연이었고 소중한 아저씨다.
다행히 윤생의 몸에 병이 난 건 아니었고 처방된 약을 받았다. 만약 단순히 탈 나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레 맹장이나 다른 질병이라면 어땠을까? 순례길을 걷고자 하여 큰 마음을 품고 와서 어딘가 신체적으로 아픈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 다행히 오늘은 알베르게 주인아저씨의 큰 도움으로 무사히 치료받고 약을 받아 돌아와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인연이 항상 준비되어있지 않으니 상비약과 최소한의 비상연락망에 대한 중요성을 배웠다.
걸음을 마치고 가끔 그리울 때 순례길 유튜브 영상을 보곤 하는데 이런저런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더라, 물집으로 고생하고 발목을 삐끗하거나 무리한 배낭 무게로 허리가 아파 며칠 누워있는 경우. 또 흔하게는 물갈이를 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집 - 울 소재의 발가락 양말 덕을 많이 봤다. 실제로 순례길 30일 걷는 내내 물집 하나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샌들로 파리 구경하다 물집 잡힘… ㅋㅋㅋ
발목 - 등산화와 자세가 중요하다. 발목 올라오는 중등산화를 신었고 험한 지형에서 발목이 꺾일뻔한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 유독 긴 일정으로 잔뜩 지칠 때 자갈로 된 오르막길/내리막길이 종종 나오는데 이때는 정말 정신 차리고 걸어야 한다. 발목 꺾여 그 자리에서 휴식 취하는 사람 여럿 봤다.
배낭 - 준비된 배낭을 메고 조금이라도 걸어봐야 한다. 꼭!!! 새 가방 메고 새 출발을 그리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걸으며 조금씩 짐을 버리며 무게를 줄이는 것 또한 지혜로운 행동일 수 있다. 그리고 꼭!! 배낭에 있는 허리끈과 어깨끈으로 몸에 핏 하게 조여 반듯하게 설 수 있어야 한다.
물갈이 - 본인이 물갈이를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보통 한국에서 주로 거주하셨다면 가능하면 물은 사 마시는 게 좋다. 아니면 하루 이틀 여유 있다면 미리 내 몸으로 실험해보는 것도…
최소 한 달은 가벼운 산책이나 트래킹을 하며 나의 몸이 받아들일 준비를 해주면 더욱 좋다.
길을 걷는 중이든 알베르게에서 쉬는 중이든 상관없이 우린 모두 한 길을 걷는 “동료”이다.
이 느낌을 받은 게 정말 좋았다. 동료애라고 해야 할까…
그래 우린 모두 동료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외면하지 말자! peace in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