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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모리 Nov 01. 2021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_ 관심

너네가 연애를 못 하는 이유

얼마전 남동생과 통화를 하다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남동생은 현재 결혼 2...3년차? (솔직히 호적메이트 집안일이라 큰 관심이 없었다)로 겉으로 보기에는 나름 평탄한 신혼을 보내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격동의 5년간의 연애와 1년간의 결혼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연애시장으로 넘어 온 참이었으니, 우리 사이에는 사랑에 대한 정의가 참으로 다르게 다가왔다.


"사랑? 그냥 좋고, 보고 있으면 좋고, 안보고있으면 보고싶은거지."


직업군인인 나의 남동생의 대답은 정말이지 심플했다. 이녀석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 해 본지는 얼마나 되었을까. 예전에 이녀석 또한 사랑에 고민하고 마음 아파하고 격동의 시간을 보내던 세월이 있었다. 지금은 저렇게 무디게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 현 상황이 매우 만족스러워 사랑의 촉이 무뎌진 모양이다.


내 동생의 대답은 나로 하여금 하나의 짤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오래된 짤이라 많이 낡았다. 나는 이 짤을 틱톡에서 다시 마주하게 되었는데, 올린이의 제목과 코멘트에서 겉잡을 수 없는 욕지거리 충동이 느껴져 캡쳐를 떳다.



제목 : 이래서 낚시를 시러(싫어)했군..


제목부터가 킬포다. 대화내용을 보면 여자친구는 남자의 취미를 분명히 이해하고 지지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주로 일요일에 낚시를(추측) 가던 남자친구를 배려 해서 이번주는 토요일에 만나자고 한다.


그런데 남자의 내화내용을 보라. 시종일관 이 대화의 주체에서 빠져있다. 남자는 여자가 던진 '이번주말은 언제볼까?' 에 대한 대답에 전혀 관심이 없다. 질문에 명확한 대답은 한번도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를 이끌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 여자 혼자고, 남자는 그저 청중과 방관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여자가 왜 화가 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글을 올렸다.

 그 이유를 오늘 답해보고자 한다. 사실 여자가 "안볼래" 라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 이 남자에게는 세번의 기회가 있었다.



첫번째 기회


여: 우리 이번 주말에 언제볼까???
남: 나는 둘 다 좋아!



아무때나 상관 없다는 말은 얼핏 상대의 일정에 맞춰주겠다는 배려의 말 같지만, 상대가 받아들이기에는 절대 부정어다. 그냥 이래도 상관없고 저래도 상관없는 관심이 없는 태도의 전형적인 말. 나와의 만남에 전혀 참여의사가 없다는 태도로 느껴진다. 연인사이라면 상관 없다는 부정어보다는 둘 다 좋다는 긍정어를 쓰자. 그리고 만약에 결정을 이렇게 상대방에게 미룬 경우에는 조용히 입 다물고 상대의 결정에 따라주어야 한다. 결정하는 사람은 방관자보다 배의 에너지를 관계에 쏟기 때문이다.

물론 베스트는 그냥 물어볼때 대답하는 거다.


여: 우리 이번 주말에 언제볼까???

남: 토요일(혹은 일요일)에 어때?


이러면 이 주제에 대한 대화는 거의 종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생각하는 게 귀찮아서 결정을 상대에게 미루는 짓은 하지말자.


두번째 기회


여:우리 이번 주말에 언제볼까??
남:암때나 상관없어~
여: 토욜에 볼까?그러면 너 일욜에 낚시가면 되잖아
남: 이번주에 추울 것 같아서 낚시 안가려고 하긴 했는데, 그래그래 토요일에 보자!


여자가 원하는 건 단순하다. "언제 만나느냐" 그것에 대한 답을 하면 된다.

사실 귀찮으면 저렇게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그냥 좋다고 하면된다. 아까 첫번째 기회에서도 말했듯이, 결정권을 넘겼으면 입다물고 따르라는 말이다. 토요일이라고 여자가 남자를 배려 해 결정을 내려주었다. 그러면 낚시를 갈 예정이던, 가지 않을 예정이던 간에 그냥 무한 긍정하길 바란다. 이미 남자는 두가지의 선택지를 줬을 때 선택권을 스스로 박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두번째 기회도 그냥 날려버리고 만다. 남자의 대답은

"추워ㅋㅋㅋ"

동문서답도 이런 동문서답이 없다.


추워서 뭐 어쩌라는 걸까. 추워서 낚시를 안가겠다는 건지, 추워서 여자를 안만나겠다는 건지. 문장이 확실하지도 않다. 이건 벽이랑 이야기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남자가 사실은 한둘이 아니다. 속터지는 여자를 위해서 한가지 조언하건데, 만약 남자가 저렇게 개념없고 정성없이 말을 한다면 딱 한마디만 보내면 된다.


"그래서?"

그래서 어쩌라고.


정신차리라는 말이다.

이 말을 보내면 남자는 정신줄을 꽉 잡기 시작한다. 대화에 없던 텐션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대화를 모두 여자가 이끌고 본인은 그냥 누워서 질질 끌려만 가면 됐는데, 갑자기 여자가 "동작그만. 똑바로 서" 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글쓴이의 여자친구는 천사가 따로없다.

그렇게 남자에게 세번째 기회를 준다.


세번째 기회

여:우리 이번 주말에 언제볼까??
남:암때나 상관없어~
여: 토욜에 볼까?그러면 너 일욜에 낚시가면 되잖아
남: 추워 ㅋㅋㅋ
여: 그래? 그러면 일요일에 보자 ㅋ
남: 그래그래 일요일에 봐 자기!


이쯤되면 눈치 챘을 것이다. 그냥, 여자의 질문에 맞는 대답만 했더라면 여자는 화가 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남자는 대답없이 1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게 되고, 여자는 안 만나겠다는 결론을 낸다.


이러면서 여자가 왜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속이 터질 노릇이다.


관계는 맺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훨씬 어렵다. 예민한 식물을 기르는 것 처럼 자주 들여다 보고 관심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식물이 잘 크고 있는지, 더 잘 크려면 어떤 걸 해 줘야하는지. 잘 안크고 있다면 혹시 창가에서 너무 가까운 건 혹은 먼 건 아닌지, 혹은 물을 너무 많이 혹은 적게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수다. 식물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더 좋은 건 피드백이 오기 때문이다.

사실 그 피드백을 조금만 신경써서 읽으면 싸움이 반 이상은 줄어든다.


처음으로 돌아가 나는 내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관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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