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한달살러 5기
여행 갔을 때 그 동네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대상은 학생들이다.
교복을 입은 모습, 다 같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 비싸지 않은 음식에 행복해하는 모습이 좋다.
어른들의 대화보다 학생들의 대화는 훨씬 생동감이 넘친다. 마치 통통 튀는 실로폰 소리 같다.
유심히 듣다 보면 대화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해서 웃기다.
중고등학교 시절, 지방에서의 학교 생활을 동경했다. “사춘기 메들리”라는 드라마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특색이 없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바다 근처 작은 마을의 학교로 전학 가는 상상을 자주 했다. 혼자 서울말을 쓰고 예쁘고 하얀 전학생 롤을 하고 싶었나 보다.
(서울에 살지 않음… 경기도 사람임)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지만 이 상상은 지루한 학창 시절에 조금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래서 지금도 남해에서 교복 입고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부럽다.
나에게는 그들이 낭만적인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오는 영주와 현이 같달까?
그들의 입장에서는 남해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것이 싫을 수도 있지만, 먼 훗날 남해를 떠나 다른 곳에서 살 때, “어느 곳에서 왔냐”는 질문에 남해라고 대답할 수 있는 그들이 부럽다.
분명 그 대답을 들은 사람은 순간적으로 바닷가와 예쁜 학교와 생글생글 웃고 있는 학생들을 떠올렸을 테니까.
남해에 있는 동안 많은 학생들을 마주쳤으면 좋겠다. 실컷 부러워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