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와 함께 마련해 준 선물 하나
예전부터 다육식물을 많이 키워보았고, 또 많이 떠나보내기도 하였다. 통통한 잎과 다양한 모양이 매력적이어서 구매했다가 제대로 관리를 못해 죽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용'이라고 불리는 다육이를 키웠을 때는 햇빛을 못 받아 웃자라게 되었는데, 삽목을 위해 가지를 잘랐다가 뿌리가 나오지 못해 결국 말라죽게 되었다. '리톱스'는 다육이 중에서도 키우는 난이도가 꽤 높은 편인데 물관리를 제대로 못해 결국 과습으로 죽어버렸다.
다육이가 보통의 식물보다 관리하기 쉽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물과 햇빛, 그리고 통풍도 신경 써줘야 하고, 심지어 동형 다육이인지 하형 다육이인지에 따라 키우는 방식도 달라지는 만큼, 웬만한 식물 중에서도 까다로운 편이라고 생각한다.
축전
속 : 코노피튬 속(Conophytum)
학명 : Conophytum bilobum
원산지 : 남아프리카 서부
회사에서 키우던 작은 다육이가 있었다. 하트 모양으로 인기 있는 다육이 중 하나인 '축전'이라는 식물이다. 마침 사무실 창가가 햇빛이 바로 들어오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목이 마를 때는 잎이 쭈글 해지기 때문에 물 주는 시기도 맞추기 편했다.
축전이라는 다육이는 코노피튬 속에 속하는데, 이 종류의 다육이들은 탈피라는 번식 방법을 통해 개체수를 늘려간다. 그래서 처음 5개였던 잎이 여름을 지나가며 18개로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러다 이전 직장에서 퇴사하며 이 다육이를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다. 다른 동료분들에게 키워달라고 맡길 수도 없었기에 데려왔지만, 막상 집에서 키우자니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직을 준비하던 시기라 제대로 신경도 못써주고 베란다에 거의 방치하다시피 두었는데, 여전히 푸른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여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딱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우선 분갈이부터 해주었다. 겨울에는 성장을 멈추는 하형 다육이라 지금은 물관리를 열심히 안 해줘도 되었지만, 식구들이 늘어난 아주 작은 화분에 있는 게 답답해 보여 더 큰 화분으로 옮겨주고 싶었다.
뿌리가 안 다치게 조심스럽게 흙을 털어주고, 열심히 세척한 마사토를 화분에 담은 후 꺼내놓은 축전을 심어주었다. 공간이 여유로워져 보기에도 더 편해 보였다. 비어있는 자리에는 고양이도 한 마리 장식해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제대로 키워보자는 마음으로 식물등도 설치해주었다. 언젠가 다시 집에서 식물을 키우게 되면 꼭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마침 그 기회가 이번에 찾아왔다. 겨울에도 따뜻하게 빛을 보며 지낼 축전의 모습을 생각하니 괜히 뿌듯하기도 하고, 다육이에 대한 애정도 더 커지는 것 같다.
말을 못 하는 식물이지만 오히려 사람보다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지만 푸른 잎과 꽃을 통해 기분을 대신 표현하기도 한다. 축전을 키우는 동안은 아직 꽃을 보진 못했지만, 그만큼 더 정성으로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많은 다육이들을 떠나보냈던 과거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몇 년 이상은 키워보겠다는 목표로 축전을 데려오게 되었다. 축전도 새로운 곳으로 왔고 나도 마침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하고 있는 지금, 누가 더 성장하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오늘도 하트 모양의 귀여운 축전을 보며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